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1분기처럼만 가라."구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통합해 올 초 출범한 KB증권의 한 임원은 최근 사내 분위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실적, 통합 속도 등에서 상승 궤도에 제대로 올라 탔다는 설명이다. 먼저 출범 후 첫 실적 발표인 KB증권의 올 1분기 순이익은 1088억원으로 주요 증권사 20곳 가운데 한국투자증권(1301억원), 미래에셋대우(1102억원)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이들 증권사 3곳만이 순이익 1000억원선을 넘었다. KB증권은 또 대형사 NH투자증권(886억원·4위), 삼성증권(558억원·7위)을 제친 것은 물론 경쟁 그룹의 증권 계열사 신한금융투자(460억원·8위)도 가뿐히 넘어섰다. 동시에 올해 순이익 목표치 3400억원도 1분기 만에 32.2% 달성했다. 특히 올해 순이익 목표치는 지난해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올린 순이익 합산의 2배가 넘는다. KB증권 관계자는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세일즈 앤 트레이딩(S&T), WS(홀세일) 등 모든 부분에서 실적이 균형 성장했다"며 "직원들이 구 현대파, 구 KB파로 나뉘어 갈등을 일으켰다면 이 정도 실적이 나올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과거 증권사들이 통합 과정에서 파벌로 나뉘어 과도기를 겪은 것과 달리 KB증권은 통합 첫해부터 빠르게 하나가 된 것이 실적으로 표출이 됐다는 것이다. KB증권은 또 실질적으로 양사의 고객 원장을 합치는 전산통합을 지난 15일 완료했다. 평소 '화학적 결합'을 강조해온 윤경은 KB증권 사장은 이날 사내 게시판에 'CEO 메시지'라는 제목으로 "이번 전산통합으로 대외적으로 업무 역량과 전문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고, 내부적으로는 통합 시너지를 더욱 확대해 나갈 기반을 마련했다"며 "이제 KB증권은 진정한 하나가 됐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는 하반기 초대형 투자은행 시대 시작을 앞두고 KB증권이 합병 필수 과제인 전산통합을 적당한 시기에 마무리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이 밖에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을 KB금융지주로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키기로 지난달 KB금융 이사회 결정이 내려지는 등 그룹의 비(非)은행 부문 규모가 커지는 것은 물론 그룹 차원의 통합 역량 강화도 KB증권의 전망을 밝히고 있다.실제 KB은행이 소개한 고객이 KB증권을 방문해 주식, 채권, 주가연계증권(ELS), 펀드 등 증권상품에 가입하는 소개영업액이 지난 3월 말 기준 1조1000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 4월에는 1조5000억원도 넘어섰다. KB증권 임원은 "출범 첫해 실적 출발이 좋고 전산통합도 문제 없이 이뤄졌으며 인재들까지 몰리는 등 1분기처럼만 가자는 분위기"라며 "다만 새정부가 출범한 가운데 오는 11월 임기 만료를 앞둔 윤경은 대표가 연임되지 않고 과거처럼 낙하산식 인사로 바뀌어 지금의 상승 분위기를 흔들면 어쩌나 하는 것이 저희의 현재 단 하나의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