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은 여전히 지금을 위로한다 ”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던 냉국 한 그릇을 입에 넣는 순간, 우리는 조용히 타임캡슐을 타고 100년, 200년, 어쩌면 500년 전의 어느 여름 밥상과 마주하게 된다. 옛 조리법 그대로, 손끝의 감각 그대로, 대를 이어 전해 내려온 시간의 맛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모든 것이 빠르고 복잡해진 시대일수록, 소박한 한 그릇이 건네는 위로는 더 크게 다가온다.
정성으로 만든 냉국 한 그릇이 지친 하루의 숨을 돌리게 한다면, 그것이 바로 전통의 힘 아닐까. 전통은 오래 된 것이 아니라, 우리네 삶 속에 살아 숨 쉬고 있으며, 여전히 지금을 위로하고 있다.
■종갓집 여름 냉국은 달랐다
종갓집의 여름 밥상에는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다양한 냉국이 자주 올랐다. 반찬 수가 많지 않아도, 냉국 한 그릇은 꼭 정갈하게 내 놓았다.
고기를 넣지 않아도, 육수를 우려 내지 않아도, 찬물에 간을 맞춘 국 한 그릇에 마음을 담았고 계절을 담아냈다.
가지를 찌고, 오이를 썰고, 미역을 데치고 그 하나하나를 정성껏 다루는 손길에서 그 집안의 정신과 품격이 고스란히 배어 났다.
■ 종갓집 여름 냉국 5가지 만드는법
① 대파 콩가루냉국
대파를 5~6cm 길이로 썰어 찜기에 쪄낸 후 끓여 차게 식힌 육수(멸치, 다시마, 건새우)를 부어주고 통깨, 참기름을 넣어 주고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해준다. 콩가루의 구수함과 대파의 은은한 단맛이 어우러진 안동지역의 독특한 여름냉국이다.
② 김 냉국
생김을 구워 찢은 뒤 국간장과 참기름으로 무치고, 찬물이나 육수를 부어 낸다. 얼음과 통깨를 띄워 마무리 하면, 고소한 풍미가 살아나는 여름냉국이 된다.
③ 가지 냉국
가지는 찜기에 쪄서 결대로 찢은뒤, 국간장과 소금, 참기름으로 간한 후 육수를 부어준다. 홍고추나 청고추를 띄워 색을 더하고, 얼음을 띄워 차게 내면 담백한 여름 별미가 된다.
④ 오이냉국
얇게 채 썬 오이에 소금을 약간 뿌려 숨을 죽이고, 찬물이나 육수를 부은 뒤 식초, 국간장,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얼음과 통깨, 참기름을 살짝 더하면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완성된다.
⑤ 미역냉국
불린 미역을 데쳐 찬물에 헹군 뒤 다진마늘·청양고추·국간장·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육수를 붓고 통깨와 참기름을 약간 더하면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