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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영화 ‘종이달’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입력 2026.03.22 07:40 수정 2026.03.22 07:40

전 경운대 겸임교수 반병목


영화 ‘종이 달’은 가쿠다 마쓰요의 동명의 장편 소설을 원작으로 2014년에 개봉된 일본 영화인데, 27회(2014)도쿄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과 관객상, 38회(2015)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우수 여우주연상, 신인 배우 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의 시간대는 1994년이며 공간적 배경은 일본의 가나가와 현이다. 스토리는 평범한 주부 출신의 은행원이 자신의 잘못된 욕망을 채우기 위해 공금 횡령을 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평범한 주부인 우메자와 리카(미야자와 리에 분)는 41세 여성으로 언제부턴가 경제적 우월감을 은연중 드러내는 남편에게 위화감을 느끼다가 와카바 은행에서 파트 타임 일을 하게 되고 실적이 좋아 전일제 계약직 은행원이 된다.

남편은 직업 상 해외 출장이 잦은 편이라 둘 사이에 자녀는 없으며, 리카는 가정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이 은행 영업사원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거기서 리카는 돈은 많지만 외로운 노년을 보내는 고객에게 인기를 얻게 되고, 그러던 어느 날, 은행의 VIP인 부자 노인 히라바야시 코조(이시바시 렌지 분)집에 들렀다가 손자인 코타와 안면을 튼 후 자신에게 접근하는 코타에게 마음과 지갑을 여는데, 그 과정에서 필요한 막대한 돈은 고타 할아버지 예금을 비롯해 자신이 관리하던 고객의 돈을 횡령해 마련하게 된다.

히라바야시 코타(이케마츠 소스케 분)는 가난한 대학생으로 영화감독을 꿈꾸고 있으나 매사에 성실하지 않은 편이다. 학비를 빌리고자 할아버지 히라바야시 코조에게 방문했지만 거절당하고 그를 증오하지만, 우연히 할아버지 집에서 만났던 리카에게 반해 그녀를 따라다니며 구애한다. 리카의 애인이 된 후에는 그녀로부터 학비와 고액의 선물을 받고, 같이 사치스러운 여행도 하고, 대학을 졸업해도 비전이 없는 것을 알고 리카에게 말하지도 않고 대학을 그만둔다.

아이카와 케이코(오오시마 유코 분)는 와카바 은행의 젊은 직원으로 근무 태도는 그다지 좋지 않다. 미혼이지만 은행의 유부남 차장인 이노우에 유지(콘도 요시마사 분)와 불륜 관계를 갖고 있으며, 실적을 뻥튀기하기 위한 사기 수법에도 가담한다. 평소 리카와 잡담에서 자신의 비밀을 은근하게 밝히고, 어디서나 있을 법한 위법 행위를 언급해 리카가 공금 횡령하는 것을 부추기는 역할도 한다.

우메자와 마사후미(타나베 세이치 분)는 리카의 남편으로 집 마련 때문에 거액을 대출 받았기에 리카와 함께 알뜰하게 살려고 노력하는데, 아내에게 관심이 없어서 리카의 외도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녀를 믿어준다.

스미 유리코(코바야시 사토미 분)는 와카바 은행의 베테랑 직원으로 근속년수가 25년이나 되는데, 은행에서는 인건비 부담 때문에 독신에 연차도 높은 유리코를 본부의 총무 팀으로 보내려고 하지만 유리코는 지점에서 계속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깐깐하고 철두철미한 성격 덕분에 부하 여직원을 날카롭게 감독, 지도 중이며 리카의 위법 행위도 유리코가 찾아낸다.

시간대가 1994년이라 그런지 예금의 예치, 인출을 은행 직원이 출장을 통해 처리하는 것이 지금 보니 의외고, 은행원은 돈을 다루는 일을 하기 때문에 명품 소지품의 작은 변화에도 다른 사람이 주목하게 되고 돈의 횡령과 연관시키는 것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리카의 대책 없는 불륜, 횡령 및 위조 행위에서 죄가 죄를 재생산하는 과정을 잘 표현한 것 같다.

