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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가짜뉴스를 대하는 자세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7.02.23 15:44 수정 2017.02.23 15:44

‘삼인성호’(三人成虎). 위나라 충신 방총이 조나라에 볼모로 가는 태자를 보필하러 가기 전 혜왕을 알현해 나눈 대화에서 나온다. 방총은 혜왕에게 “지금 누가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말한다면 믿겠냐”고 묻자 혜왕은 “터무니 없는 소리를 누가 믿겠냐”고 답한다. “두 명이 말하면 믿겠냐”고 되묻자 “그래도 못 믿겠다”고 한다. 방총은 “세 명이 말하면 믿겠냐”고 재차 물었고 “그 땐 믿을만 하겠다”고 한다. 방총이 이런 질문을 왜 했을까. 자신을 험담하는 사람이 세 명 이상 될지라도 모함이니 귀담아듣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혜왕은 걱정 말라고 당부한다. 아니나 다를까. 혜왕은 방총이 떠난 후 음해하는 무리의 참소에 넘어갔고 몇 년이 지나 볼모의 신세를 면한 태자는 귀국하지만 방총은 위나라로 돌아오지 못한다. 그 후 혜왕은 방총을 만나보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유언비어 일지라도 세 명이 같은 이야기를 했다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저잣거리에 없던 호랑이도 세 명이 입을 모으면 믿게 되듯이. 최근 가짜 뉴스(Fake news)가 판을 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이끌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의 여기자 성추행 글이 대표적 사례다. 가짜 뉴스는 확산 속도가 무섭도록 빠른 인터넷 정보유통 시대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다. 자신의 견해와 취향에 맞으면 정보의 진위에 상관없이 무조건 받아들이는 경향도 가짜 뉴스 확산을 부추겨 ‘진짜 뉴스’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때문에 정치권은 가짜뉴스의 생산과 유통을 막는 법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고, 경찰은 ‘가짜 뉴스 전담반’까지 꾸렸다. 하지만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최초로 떠들어댄 세 명을 잡아 일벌백계 한들 호랑이가 금방 사라질까. 같은 하늘을 이고 살아가는 국민이 둘로 갈려 호랑이를 봤다고 떠들어대는 데 말이다. 되레 과도한 규제로 표현의 자유를 해치려 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결국엔 국민 스스로 조작된 정보를 만들어내지 않으면서 가짜 뉴스를 걸러내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정보의 진위를 검증할 능력이 없다는 게 한계다. 그렇다해도 국민의 자체 정화 노력을 넘어서는 최고 또는 최선의 대안은 없다.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거짓된 말도 여러 번 되풀이하면 참인 것처럼 여겨질 수 있음을 늘 유념하고 경계한다면 가짜가 진짜 뉴스로 둔갑해 날뛰는 현상은 현저히 적어질 것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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