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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룡장군 소설책 발간<상주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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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는 이순신, 육지에는 정기룡이 있다’ 임진왜란 당시 경상도 지역을 중심으로 영웅으로 칭송받던 정기룡 장군의 일대기가 소설로 복원됐다.
정기룡 장군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인물로, 실존했음에도 믿기 어려운 전설적 일화들이 뒤섞이면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도, 역사적으로 비중 있게 조명 받지도 못했다.
장편소설 ‘정기룡’(전3권)은 그동안 역사가 주목하지 않았던 국난의 영웅 정기룡의 일생을 원고지 6000매가 넘는 생동감 넘치는 대서사로 되살려냄으로써, 대하 역사소설이 갖는 장대한 소설적 재미와 전장의 전술과 지략을 통해 난세를 헤쳐 나가는 지혜를 선사한다.
엄격한 신분제 사회던 조선시대에 병영의 노비였던 정기룡은, 빈천한 출신으로 온갖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고 양민의 신분을 되찾아 무과에 급제한다. 이후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거치면서 수많은 전투에서 큰 공을 세워 경상우도병마절도사, 삼도수군통제사에 오른 뒤 마침내 정1품의 보국숭록대부라는 최고 벼슬에까지 이른다.
기록으로 확인되는 그의 극적인 삶은 국가적 영웅으로 추앙받기에 모자람이 없으나, 전후 공신록에 2등 공신이라 할 수 있는 선무원종공신 1등에 올랐을 뿐, 실록 등 공식 기록에서는 그의 이름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의 출세 이후 증조부까지 3대가 종1품 의정부좌찬성 등 종2품 이상의 지위에 추증된 사실만 보더라도 그 공에 비해 역사에서 잊힌 존재가 된 것은 큰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구전을 통해 그에 관한 일화가 갖가지 설화의 형태로 증폭되며 경외와 흠모의 대상으로 전해져 왔다.
‘태종무열왕’, ‘유기’, ‘북비’ 등 굵직한 역사 대하소설을 집필해온 소설가 하용준은 역사가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한 인물의 삶에 주목하고, 원고지 6300장에 걸쳐 정기룡 장군의 일생을 복원했다.
“장군은 어린 시절에 양반 출신이 아닌 빈천한 신분이었고 말년에는 폭군이라고 알려져 있는 광해군의 총애를 받았다”며 “이 두 가지는 장군의 사후에 반정을 통해 새로 등장한 집권 세력과 관료 사가들이 장군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올바르게 내리지 않은 결정적 요인이 됐다” -저자 서문 중에서
저자는 조선왕조실록 등 주요 사료와 개인 문집, 족보 등 현존하는 문헌들을 살피고, 장군의 유적지, 사당, 묘소 등 현장을 직접 답사하며 하나하나 삶의 궤적을 꿰어 한편의 서사로 재현해냈다. 경북 상주 지역을 중심으로 현재까지 전해지는 설화와 야담에서도 사실만을 추출해내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들을 찾아내 소설적 상상력을 덧입혔다.
이 과정에서 특히 저자가 면밀히 살핀 것은 장군이 교류한 수많은 인물, 특히 교우 관계 기록이었다. 1차적 관계뿐 아니라 다양한 인맥의 사슬을 타고 2차, 3차로 이어지는 관계에 집중하다 보면 예상치 못했던 사실과 마주하기도, 비어 있는 시간을 채우는 실마리를 발견하기도 했다.
인맥의 사슬고리를 뒤쫓으며 그려낸 관계 지도는 충분히 극적이고 놀라웠다. 재상 유성룡뿐 아니라 유성룡이 천거한 이순신, 권율, 당대 석학 정경세 등 수많은 걸출한 인물들이 정기룡의 삶과 얽히며 이야기에 힘을 보탰다.
그렇게 장군의 61세 행적이 ‘마치 열두 폭 병풍을 펼쳐놓은 듯이 정밀하고 환하게’ 복원됐다. 역사가 누락한 영웅을 되살려냈다는 의미 뿐 아니라 잊힌 한 무장의 일생이 창연히 부활해 웅대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저자는 정밀한 고증을 통해 연전연승 왜군을 격파한 장군의 뛰어난 전술과 지략을 실감나게 눈앞에 펼쳐 보인다. 또한 당시의 언어와 제도, 민간 및 관료 사회의 풍속과 문화 등에 대한 상세하고 생생한 묘사는 이 작품을 읽는 또 다른 재미라 할 수 있다.
2022년은 장군이 서거한 지 400주년이 되는 해다. 그동안 겹겹이 베일에 싸인 채 전설과 야담으로만 전해져오던 정기룡 장군과의 만남은 오늘 날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과거의 사가들이 누락했지만 백성의 생명을 구하고, 나라를 지켜낸 영웅의 삶은 기록되고 회자되며 지금까지 이어졌다. 정기룡 장군을 숨겨진 역사 속에 더 이상 가둬둘 수 없는 이유다. 황인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