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오피니언 칼럼

[김찬곤의 세상보기] 통계물가와 체감물가의 차이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21.12.06 19:04 수정 2021.12.13 15:02

김 찬 곤 시인
경북과학대 교수



지난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1%,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다는 공식발표가 있었다. 그보다 앞인 지난 5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2.6% 오르며 최근 몇 년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을 나타내었고, 11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 3.7% 올라 9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하는 며칠 전 발표도 있었다.

그러자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물가 오름세를 주도한 현상이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해소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쳤다. 그러나 점차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던 호언장담이 요즘 무색해지고 있다는데 이의가 없는 분위기다.

한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까지 5개월 연속 전년 대비 2%대 상승률을 유지한 데다 8월에는 상승률이 2.6%로 5월, 7월에 이어 또다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러나 2~3% 대의 물가 인상 발표에 대해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체감물가는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물가 계산은 특정 품목을 선택하여 작성하는 까닭에 그 제품의 물가만을 반영하게 되지만 ‘체감물가지수’로 불리는 생활물가지수는 다른 측면이기 때문이다. 

지난 8월의 체감물가지수는 3.4% 올라 소비자물가보다 상승세가 가팔랐던 사실만으로도 그 차이를 대변한다. 특히 지난 추석 성수품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환율 상승, 재난지원금 지급 등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늘면서 당분간 가파른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이니 물가에 대한 걱정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어느 뉴스에서는 우리나라 경제상황이 디플레이션 조짐까지 있다고 하면서 그 증거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 대라는 과거의 통계청의 발표를 예로 들었다. 그 주된 내용은 특정 기준 월에 대하여 소비자물가가 작년의 그 해당 월과 비교하여 고작 0.5% 정도 상승하였는데, 그것도 그 기간 동안의 특정 현상, 예컨대 코로나 관련 지원금 때문일 가능성이 크며, 그렇다면 이 같은 현상은 물가가 실질적으로는 오히려 하락했다는 주장이다.

일각의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정부는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입장이지만, 가정주부들의 생각은 영 딴판이라는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이 많다. 물가가 오른 것은 기정사실이며, 올라도 너무 올라 장보기가 겁난다는 주부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0.5% 인상 발표가 주는 의미는 100원 하던 물건의 가격이 1원도 오르지 않았다는 말인데, 어떻게 현장에서는 그토록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통계청의 발표에 의한 물가와 일반 소비자가 느끼는 물가가 이토록 큰 차이가 나는지에 대해서 많은 사람이 의아해하는 것이다.

그 궁금증은 통계물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풀린다. ‘물가’는 일반 시장에서 사고파는 상품의 가치를 화폐단위로 나타낸 가격수준이고, 그 동향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물가지수인데, 이것은 기준으로 삼는 시점을 100으로 놓고, 알고자 하는 때의 물가수준이 얼마나 되는가를 상대적으로 그 크기를 나타낸 지수이다. 그러니까 100원 짜리가 1원도 안 되는 0.4원 올랐을 때를 우리는 0.4%의 물가상승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문제가 있다. 0.4원 올랐다고 했을 때, 어떤 물건의 가격을 보고 판단하느냐 하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상품의 가격을 전부 반영해야 옳다. 그러니까 ‘소비자물가 0.5% 인상’의 의미는 일정 시점에서 거래되는 모든 상품의 가격이 평균적으로 100원당 0.5원 올랐다는 뜻이다.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거의 오르지 않은 셈이다.

그런데 너무 많이 올랐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바로 ‘체감물가’라는 것 때문이다. ‘소비자물가’는 정부가 통계를 위한 물가 계산의 핵심이 되는 것인데, 매월 작성하여 발표하는 이 지표는, 전국 37개 도시에서 481개의 상품과 서비스 품목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품목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소비지출 비중이 1만분의 1 이상이 되는 것으로 쌀, 쇠고기, 달걀, 통신비 등이 포함된다. 또 이때 지출액에 따라 가중치를 매기는데, 이것은 지출금액이 큰 순서대로 한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관계부처는 0% 대의 물가인상을 자랑스럽게 내놓지만, 실제로 일반 국민이 느끼는 물가상승률과는 괴리가 생긴다. 소비자들은 언제나 통계로 발표되는 물가상승률보다 훨씬 많은 인상을 직접 체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통계로 발표되는 물가 산정 방법에 대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가중치를 많이 반영하는 상위 20개 항목의 범위가 고소득층일수록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이 많이 포함되어있는 반면에, 서민들이 많이 구입하는 품목은 돼지고기 하나만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우선 눈에 띈다. 교통비나 여행비와 같은 고소득층에서 자주 구매하는 물품의 가격은 내린 반면, 전세비 등 저소득층의 구매가격 폭등은 제 때에 반영하지 못하는 점도 그렇다. 적용되는 가중치라는 것이 3년~5년에 한번 조정되는 체계이다 보니 현실반영이 적절히 되지 못하는 단점을 피할 수 없다. 

오래전부터 이런 불합리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있어왔다. 예컨대 ‘장바구니물가’라고 명명되는 ‘생활물가지수’가 있긴 하지만 이 또한 포함되는 품목 등에서 현실반영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전문가의 지적이다.

통계는 새로운 정책개발을 위한 근거를 제공한다. 이론적인 틀에서 만들어진 완벽한 통계라 하더라도 현실과 동떨어진 것은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소비자물가가 갖는 의미가 진정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물가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저작권자 세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