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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경제

하영구-황영기‘신탁업법’격돌

뉴시스 기자 입력 2017.02.21 14:56 수정 2017.02.21 14:56

하 회장 ‘종합운동장론’ vs 황 회장 ‘기울어진 운동장론’ 은행 일임형 ISA 허용․증권사 법인결제업무 놓고‘신경전’ 격화대학 선후배 사이인 하영구 은행연합회장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작심발언을 주고 받으며 또다시 맞붙었다.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신탁업법 제정을 두고 하 회장의 은행업계와 황 회장의 금융투자업계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이 두 회장 임기 중 발생한 세 번째 대결이다. 하 회장은 서울대 무역학과 72학번으로 71학번인 황 회장의 1년 후배다. 사석에서는 돈독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하 회장이 2014년 11월 은행연합회장, 황 회장이 2015년 2월 금투협회장으로 각각 취임하면서 조금씩 껄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업계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두 수장은 중요한 현안들을 두고 극명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하 회장은 지난 2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6일 황 회장이 보낸 '선전포고'에 맞대응했다. 불과 2주 간격으로 두 협회장이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면서 은행과 금투업계간의 3번째 대결이 본격화했다. ◇두 회장의 '운동장론' 왜 나왔나= 최근 하 회장과 황 회장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유는 신탁업법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에서 신탁업법을 따로 분리해 신탁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 하에 오는 10월까지 신탁업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신탁은 고객(위탁자)이 금융, 부동산 등 자산을 맡기면 신탁회사(수탁자)가 특정 기간 동안 관리·운용해주는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다. 현재는 신탁업법이 자본시장법에 묶여 있어 은행들은 직접 상품을 만들지 못하고 금투업계에서 만든 펀드 등의 상품을 가져다 팔아주는 창구 역할만 하고 있다. 만약 신탁업이 전면 허용되면 은행들도 금투업계 처럼 다양한 상품 포트폴리오를 갖출 수 있다. 영업력 측면에서 은행이 증권사보다 압도적인 우위에 있기 때문에 수익원 축소를 우려한 금투업계에선 반발이 거세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도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 신탁업 개정 논의에서 은행권이 펀드와 같은 개념으로 상품을 만들 수 있는 '불특정금전신탁'과 '집합운용' 2가지 사항을 제외하면서 논란 진화에 나섰다. 단 신탁업법이 자본시장법에서 독립해 별도법으로 빠져나오면 은행권이 자산운용 시장에 진출할 여지는 남아있다.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선공에 나선 쪽은 황 회장이다. 황 회장은 지난 6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은행·보험에 비해 금투업계가 불합리한 대접을 받고 있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증권사에 기업 지급결제와 외화환전이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은행이 신탁업 진출을 노리는 데 대한 불합리함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황 회장은 또 "국내 은행의 인당 영업이익은 세계 최저이고 수익비용비율은 너무 높다"며 "은행은 비용효율화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실시했던 하 회장은 이례적으로 한달만에 다시 자리를 마련해 황 회장의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하 회장은 "은행은 축구장에서 축구를, 증권은 농구장에서 농구를 하라는 게 전업주의"라며 "증권사가 법인지급결제를 하겠다는 것은 농구를 해야 할 사람들이 축구장에서 축구를 할 뿐만 아니라 손과 발을 모두 쓰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업주의의 기본 방향을 고려하면 지금은 운동장이 기울어진 게 아니라 운동장이 다른 것"이라며 "이와 같은 논란들을 없애기 위해서는 여러 플레이어들이 한 운동장에 모이는 종합운동장, 즉 겸업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행업의 수익성이 낮다는 지적에 대해 하 회장은 "비교는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해야 되는데 금투협에서 제시한 자료는 지난 2015년 증권업계의 수익이 가장 좋고 은행은 안 좋았을 대를 기준으로 한다"며 "지난 5년(2011~2015년)간 금융권 전체의 평균 자기자본수익률(ROE)은 은행이 4.7%, 증권이 3.5%로 오히려 증권이 더 낮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마지막 대결…이번엔 누가 웃을까= 하 회장과 황 회장이 업권의 이익을 놓고 갈등을 벌인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초에는 은행에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허용하는 문제로 기싸움을 벌였고 최근에는 증권사의 법인결제업무 불허 문제를 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선 대결에서는 하 회장이 판정승을 거뒀다. 은행들은 ISA에 한해 투자일임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됐지만 증권사들은 법인지급결제 업무를 손에 넣지 못했다. 하 회장과 황 회장의 임기는 각각 오는 11월과 내년 2월로 사실상 이번 신탁업 개정건이 이들의 마지막 대결이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결에서도 하 회장의 우위를 점치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미 금융당국이 주무부서를 정해 신탁업 개정 업무에 돌입한 만큼 금투업계가 기존의 방침을 되돌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단 신탁업법이 자본시장법에서 분리되기만 하면 이후 은행권이 자산운용 시장 진출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평가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전체 금융업권이 겸업주의로 가야 한다는 하 회장의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사실"이라며 "단 지금까지의 업계간 대결에서 금투업계가 번번이 고배를 들었던 만큼 이번만큼은 황 회장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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