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이례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해 주목을 받았다. 반 총장이 친박과 선을 그음과 동시에 '대권 몸풀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반 총장은 이날 미국 뉴욕 외교협회(CFR) 초청 간담회에서 "한국 국민들은 바람직한 통치의 완전한 부재에 매우 당혹해하고 분노하고 있으며, 국가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배신당했다고 믿고 있다"고 박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박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 "박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1979년 암살당하면서 혼란의 과정을 한국인들이 겪기도 했지만, 지금은 한국 사회가 매우 평화롭고 민주적이며 경제적으로 번영한 상태인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번 일이 한국의 정치·경제·사회 지도자들에게 좋은 교훈이 되기를 바란다."며 "개인이나 조직의 이익에 앞서 공공선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 "내년 1월1일이면 나는 자유의 몸이 되고, 한국의 개인 시민이 된다. 그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인지, 내가 이 상황에 무슨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겠다. 지금은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다. 1월1일까지 기다려달라."고 출마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뒀다.반 총장이 그동안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해 말을 아껴왔지만 이번은 퇴임 이후의 국내 정치 행보를 염두한 작심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반 총장이 대권행보 청사진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그는 특히 박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함으로써 친박과 거리두기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친박에 등을 돌리고 중도 지대에서 새로운 보수 진영을 아우르는 역할에 나설 것을 표명한 것이라는 분석이다.반 총장이 대권 경쟁에 나설 경우 우선 탈당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새누리당 비박계와 손잡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나아가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공동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 범여권 인사와의 연대 가능성도 예상해 볼수 있다. 이른바 범보수연합체의 시동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 반 총장은 제3지대에서 보수세력을 아우르며 신 보수대연합을 주창할 가능성 크다."며 "여기에 보수는 물론 중도까지 한데 묶는 전략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한편 반 사무총장은 20일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단을 만나 31일 퇴임 전 마지막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