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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욱PD“서태지음악 저항의식 쾌감 대중 공감의 힘”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6.07.14 21:54 수정 2016.07.14 21:54

창작 뮤지컬 페스트 제작…LG아트센터서 22일 개막창작 뮤지컬 페스트 제작…LG아트센터서 22일 개막

"'서태지 음악'을 뮤지컬로 만드는 건 양날의 검이에요. 이름값이 있지만 그 만큼 다른 것을 흉내낼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걸 보여줘야 했죠. 창작뮤지컬 중 최고라고 함부로 말하기는 힘들지만 다양성에 한몫했다는 소리는 듣고 싶어요."공연제작사 스포트라이트의 송경옥(46) 책임 프로듀서는 가수 서태지(44)의 노래를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이자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1913~1960)의 동명 소설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페스트'에 대한 포부를 이 같이 밝혔다.22일부터 9월30일까지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페스트'는 여름 뮤지컬 대전에서 유일한 대형 창작뮤지컬이다. 원작 소설의 자유로운 도시 오랑의 풍경을 그대로 가져오되 질병이 전염되는 상황을 오늘날 현대로 옮겨온다. 본래 2차세계 대전 직후의 배경을 근미래로 설정했다. '너에게' '환상속의 그대' '죽음의 늪' '슬픈 아픔' '시대유감' 그룹 '서태지와아이들' 시절 음악부터 '라이브 와이어' '코마' '테이크 5' 등 서태지의 노래 20여곡이 삽입된다. 무엇보다 대중에게 익숙한 서태지 1~4집뿐 아니라 마니아들이 주로 소비한 5집 이후 곡들도 실리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대중성만 고려하지 않은 구성이다. 작품의 완결성과 완성도에 몰입하는 서태지의 성향이 반영됐다. 송 프로듀서가 노우성 연출과 함께 서태지 음악이 담고 있는 저항과 연대, 카뮈가 말하는 저항과 연대를 통하게 만든 이유다."서태지는 본인이 모든 걸 완벽하게 컨트롤하시는 분이시죠. 뮤지컬에 대한 이해가 없고, 남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 설득하는 것이 힘들었죠." 대중성을 간과한 건 아니다. 90학번으로 서태지 열풍을 몸소 체험한 송 프로듀서는 그의 음악에 대해 "파워풀한 대중성과 함께 사회적인 메시지와 저항 의식으로 쾌감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남녀노소가 하나가 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서태지 무대를 떠올리며 "이번 공연도 대중의 공감을 살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송 프로듀서와 서태지 뮤지컬의 인연은 2007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윤호진 연출의 창작뮤지컬 '명성황후' '영웅'으로 유명한 공연제작사 에이콤 인터내셔날의 당시 기획실장이던 그녀는 서태지 소속사인 서태지 컴퍼니에 뮤지컬을 제안했다. 하지만 작업은 지지부진했다. 이후 15년 간 몸담아온 에이콤을 퇴사하고 강의와 주인공이 집인 인상적인 연극 '1동 28번지, 차숙이네'의 프로듀서를 맡아 잠시 외도를 했다. 2010년 서태지컴퍼니의 김민석 이사가 스포트라이트 대표를 맡으면서 송 이사에게 러브콜, 다시 뮤지컬 판으로 돌아오게 됐다. 이후 6년 간 산고 끝에 '페스트'를 내놓았다. 김성수 음악감독이 편곡한 넘버는 이미 검증됐고, 줄거리도 눈에 띄나 다만 한국 뮤지컬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스타 캐스팅이 아니다. 김다현·'god' 손호영·박은석이 주역으로 나서나 시쳇말로 티켓 파워의 배우는 아니다. 송 프로듀서는 "캐스팅 기준 1순위는 서태지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고 웃었다. "배우 수백명을 만나봤어요. 90%가 노래를 부르기 부담스럽다, 노래가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았죠. 이번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3분의1은 서태지 마니아에요. 그래서 배우들끼리 끈끈한 무엇이 있죠."송 프로듀서는 1세대 뮤지컬 프로듀서다. 윤호진 대표의 제의로 1993년 에이콤에 합류, 한국 뮤지컬 해외 진출의 포문을 연 '명성황후'로 창작뮤지컬의 역사를 써왔다. 배우 못지 않은 외모를 뽐내는 그녀는 끼도 넘친다. 아역배우 출신으로 국립국악고등학교, 단국대 연극영화과를 나왔다. 공연업계 다양한 곳에서 인맥을 쌓을 수 있었던 이유다. 그녀가 '페스트'를 만든다고 나섰을 때 윤호진 연출은 물론 안호상 국립극장 극장장, 세종문화회관 이승엽 사장, 뮤지컬평론가인 고희경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 등 공연계 인사들이 대거 힘을 실어줬다."새 작품을 들고 나왔으니 넘어지든 깨지든 한번 해보라고 어깨를 두들겨주셨어요. 뮤지컬 시장에 대한 분석과 확신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프로젝트였어요. '명성황후'를 뉴욕, 런던에서 공연하면서 한국 뮤지컬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페스트'에 그런 고민이 더 묻어있어요. 한국적인 것만을 넘어서는. 이달 말에 '페스트' 관련 메이킹북을 펴내는데 그곳에 창작 과정에 대한 흔적을 담았죠." 뮤지컬 프로듀서에 대해 '작품을 제일 먼저 꿈꾸는 사람'이라고 정의한 그녀에게 여성 프로듀서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청했다. 뮤지컬시장은 여성 관객으로 돌아가지만 정작 여성 프로듀서는 드물다."의외로 공연을 많이 보지 않는 것 같아요. 작품을 많이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사람을 대하는 작업이니, 긍정적인 마인드로 대인관계를 쌓아가는 것도 필요하죠. 결국 사람이 남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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