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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유리천장’, 이제는 조직 몫이다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7.03.20 15:47 수정 2017.03.20 15:47

“일·가정양립 조직문화가 조성돼야 여성관리자들이 중간에 낙오하지 않고 계속 근무할 수 있다.” 정부부처 중간직급 여성공무원 A씨에게 '우리 사회가 유리천장을 극복하려면'이란 화두를 던졌더니 돌아온 답변이다. ‘유리천장’. 겉으로는 없는 듯하지만 보이지 않는 장벽에 막혀있는 여성들의 아픔을 담고있다. ‘세계 여성의 날’(3월8일)이 만들어진 지 100년이 훌쩍 지났다. 여성의 권익이 과거에 비해 크게 신장됐고 여성의 경제활동참여, 고위직 여성 비율도 높아졌지만 유리천장은 깨지지 않고 있다.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꿈이 좌절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도 젊은 여성들에게 “언젠가 누군가가 유리천장을 깨길 바란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행정자치부는 세계여성의 날을 앞두고 부내 4급 이상 여성공무원의 숫자가 두 자릿수로 늘었다며 유리천장 깨기에 앞장서고 있다고 홍보했다. 그런데… 핵심보직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했다. 4급 이상 여성공무원 41명중 고위공무원단인 국장 4명은 교육파견 중인 1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소속기관에서 근무중이다. K모 센터장 등 2명은 경력개방형 직위로 일반적인 승진 경쟁을 통해 고공단에 진입한 게 아니다. 과장 17명 중에서도 4명만 본부에 근무하고 있다. 대기업 유리천장은 더 높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대기업 임원 승진자 1517명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2.4%(37명)에 불과했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해 여성임원 비율 등 10개 지표를 종합해 발표한 유리천장지수에서 우리나라의 여성임원 비율은 2.1%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평균(18.5%), 스웨덴(33.9%), 프랑스(33.5%), 영국(21.5%), 캐나다(19.4%), 미국(16.4%), 일본(3.4%) 보다 훨씬 낮았다. 정부는 올해 안에 4급 이상 공무원의 여성 비율 15%를 달성하겠다고 내걸었다. 하지만 여성의 고위직 공무원의 비율은 현저히 낮은 실정이다. 공직사회든 민간이든 핵심보직으로 승진하려면 업무성과를 내고 주요보직에서 근무해야 한다. 하지만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는 여성관리자들이 업무에 올인하기에는 남성 보다 불리할 수 밖에 없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 탄력적 유연근무, 육아휴직으로 인한 인사불이익 방지 등이 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게 정착됐을 때 유리천장은 비로소 사라질 것이다. A씨의 한마디. “그동안은 여성 개인이 노력과 희생으로 (가사와 육아 문제를) 해결했다.이제는 조직에서 도와주겠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차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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