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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두 분의 큰 스승님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6.12.20 14:31 수정 2016.12.20 14:31

교사는 겁나게 많아도 스승은 아주 드문 어지러운 세상에 필자에겐 평생을 두고 크나큰 영향을 끼쳐주신 스승님이 두 분이나 계시니, 지난날의 불운을 상쇄할 만큼 필자가 다복(多福)한 사람이다. 맹자의 말씀이던가. 항산(恒産)이 있어야 항심(恒心)이 있다고 했다. 일정한 재산이 있어야, 먹은 마음이 있다는 말이다. 필자의 가정형편으로는 국교 4년 중퇴 학벌도 오감할 정도였다. 국교(초등학교)때는 중학 진학을 꿈도 못 꿨고, 중학생시절엔 고교진학이 수중무일푼(手中無一分)으로 전혀 불가능하여, 장래에 대한 희망이 전혀 없이 절망속에서 살아야 했다. 초등학교 6학년때, 문경의 중심중학교인 문경중학교에 넉넉한 성적으로 합격하여, 분가(分家)한 삼촌을 감동시켜 중학교 입학금을 대신 납부해주셨다. 가정형편상 고교진학은 흔쾌히 포기했으나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때 공납금을 마련 할 길이 없어 고심(苦心) 끝에 자퇴원을 제출했다. 당시 담임선생님이신 이대성(李大成) 은사(恩師)께서 필자와 학부형인 어머니를 불러, 자퇴원을 철회하라고 간곡히 권유하셨다. 수업료를 면제 조치할테니, 학교를 계속 다니라고 타일러주셨다. 앞으로는 교육을 많이 받은 밝은 세상이 될텐데, 고등학교 졸업장도 못 갖추면 말단 공무원도 될 수 없는 세상이 될 것이라 친절히 말씀해주셨다. 수업료 면제자는 학급 당 1명만 배정되었다. 필자와 선택을 다툰 우리반 학생은 전교 1등을 하는 우수학생이었다. 전교 1등하던 J학생은 부친과 장성한 형이 있으니, 가정사정이 극빈한 필자를 면제생으로 지정해주셨다. 김시종은 성적은 전교 1등이 못되지만 인간성과 해박한 상식이 1등 못지않다고 흔쾌히 밀어주셨다. 은사 이대성 선생님은 고교 3년간을 선생님반에 필자를 데리고 다니시면서 수업료 면제 혜택을 주셔서 1960년3월2일 영광스러운 문경고등학교 졸업장을 손에 쥐게 되었다. 필자 뿐 아니라 청상과부였던 어머니의 보람도 한없이 크셨다. 고교를 졸업했기에 육군에 자원입대, 제대한 뒤 고학(苦學)으로 안동교육대학을 들어가 재학 중에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이 되는 영예도 안았다. 2년 뒤엔 문교부시행 중등준교사 고시검정에 합격, 임용고시를 거쳐, 국공립 중고등교장이 되고, 황조근정훈장(2등급)도 받았다. 이대성 은사님의 은혜가 너무 고마워 돌아가시고 나서 은사님 산소에 조촐하게나마 추모비를 세워드렸다. 이대성 선생님(1922-1986)의 크신 은혜는 세월이 흘러갈수록 더욱 잊을 수가 없다. 이대성 은사님의 자녀들이 크게 성공하시기를 진심으로 기도드린다.이 선생님과 필자에게 쌍벽인 성생님은 이 땅의 대문호 노산 이은상(1903-1982)선생님이다. 이은상 선생님은 경남 마산 출신으로 시인(시조시인)이자 수필가, 국문학자로서도 엄지손가락을 꼽는 대천재(大天才)시다. 선생님은 중학생 시절부터 문학도인 필자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시조 ‘오륙도’는 옛 시조만 보았던 필자에겐 천지개벽 같은 큰 감동을 주었다. ‘노산문선’이란 문장독본도 1956년까지 본 책중에 감동 그 자체였다. 1957년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린 현대시조 가고파, 고지가 바로 저긴데, 단풍 한 잎 등 이은상 선생님의 현대시조작품은 여느 시인의 작품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특출(特出)했다. 선생님은 운문(시조)도 최고봉이지만 수필(무상)과 국문학논문(청상요)도 기발하고 재미 그 자체였다. 이은상 선생님은 1966년 중앙일보 독자시조 선고위원으로 심사를 하시면서, 필자의 ‘밤 후레아들’ 등의 작품을 높이 평가하시고 필자를 기성시인으로 인정하였다. 196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에 졸작도약’을 당선작으로 뽑아주시고, 시인으로서 성실성을 높게 평가하셨다.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상식날인 1967년 1월14일은 유복자로 불우하게 태어난 필자의 25회 생일날이기도 하다. 하느님이 가장 큰 생일선물을 주신 것이다. 이은상 선생님께서는 필자 첫 시집 ‘오뉘’의 머리말을 천하명문(天下名文)으로 적어주시고, 2시집 ‘청시(靑柿)’와 3시집 ‘불가사리’제자(題字)도 써주신 필자 문학의 최대 은인이시다. 필자는 문학은사 이은상 스승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이은상 문학상’을 제정하여 시상하고 있는데, 벌써 10회를 넘겼다. 이은상 문학상이 ‘한국의 노벨상’ 이 되도록 필자의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할 각오다. 이은상 선생님의 ‘노산시조집’과 수필집 ‘무상’을 국민들이 찾아 읽으면 행복한 이 땅이 틀림없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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