그러나 ‘종이달’은 단순한 불륜이나 횡령 드라마가 아니다. 우연히 고객 돈을 횡령하게 된 리카는 더 큰 돈을 훔치며 불륜 관계인 대학생 코타를 도와주려 하지만 결국 자신이 만든 틀에 갇히고, 가짜 행복을 좇던 리카는 점차 내부의 공허와 죄책감에 압박당하며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하는데, 겉으로는 조용하고 단정한 주부였던 리카가 왜 점점 깊은 죄의 구렁텅이로 빠져드는지?,

영화는 그 심리적 기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눈에 띄는 장면 중 하나는, 리카가 어린 시절 부모의 돈을 훔쳐 교회에 기부하고 칭찬받았던 기억이다. 이 짧은 회상은 그녀가 왜 “죄를 지으며 사랑받는” 방식을 내면화했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단서다. 그녀는 이미 어린 시절부터, 사랑과 인정은 죄책감과 함께 온다는 감정 회로를 만들어버린 것이 아닐까? 성인이 된 리카는 사랑받고 싶고, 필요한 존재이고 싶고, 무시당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보다 젊은 남자 코타에게 헌신하면서도, 그를 위해 서서히 도덕의 금을 넘기 시작한다. 단지 사랑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존재하는 방식 자체가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복잡하고 다층적인 내면을 극도로 절제된 표정과 몸짓으로 표현한다. 또한 통장을 리카에게 맡기면서, 쉽게 사람을 믿고, 악의 같은 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이 누군가가 자신을 상처 입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눈곱만치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이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모르지만 영화에서 돈 많은 그들의 행동은 “기생충” 영화에서 “착해서 돈이 많은 것이 아니라 돈이 많으니까 착한 거”라는 대사가 생각난다.

결국 돈이라는 것은 없으면 항상 돈을 생각하지만, 많이 있으면 있는 게 당연해진다. 100만 엔 있으면 그것은 1만 엔이 100장 모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거기에 처음부터 있는 무슨 덩어리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돈이 정말 없어서 불편할 때는 그 생각만 하게 되지만, 막상 가지고 있으면 돈을 어떻게 쓸 지 고민하고 돈을 가진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특히 마지막 장면, 리카가 바다를 배경으로 조용히 혼자 있는 모습은 모든 죄와 감정을 내려놓은 듯 한 고요한 파멸이 느껴져 오래도록 남는다. 특히 "그 사람은 내가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처럼 느끼게 해줬어요.” 란 표현은 리카라는 인물의 모든 선택을 설명해준다.

한국에서는 2022년 드라마로 재탄생 되었다. 숨 막히는 일상을 살던 여자 유이화(김서형 분)가 은행 VIP고객의 돈을 횡령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 서스펜스 드라마다. 능력 있고 부유한 남편과 결혼했으나 자신을 무시하고, 별 관심 없어하는 남편도 그렇고 삶에 무료함을 느끼던 그녀는 저축은행의 계약직 사원으로 일하게 되면서 점점 자신감을 되찾아간다.

그러나 VIP인 사채업자 병식과 그와 대척점에 있는 손자 윤민재(이시우 분)를 알게 된 후로 민재와 내연 관계가 된다. 민재가 생활고로 힘들어하자 지원해주고, 영화제작에도 투자하고, 집까지 사주며 호사를 누리게 해주는데, 이를 위해 VIP 고객의 돈을 빼돌린다. 하지만 민재가 영화로 성공한 후에는 태도가 변하여 연락을 끊는다. 횡령 금액이 너무나 커지자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서 수배령이 내린 상태에서 태국으로 도피한다.

이 영화와 드라마는 범죄의 동기를 단순한 ‘탐욕’으로 설명하지 않고, 오히려 리카와 유이화의 행동을 세상으로부터 받은 인정과 사랑의 결핍을 채우려는 심리적 구조에서 출발해서, 욕망과 공허, 정체성의 균열에서 찾으려고 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자문해 본다. "인간 욕망의 끝은 어디일까?" 그리고 이렇게 답한다. “욕망에는 끝이 없다. 그러나 그 방향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고, “욕망이 나를 파멸로 이끄느냐, 아니면 성장의 동력이 되느냐?”는 결국 자신의 몫이다.

우리는 지금, “소중한 삶을 무엇에 베팅하고 있는가?”를 자신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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