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공급하되, 소비가 안 된다면, 공급할 이유가 없다. 이 같은 현상은 쌀 농사이다. 쌀을 공급해도, 소비가 공급을 미처 따라가지 못한다면, 생산자는 생산 할수록 손해를 본다.
지난 1월 통계청의 ‘2019년 양곡소비량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 양곡 연도’(2018년 11월 1일∼2019년 10월 31일)가구 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9.2㎏이었다. 전년보다 3.0%(1.8㎏) 줄었다.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60㎏ 아래로 주저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구 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970년 136.4㎏을 정점을 찍고, 꾸준히 감소 추세였다. 2019 양곡 연도의 가구 내 1인당 하루 쌀 소비량 역시 162.1g으로 전년보다 3.1% 줄었다.
지난해 6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쌀 생산과 소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인당 쌀 소비량은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1.9%씩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아침 소비량 감소율은 6.4%에 달했다.
사정이 이렇다면, 농사를 지을수록 수요가 없기에 쌀농사는 손해이다. 공급과 수요의 운동장은 이미 기우렸다. 기운 운동장을 경북도가 바로 세우는 농정을 펼치기로 했다.
경북도는 지속가능한 쌀 산업이란 기조 아래 ‘쌀 품질을 높이고, 쌀 소비를 늘리고, 쌀 생산을 줄이고’라는 ‘쌀 3고 정책’을 추진해, 쌀값을 지속적으로 안정시킨다. 정부의 각종 수급안정대책 추진으로, 2018년 하반기부터 본격 상승해, 그해 10월 역대 최고 가격인 19만4,772원까지 상승했다. 그 후 현재까지 강보합세이다. 이달 5일 기준 산지 쌀값은 19만44원으로 최저가격 보다 50% 상승해, 3년째 19만 원대를 유지한다. 경북도는 쌀 시장 개방 확대와 생산량에 비해 소비부진으로 쌀값 하락을 우려하는 쌀 농가의 불안감을 덜어준다. 소비자들에겐 안정된 쌀값을 유지시켜 준다. 경북도는 RPC(미곡종합처리장)의 도정시설 개선과 저장시설 추가설치, 다수확 위주에서 고품질 위주의 품종으로 전환 등 쌀 품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지속 추진한다.
우선 지난해 15개소에 41억 원, 올해 14개소에 46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쌀 유통량의 60%이상을 처리하는 등 쌀 산업의 중심역할을 담당하는 RPC의 노후 된 도정시설을 현대화된 시설·장비로 개선한다. 쌀 도정능력 향상과 품질을 높인다. RPC의 수확기 농가 벼 매입능력을 높인다. 여름철 고온기의 원료 벼 품위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6개소에 65억 원, 올해 2개소에 19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최신의 벼 저장시설(사일로)을 추가 설치한다.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한 정책 차원에서는 경북 6대 우수브랜드 쌀 선정·홍보, 쌀가루 공급, 쌀 소비촉진 홍보 캠페인 행사 등을 추진한다.
지난해에는 안동시 양반쌀, 상주시 풍년쌀골드와 삼백쌀, 문경시 새재청결미, 고령군 고령옥미, 의성군 의성眞쌀을 선정했다. 선정된 브랜드 쌀 경영체에는 홍보·판촉비 2천만 원을 지원했다. 쌀가루를 저렴한 가격으로 식품업체에 공급해, 쌀 가공식품 소비를 활성화한다. 쌀가루와 밀가루의 가격차액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식품업체들이 밀가루 대신 쌀가루를 사용하게 해, 쌀 소비 촉진을 꾀한다. 2017년부터 매년 1억 5천만 원을 들여 100여 톤의 쌀가루를 공급한다. 우선 논에 벼 대신 콩, 옥수수, 사료작물 재배를 유도하기 위해 타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소득 감소액 일부를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감축 정책을 추진한다.
지난해에는 벼 재배면적을 전년보다 2,884ha(3%)를 줄였다. 올해에도 3천ha(3%)를 줄여, 쌀 생산량을 감소시킨다.
조환철 경북도 친환경농업과장은 “쌀 농가들이 판매걱정 없이 농사지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사는 자본창출의 시각보단, 농업의 식량주권(Food Sovereignty)으로 접근해, 풀어야 할 문제다. 이게 빠지면, 지원은 재정의 거덜 내기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