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 됴코 여름 하나니...’는 2016년 丙申年 새해의 신 새벽에 교수신문은 ‘용비어천가’의 그 유명한 구절을 뽑았다. 뿌리가 깊게 내린 나무가 꽃과 열매를 풍성하게 거둔다는 내용이다. 시적 비유이다. 시대와 우주를 바라보는 철학이다. 모든 사람들이 ‘꽃과 열매를 풍성하게 맺는’ 시간을 기회의 확대와 번영의 결실을 맺을 수 있길 소망했다. 2016년을 마감하면서는 ‘君舟民水’(군주민수)로 2016년의 새벽과는 정반대이다. 원문은 ‘君者舟也 庶人者水也’(군자주야 서인자수야). ‘水則載舟 水則覆舟’(수즉재주 수즉복주). ‘君以此思危 則危將焉而不至矣’(군이차사위 즉위장언이부지의)다.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올해 2017년은 정유년(丁酉年)으로써, ‘닭의 해’이다. 닭의 해를 맞아, 우리는 또다시 희망을 본다. 한시외전(韓詩外傳)에 따르면, 그 붉은 닭은 오덕(五德)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닭의 머리는 문(文)이다. 인문(人文)을 뜻한다. 발 갈퀴는 그 어떤 어려움에 처해도 물러서지 않는 무(武)이다. 적을 앞에 두고는 감투(敢鬪)하는 것은 용(勇)이다. 모이가 있을 땐, 함께 먹자는 밥상 공동체정신인 인(仁)이다. 새벽이 되면, 여명(黎明)이 왔다고 홰를 치면서 때맞춰 큰 목청을 돋운다. 이는 신(信)이다. 닭의 오덕이 이렇다면, 2017년의 닭은 희망의 메신저(Messenger)이다. 희망은 잠자고 있지 않는 사람에겐 꿈의 성취이다. 잠자면, 꿈만 꾼다. 하지만 사람은 살아있기에 꿈을 이룬다. 이룬 꿈이 현실에선 희망으로 활짝 핀다. 희망은 치운 겨울철의 따신 햇볕과 같다. 행복의 결핍은 희망으로 채우라고 정유년의 그 붉은 닭은 말한다. 검은 닭도 맑은 알을 낳는 것과 같다. 앞길이 캄캄해도 맑은 길이 터 인다. 우리 속담에 상전벽해(桑田碧海)라도 비켜설 곳이 있다. 우리는 지금 상전벽해를 보고 있다. 한국은행의 지난해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에 따르면, 95.8로 전월 대비 6.1p 급락했다. 2009년 4월 이래 가장 낮았다. 현재와 비교한 6개월 뒤 전망을 나타내는 향후 경기전망지수도 16포p나 하락했다. 현재 경기판단지수는 2009년 3월 이래 최저치이다. 국내 가계(家計) 부채 총액은 1,223조원을 넘어섰다. 가계 부채 공화국이란 말까지 회자되는 요즘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일반가구 1천911만1천 가구 가운데 주택을 소유한 가구는 1천69만9천 가구였다. 주택 소유율은 56.0%다. 반면 무주택가구는 841만2천 가구로 전체의 44.0%에 달했다. 주택 보급은 많아도 살 내 집은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7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출생아 수는 3만3천900명이다. 작년 같은 달보다 3.7% 감소했다.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래 8월 기준으로 최저치다. 지난해 1∼8월 누적 출생아 수는 28만3천100명이다. 전년 동기대비 5.6% 줄었다. 가계부채, 살집, 출생 등에서 계명(鷄鳴)의 큰 울림을 경청해야할 정유년이다. 집도 없고, 부채는 늘고, 아이도 낳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이 같은 통계를 정유년에는 없기를 희망한다. 닭의 오덕에서 배워야한다. 어수선했던 병신년(丙申年) 해넘이를 했다. 정유년(丁酉年) 해맞이를 했다. 그 붉은 닭인 여명(黎明)의 새벽이다.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고정희) 그렇다. 마주잡을 손은 있다. 마주잡기 위해선, 또 다른 말이 있다. ‘물질이 부족에서 가난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나치게 추구해서 가난하다.’(리영희) 고정희 시인과 리영희 교수의 현실 짚기에서 계명을 보태면, 희망의 출구가 보인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정유년에 우리 모두가 나서자. 그 ‘붉고 찬란한 닭의 오덕’(五德)의 삶을 따라 배워서, 인간 사회에서 오덕을 실천하는 정유년(丁酉年)을 만들어, 찬란한 사회 만들기에 앞장서길 모두에게 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