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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성분약 사실상 ‘亂賣’

뉴시스 기자 입력 2016.12.11 17:54 수정 2016.12.11 17:54

마약성분 '러미라'와 동일한 성분의 약이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버젓이 팔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보건당국은 그러나 이같은 마약성분약의 사실상 '난매(亂賣)'에 대해 아무런 대책 마련을 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9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러미라'와 동일한 성분인 '덱스트로메토르판' 성분으로 유통중인 약이 231개에 달했다. 덱스트로메토르판은 2003년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지정돼 생산이 중단된 러미라와 동일한 성분이다. 덱스트로메토르판은 만성 기관지염이나 페렴 등의 치료제로 쓰이며 진해거담제 작용이 뛰어난 반면 의존성과 독성이 없어 감기약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과다 복용할 경우 극소량으로도 환각을 경험하게 해주는 강력한 마약의 일종인 LSD와 유사한 환각 작용을 유발하는 등 마약 대용으로 사용될 우려가 있다. 이 약을 동시에 50~100정 복용할 경우 환각이나 혼수상태에 이르거나 심지어 사망할 수 있다.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03년 진해거담제 '러미나'가 청소년 사이에서 환각 대용 약물로 오남용돼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자 이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러미나와 동일 성분인 '덱스트로메토르판'의 경우 '덱스트로메토르판' 단일제제나 1일 복용량 60mg을 초과하는 복합제제에 대해서만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했다. 문제는 현재 유통되고 있는 의약품 231개 중에 3개를 제외하고는 처방전 없이도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의약품은 마음만 먹으면 여러 약국을 돌며 다량의 약을 구입할 수 있어 마약으로 남용되면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 약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복합제 감기약에 마약성분 '슈도에페드린' 성분이 30~60mg 포함돼 있다. 슈도에페드린 성분이 든 감기약은 시중에 309개가 유통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반의약품이 246개, 전문의약품이 63개다. 코막힘 증상에 쓰이는 '슈도에페드린'은 마약 및 향정신성의약품 원료물질이다. 최근 경기도 화성의 공장에 전문 장비를 갖춰놓고 감기약 5만정을 구입해 '슈도에페드린'을 추출, 필로폰 350g을 제조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는 1만1000여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규모다. 식약처는 '슈도에페드린'이 함유된 약이 필로폰 제조 등 마약에 주로 사용되자 지난 2013년 12월부터 슈도에페드린염산염 성분을 120mg 이상 함유한 의약품에 대해 전문약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30~60mg 함유된 의약품은 여전히 일반약으로 유통되고 있다. 반면 미국 등 선진국들은 슈도에페드린에 대한 구입을 제한하는 등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미 의회는 지난 2005년 슈도에페드린류 함유 감기약을 일반인이 구입할 경우 신분증을 제시하고 일정량(한달 기준 7.5g)을 제한하는 규제법안을 통과시켰다. 식약처 관계자는 "슈도에페드린을 일반약으로 전환하게 되면 코감기로 쓸 수 있는 약이 없어 감기만 걸려도 모두 병원에 가서 처방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전문약 전환에 따라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늘어나는 등 문제도 있어 저용량에 대한 일반약 전환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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