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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행복 물질' 얼마나 감동하며 사는가

김경태 기자 입력 2026.09.01 13:25 수정 2026.09.01 13:29

미디어발행인협 회장‧언론학박사 이동한


사람은 무엇으로 행복해지는가. 돈과 명예, 성공과 성취가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행복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작은 것에 감동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는 사람이 있다. 현대 과학은 인간의 행복과 감정에 뇌 속의 여러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흔히 이를 ‘행복 물질’이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것이 도파민, 엔도르핀, 세로토닌, 옥시토신이다. 여기에 인터넷과 대중 강연에서 자주 나오는 다이돌핀까지 다섯 가지를 묶어 말하기도 한다.

도파민은 목표를 향해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도파민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스웨덴의 신경약리학자 아르비드 칼손(Arvid Carlsson)이다. 그는 1950년대 후반 도파민이 단순히 다른 신경전달물질을 만드는 중간물질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기능하는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임을 밝혀냈다. 이 업적으로 그는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도파민은 흔히 쾌락 물질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보다 정확하게는 동기와 보상, 학습, 행동을 향한 추진력과 관련된다. 인간이 목표를 향해 움직이게 하는 힘 가운데 하나가 도파민이다. 

엔도르핀은 고통을 이겨내는 힘이다. 엔도르핀은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내인성 오피오이드 계열 물질이다. 1975년 영국 애버딘대학의 존 휴스(John Hughes)와 한스 코스털리츠(Hans Kosterlitz) 등이 뇌에서 모르핀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내인성 물질인 엔케팔린을 발견하면서 이 분야가 크게 발전했다. 이후 엔케팔린을 포함한 여러 내인성 오피오이드 펩타이드가 밝혀졌고 엔도르핀이라는 개념으로 발전했다. 엔도르핀은 통증 조절과 관련이 깊다. 힘든 운동 뒤의 상쾌함이나 고통을 견딘 뒤 느끼는 편안함에도 여러 신경화학적 변화가 관여한다. 

세로토닌은 마음의 균형과 관련있다. 세로토닌의 발견에는 여러 과학자가 관여했다. 특히 이탈리아의 약리학자 비토리오 에르스파머(Vittorio Erspamer)는 1930년대 장에서 새로운 물질을 발견해 엔터아민이라고 불렀으며, 1948년 미국의 모리스 라포르트(Maurice Rapport), 어빈 페이지(Irvine Page), 아르다 그린(Arda Green) 등이 의해 혈청에서 분리한 물질이 훗날 같은 물질임이 밝혀지면서 세로토닌이라는 이름이 정착했다. 세로토닌은 기분뿐 아니라 수면, 식욕, 소화 등 다양한 생리 기능에 관여한다. 그래서 세로토닌이 정서적 안정과 균형을 이해하는 중요한 물질임에는 틀림없다. 옥시토신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힘이다. 

옥시토신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영국의 생리학자 헨리 데일(Henry Dale)이다. 그는 1906년 뇌하수체 후엽 추출물이 임신한 동물의 자궁을 수축시키는 현상을 발견했다. 훗날 이 물질에 빠른 출산을 뜻하는 옥시토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늘날 옥시토신은 출산과 수유뿐 아니라 사회적 유대와 애착 등 다양한 행동과 관련해 연구되고 있다. 흔히 사랑의 호르몬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다이돌핀은 어떤 물질일가. 인터넷에는 다이돌핀(Didorphin)은 감동할 때 분비되며 엔도르핀보다 4,000배 강력하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현대 의학과 신경과학에서 다이돌핀이라는 이름의 공식적인 행복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이 확립되어 있지는 않다. 따라서 엔도르핀보다 4,000배 강하다는 주장도 과학적으로 확립된 사실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감동의 경험 자체가 허구라는 뜻은 아니다. 음악을 듣고 눈물을 흘리고,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 가슴이 벅차오르고, 누군가의 희생과 사랑에 깊이 감동하는 현상은 실제 인간의 경험이다. 이때 뇌에서는 도파민을 비롯한 다양한 신경화학적 시스템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다이돌핀은 과학적으로 확인된 특정 물질이라기보다 감동의 행복을 상징하는 대중적 표현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결국 행복은 하나의 물질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도파민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엔도르핀은 고통을 견디게 하며, 세로토닌은 마음의 균형을 돕고, 옥시토신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다. 그리고 다이돌핀이라는 이름으로 표현된 감동은 인간을 더 따뜻하고 인간답게 만드는 마음의 경험이다. 현대인은 더 많이 갖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한다. 그러나 많이 가진다고 반드시 많이 행복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작은 것에 감동하고, 사랑에 감사하며,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

행복은 소유의 양보다 감동의 깊이에 있을지 모른다. 목표를 이루어 기뻐하고, 고통을 이겨내며, 마음의 평온을 찾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아름다운 것에 감동하는 삶. 그것이야말로 과학이 밝혀가는 행복의 물질과 인간이 오래전부터 추구해 온 행복한 삶의 지혜가 만나는 지점이 아닐까. 많이 소유하는 삶보다 많이 느끼는 삶, 많이 얻는 삶보다 많이 감사하는 삶.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에 누구에 얼마나 감동하며 사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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