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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ESG경영의 허와 실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21.06.23 18:30 수정 2021.06.23 18:30

김 효 선 박사
한국탄소금융협회 대표

최근 한 일간지의 기자와 점심을 했다. ESG경영이 화두였다. 기자는 ESG경영에 대한 인식이 고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하나의 ‘트렌드’로 치부되는 것 같아 걱정이라 했다. 그러면서 ESG경영을 잘 하는 곳과 잘 못하는 곳을 하나씩 꼽아달라고 했다.
어려운 질문이지만 간단한 질문이다. 가장 잘 하는 것처럼 보이는 기업이 잘 못하는 곳이고, 가장 잘 못하는 곳이 가장 잘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누가 들으면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냐고 할 것이다. 개는 풀을 뜯어먹는다.
우리 집 반려견 허스키는 마당의 풀을 곧잘 뜯어먹는다. 개가 풀뜯어 먹는 건 어찌 보면 생리현상 중의 하나다. 속이 편해도 먹고 속이 불편해도 먹는 것 같다. 말 그대로 당연한 얘기다.
항간에 ESG를 가지고 줄을 세우는 기관들이 있다. 아주 몹쓸 짓이다. 세상에 체중으로 성과평가를 한다면 과연 가장 무거운 사람이 1등을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가장 가벼운 사람이 1등을 해야 하는 것일까? 어불성설이다. 무거운 데는 무거운 이유가 있고, 가벼운 데는 가벼운 이유가 있다.
요즘 운동뚱 김민경 개그맨이 인기다. 김민경을 캐스팅한 PD를 칭찬하고 싶다. ESG도 마찬가지다.
가장 비싼 핼쓰클럽을 다닌다고 해서, 가장 마른 체형이라 해서, 김종국처럼 근육만 많다고 해서 좋은 것이 아니다. 내게 맞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ESG 경영도 마찬가지다. 하루는 민간기업에서 일하는 선배가 자기네 회사에 ESG팀이 만들어졌다고 반색을 했다. 어떻게 그렇게 순식간에 팀이 만들어졌냐고 물으니, CEO가 ESG경영 등수를 물어보더라는 것이다. 50위라고 했더니 당장 ESG팀을 만들라고 했다는 것이다.
CEO가 등수에 민감한 걸 잘 이용한 그 기관의 영리함에 무릎을 친다. 마치 뚱뚱한 자녀를 둔 부모가 자녀에게 핼쓰를 끊어 준거나 다름없다. 맞다. 이것도 방법이다. 그런데 간과하는 것이 있다. 아주 중요한 것을.
ESG는 원래 EESG이다.
즉, Economy,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중 Economy를 생략한 것이다. 기업 고유의 먹거리를 포기하면서 ESG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마치 체질과 체력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로 체중만 쳐다보는 것과 같다.
그래서 기업이 ESG경영 컨설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그 기업의 고유 먹거리와 그로 인한 재무건전성이 지속가능한지가 더 중요하다.
이 지속가능성을 잘 확보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지표로 위의 세 가지 사항, 환경적 위해가 없는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지, 그리고 균형있고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ESG경영의 기본 틀이다.
이와 같이 ESG경영은 목표가 아니라 진단키트라 할 수 있다. 즉 ESG경영을 하면 건전한 경영관리가 가능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비교하자면 혈압, 당뇨, 갑상선 호로몬 수치가 정상범위에 있으면 비교적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낮다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ESG경영의 허와 실은 존재한다. 너무 과장되게 ESG경영이 전부인 것처럼 취급되어도 안되지만, ESG경영을 무시하고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하는 것도 부질없다.
건강검진 하듯이 ESG 경영진단을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것이 기업의 생존과 성장,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적 기여를 담보할 수 있다.
코로나 팬대믹이 남긴 상처와 교훈은 많다. 언택이 가능하다는 것, 기후위기가 보건위기로 나타난다는 것, 위기는 취약계층을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는 것. 이 중요한 교훈을 ESG경영에 잘 녹아내는 것이 바로 ESG경영전략의 핵심이다.
코로나 진단키트만 있으면 건강을 보장할 수 있는가? 아니다. 기초체력, 그리고 체질 등을 고려하고 식습관 및 운동패턴을 개선해야 한다.
이와 같이 ESG경영은 지속가능한 성장에 필요한 모든 영양소를 투입해야 만 성과가 빛을 발하게 된다. 즉 ESG경영은 그동안 해왔던 지속가능경영관리를 재점검하면서 ESG기준에 대한 진단을 추가할 때 비로서 그 기업에 딱맞는 맞춤형 경영전략이 도출될 수 있다.
결국 내 몸을 잘 아는 것은 자기 자신이듯이 가장 좋은 ESG경영전략은 구성원들의 인식제고와 교육을 통해 도출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따라서 기업이 속한 산업을 잘 아는 전문가가 ESG경영의 최고 전문가라 할 수 있다. 배가 아플 땐 내과를 가듯이 기업 고유의 가치를 잘 아는 전문가를 ESG경영의 좋은 파트너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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