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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구곡원림을 지키는 사람들 이야기

오재영 기자 입력 2022.06.23 08:20 수정 2022.06.26 09:06

-문경구곡원림보존회 창립과 활동을 되돌아보며 -
이만유 문경구곡원림보존회 초대 회장



구곡(九曲), 구곡원림(九曲園林)이 뭔가? 지역마다 있는 팔경(八景)은 누구나 알고 있는데 구곡이라니? 한때,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인 2013년 이전까지 문경에서는 상당한 식자층에서까지 구곡이 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구곡회 창립 총회-구곡을 지키는 사람들
2012년 11월 15일 필자가 발의하고 26명이 동참하여 두 차례의 추진위원회 회의를 거쳐 2013년 1월 15일 문경문화원 2층에서 전국에서 처음으로 순수 민간인들이 뜻을 합쳐 구곡원림을 조사, 연구, 보존하고 구곡문화를 계승 발전하기 위한 '문경구곡원림보존회 창립총회'가 개최되고 난 뒤 신문, 방송 등에서 다투어 보도하고 구곡 사진 전시회 등으로 구곡을 알림으로써 점차 구곡을 알게 되었다.

하루는 경찰서 정보과에서 전화가 왔다. 경찰서 그것도 정보과, 뭐 잘못한 것도 없는데 가슴이 철렁! 웬일일까? 했는데, 내용인즉 경찰서장께서 이즈음 문경에서 구곡, 구곡 하는데 구곡이 뭐냐? 하고 간부회의 때 질문을 하니 구곡에 대해 제대로 아시는 분이 없어 전화했다고 하여 요약해서 설명해 준 적이 있었고, 그 외에도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 하였으며, 그때 구곡이 문경 지역사회의 화두가 되었다.

구곡원림은 한마디로 말하면 정원이다. 인위적으로 꾸민 조경이 아닌 자연 그대로 시야에 들어오는 한 계곡 더 나아가 한 지역을 품은 넓은 정원이다. 그러나 구곡원림의 구성요건으로는 아름다운 산과 계곡, 물이 흐르는 아홉 굽이와 은거하는 유학자가 있어야 한다.

구곡원림의 시원은 옛 중국 남송의 주자가 경영했던 무이구곡이며 조선의 선비들이 주자의 삶을 숭모하며 관직과 부와 명예를 탐하지 않고 무위자연의 삶을 살면서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심성을 수양하며 성리학을 구현하던 공간이다.

그러니까 구곡원림은 단순히 경치 좋은 공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구곡원림은 유학의 꽃이며 귀중한 문화자산이고 새로운 관광자원이며 삶의 교육장이다. 구곡원림 안에는 시가 있고 그림이 있고 이야기가 있고 성리학이 있고 교훈이 있고 우리가 꿈꾸는 이상이 있다.

▲제1회 구곡원림 사진 전시회-영강구곡원림 설정 및 출판기념회
문경구곡원림보존회의 주요 활동 사항을 되돌아보면, 단체(전 회원) 및 분과별로 참여하는 구곡원림 조사·연구·보존 활동을 매월 1∼2회 실시하였고, 매년 12월에는 구곡원림 보존 활동 종합평가회를 실시하고 취장보단(取長補短) 하였다.

아름다운 문경의 구곡을 홍보하기 위해 문경의 구곡원림 사계절을 담은 사진 전시회를 해마다 개최하였으며, 국내 유명 구곡원림 탐방을 매년 1∼2회 실시하여 견문을 넓혔고, 2013년 4월 선유구곡에서 촬영한 KBS '한국 재발견'방송에는 이만유, 오석윤, 손해붕, 박순자, 김영순이 출연하여 전국적으로 문경의 구곡을 홍보하였다.

2013년 9월 경북도가 구곡원림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실시한 '백두대간 산림문화자산 탐방 교육'을 공동 추진하였고, 2014년 7월 야간 여행 상품으로 인기 있는 달빛사랑여행을 문경새재에서만 개최하던 것을 '선유구곡 달빛사랑여행'으로 문경문화원과 함께 추진하였다.

