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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빌 게이츠가 WHO 사무총장이라면…

안진우 기자 입력 2020.04.13 18:55 수정 2020.04.13 18:55

박 형 기
뉴스1 중국전문위원

미국과 세계보건기구(WHO)의 이전투구가 점입가경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WHO가 바이러스 진원지인 중국만 싸고돈다며 지원금 중단을 검토하겠다고 선언하자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더 많은 ‘시신 주머니(body bags)’를 원한다면 그렇게 하라”고 맞받아쳤다.
코로나19 글로벌 팬데믹을 맞아 협력해도 부족할 판에 글로벌 리더들이 시정잡배와 다를 것 없는 말폭탄을 주고받은 것이다.
세계는 금세기 최고의 위기를 맞았으나 글로벌 리더의 부재로 이같은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빛나는 리더십이 급부상하고 있다. 바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다.
게이츠는 ‘바이러스 투사’를 자처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게이츠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일부 백신의 경우 개발에 성공해도 필요가 없어지는 경우가 있어 수백만 달러의 손실이 발생한다며 이 리스크를 민간 기업들은 감당할 수 없으니 각국 정부가 직접 나서라고 주문했다.
전세계 언론은 그의 주장을 대서특필하고 있다. 정치적 편향 없이 중립적 입장에서 구구절절 옳은 주장을 해서다. 게다가 그가 살아온 길이 그의 말에 신뢰성을 더해주고 있다.
게이츠는 이미 수 년 전부터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그는 지난 2012년 에이즈와 결핵, 말라리아 등 3대 질병 퇴치를 위해 7억5,000만 달러(9,142억원)를 쾌척했다. 2년 뒤 에볼라 바이러스가 유행할 당시엔 감염국에 5,000만 달러(610억원)를 기부했다. 2016년엔 영국 정부와 함께 말라리아 퇴치 사업을 위해 5년간 30억 파운드(4조5,380억원) 기금 조성에 나섰다. 그는 이번에도 백신개발에 보태라며 1억 달러(1,220억원)를 선뜻 내놨다.
그는 특히 2015년 테드(TED) 재단 강연에서 “우리는 다음 팬데믹에 준비돼 있지 않다. 비상시에 대비해 예비 의료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당시 발언은 코로나19가 대유행하자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예언자’ 게이츠라는 수사가 나올 정도다.
그는 ‘소프트웨어 제왕’에서 ‘바이러스 투사’로 변신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게이츠는 한계가 있다. 제도권 인사가 아니라 재야인사라는 점이다. 훈수를 둘 수는 있지만 실행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지구촌은 글로벌 리더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WHO에 협박이나 일삼고 있고, 주무 기관인 WHO는 미국에 막말을 퍼붓고 있다. 지나치게 친중적인 WHO는 리더십을 상실한 지 오래다. 오죽했으면 사무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서명운동까지 벌어지고 있을까?
그렇다고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시진핑 중국 주석이 리더십을 행사하기도 그렇다. 코로나19의 발원지라는 원죄가 있어서다.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올림픽을 강행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코로나19를 무시해 미국 다음은 일본일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유럽 정상들도 자기 나라 챙기기에 바쁘다.
현재 글로벌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물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다. 전세계에 한국을 배우자는 열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공격적인 조기 검진 시스템을 도입, 코로나19를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 선제적인 진단을 통해 환자를 격리시켜 전염병이 더욱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고 환자를 조기에 발견, 치료에 들어가기 때문에 사망률이 낮다며 한국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 정상이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는 후문이다. 문대통령은 이미 글로벌 리더십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게이츠도 지난 3일 미국의 유명 토크쇼인 ‘더 데일리 쇼’에 출연, “미국이 어떤 나라를 본보기로 삼아야 하는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한국은 중간 크기의 감염이 발생했지만 조기 검진과 격리 조치, 동선 추적을 통해 상승곡선을 완만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문대통령이 보다 적극적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추구했으면 좋겠다. 설령 최고의 글로벌 리더가 되지 못한다 해도 ‘의료 한류’를 수출하는데 큰 효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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