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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험한 세상 든든한 다리가 되어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7.01.09 15:39 수정 2017.01.09 15:39

1년에 두 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나를 찾아주시는 선배님이 계시다. 맛있는 점심과 커피 한잔에 덕담까지 잊지 않으신다. 30여년 입으셨던 경찰제복을 벗은 지 몇 년이나 지났지만, 휴대폰 벨 소리에 심장이 쿵하는 직업병이 사라진 게 불과 며칠 되지 않는다며 “부디 현재를 즐기고 행복하라”고 당부하신다.식사를 하며 잔잔하게 흐르는 팝송을 듣고 있던 선배님이 넌지시 “‘험한 세상 다리 되어’라는 팝송의 1절 가사에 경찰의 역할이 다 들어있다”고 말씀하셨다. ‘When you’re weary, feeling small ∼, 당신이 힘들 때 당신의 눈물을 말려주고 당신 옆에 있겠습니다. 거친 풍랑 속에서도 버텨내는 다리처럼 내 몸을 눕혀 다리가 되겠습니다(당신이 나를 발판으로 삼아 이 거친 세상풍파를 건너가십시오)’ 나는 다문화가정의 치안안전 업무를 3년째 맡고 있는 경찰이다. 더불어 경찰의 날, 여경의 날, 그리고 명절을 앞두고 다문화가정을 위문해 왔다. 2015년 70주년 경찰의 날을 맞아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추천한 어느 다문화가정을 위문한 적이 있었다. 삼대(三代)가 한 방에서 어렵게 살면서도 서로 위해주는 모습이 보기 인상 깊었고, 팔순 모친이 서울에서 대학 나온 아들이 나이 오십이 다 돼 가도록 장가도 안 가고 사법시험 준비 중인데 농사일을 돕기 위해 잠시 시골집에 내려와 있다며 자랑하셨다. 나와 동기쯤 되는 나이인데다 유난히 선한 얼굴이라 사무실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맘 한편 짠했다. 해가 바뀌고 2016년 5월쯤 되었을까 ? 고시생 아들이 농사일을 돕다가 농기계 사고로 사망했다는 비보를 들었다. 작년 방문했던 바로 그 다문화 가정이었다. 노모를 위로하기 위해 경찰서 정보과장님과 보안협력위원회, 다문화센터 직원까지 대동해 71주년 경찰의 날 다시 그 집을 찾았다. 그러나 노모는 손님들에게 직접 농사지은 오미자 주스를 건네며 고시생 아들이 서울에서 공부중이라며 열심히 자랑을 하신다. 눈에는 눈물이 가득한데도 말이다.고인이 된 아들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고,“필리핀에서 온 며느리가 보고 싶어 왔어요. 복덩이 며느리에요”라고 너스레를 떨고는 돌아서야 했다. 그날 저녁 나는 결혼이주여성들과 소통하는 SNS에 사연과 사진을 올렸고, 이를 본 이주여성 한분이 연탄 500장을 기증하고 싶다는 댓글을 올리셨다. 후원자는 지역의 다문화가정 4가정에 모두 2,000장의 연탄을 기증하셨다. 정유년 새해를 맞아 다짐해본다. 적어도 30% 이상의 지역 결혼이주여성들과 만나 소소한 간담회를 갖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다문화센터, 재능기부단체와 머리를 마주하여 범죄취약지역에 거주하는 이주여성들의 생활공간이 좀 더 안전해 질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낡은 집을 수리할 수 있도록 후원단체에 다리도 놓아줄 것이다. 문경경찰서 다문화 치안메신저들이 신명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그리고, 이 일이 힘들고 귀찮다고 느껴질 때마다 다문화가정 위문을 꼭 다녀와서 심기일전 할 것이다.다문화가족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산소 같은 경찰, 그들의 든든한 다리가 되어 눈물을 닦아주는 경찰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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