2014년 9월 회원 21명이 주자가 경영한 구곡원림 시원지인 중국 무이산 '무이구곡'을 탐방하였고, 2014년 12월 문경시민을 대상으로 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하는 '새문경 아카데미'를 구곡회가 진행하며 식전 공연 대신 '사진으로 보는 문경의 구곡원림'이란 주제로 강의하였다.

2015년 1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개최하는 '구곡, 세계 유산적 가치 학술 세미나'에 회원 26명이 참석하였고, 2015년 4월 선유구곡 산림문화자산 명승 지정 테스크 포스 팀을 구성하였으며, 2015년 7월 '2015 경북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성금 100만 원을 기탁하였으며, 2015년 12월 '자원봉사 부분 우수단체' 문경시장 감사패와 2015년 12월 '문화재지킴이 활동 우수단체' 경북 지사 표창을 받았다.

2015년 9월 조선 시대 속에 갇혀 있는 구곡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21세기 신 구곡원림으로 '영강구곡원림'을 설정, 경영하기 위해 테스크 포스 팀 구성과 현지답사 후 발대식을 거행한 뒤 추진위원들이 각 곡을 분담하여 자료를 정리하여 2016년 12월 12일 '영강구곡원림 설정 및 출판기념회'를 개최하였고 이날 발간한 책 500부를 유관기관 및 문화단체에 배포하였다. 이후 추진상황과 행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2016년 10월 선유구곡에서 “시민과 함께 걷는 구곡 탐방” 실시
- 2016년 10월 24일 이만유 회장 “자랑스러운 경북도민상” 수상
- 2017년 8월 자질 함양 및 효율적 사업추진을 위한 자체 “하계 워크숍” 개최
- 2017년 12월 명사 초청 특강/ 중원대학교 이상주 교수
- 2018년 8월 자체 “하계 워크숍” 개최
- 2018년 12월 명사 초청 특강/ 한국국학진흥원 최은주 책임연구위원
- 2019년 8월 자체 “하계 워크숍” 개최
- 2019년 12월 엄원식 학예연구사 초청 특강
- 2020년 8월 새롭게 발굴된 관산구곡 특강/ 한국국학진흥원 임노직 유교문화박물관장
- 2020년 11월 “영강구곡 발전 방안” 워크숍 개최
・발표자 : 권갑하, 황대욱, 김동익 / 좌장 : 이만유

▲KBS '한국 재발견' 방송-영강구곡 발전 방안 워크숍
우리나라에는 160여 개의 구곡원림이 있고 경북에 50여 개, 문경에는 11개의 구곡원림이 존재한다. 이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구곡원림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문경이 산수가 아름답고 선비가 많다는 증거가 된다고 본다.

현재 문경에 존재하는 구곡원림은 선유구곡(외재 정태진), 선유칠곡(대한제국 시절 칠우), 화지구곡(옥소 권섭), 관산구곡(손와 이경중), 남강구곡(남강 이원영), 쌍룡구곡(화운 민우식), 병천구곡(묵옹 송요좌), 석문구곡(근품재 채헌), 산양구곡(근품재 채헌), 청대구곡(청대 권상일), 영강구곡(문경구곡원림보존회)이 있다.

구곡원림은 경북도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려고 추진할 만큼 소중하고 가치 있는 문화자산이다. 이런 구곡원림을 순수 민간인이 스스로 지키고 보존하겠다고 뭉쳐 10여 년을 쉬지 않고 활동하는 것은 국내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고 전례가 없는 대단한 일로서 자긍심을 가질 보람찬 일이다. 또한 회원들은 정기적인 활동 외에 개인적으로도 수시 활동을 하며 특히 훼손 현장을 찾아가는 등 발로 뛰는 문화유산 지킴이 활동을 하였다.

우리 '구곡원림을 지키는 사람들'은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사람들이고, 역사와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는 사람들이며, 온고지신하며 새 시대를 앞서가는 신지식이며, 문경을 빛내는 사람들이며, 숨겨져 있는 보물을 캐내고 지키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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