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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 시대에 노인(老人)이 산다는 것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7.05.29 12:24 수정 2017.05.29 12:24

이제 5월은 지나고 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올해는 장미대선 핑계로 시내 곳곳에서는 노인잔치 현수막마저도 보기가 어렵다. 65세를 넘어서면 노인(老人)으로 분류된다.그러나 그게 문제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숫자로만 매긴다. 65세를 넘기고 나면 기분이 좋을 때조차도 왠지 기분이 나빠야 할 때가 많은 것 같다.‘늙은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까지 늙지는 않았다.또 늙어 보이지 않기 위해 항상 노력한다. 물론 늙어 보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물학적 생태적 표현을 얘기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늙어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노인(老人)은 일자리를 구하기에는 너무 늙었다면서 온전한 일자리를 주지 않는다. 너무 늙었다고 한다. 그래서 노인(老人)이라불리는 규정에 보다 심오한 질문 진정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65세가 넘으면 우리가 얼마나 지혜롭고 건강하고 정신이 맑으며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인가? 오늘날 문화 속에서는 은퇴할 나이가 되면 모든 것이 다 사라져 버린다. 우리는 늙었다. 우리도 그 사실을 안다.온 세상이 다 안다. ‘늙었다’는 말은 ‘쓸모없는’ ‘아무도 찾지 않는’ ‘실직한’ ‘무능한’으로 번역된다. 우리는 그 사실을 안다.왜냐하면 우리가 바로 그 나이이고 우리가 바로 그 노인(老人)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덜렁대지도 비실거리지도 투덜거리지도 않는다.우리는 여전히 사려 깊고 부지런하고 우리 주변의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분명하게 인식한다. 그러나 철저한 조사도 없이 좀처럼 바뀌지 않는 편견의 잣대로 노련한 근로자를 해고하는 문화 속에서 그러한 진실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 사회의 부정적인 편견들은 노인(老人)의 약점을 극대화하고 강점을 무시한다.노인(老人)은 지혜롭고 인내심이 있는 사람들이라기보다는 그저 굼뜬 사람으로 묘사된다. 노인(老人)은 다 환자이며 자신의 인생을 책임질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노인(老人)의 건망증에 대해서는 쉽게 이야기하지만 사실 대부분 사람이 그렇다는 얘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그 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것은 편견이 한 묶음으로서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삶에 대해 긍지를 가지고 스포츠를 비롯해 다양한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노인(老人)들이 우리는 쉽게 볼 수 있다.그들에게는 편견이 없다. 그들은 비록 겉모습은 늙었지만 사회인으로서 살아 있고 사회에 참여하고 있으며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존재다. 젊은 세대가 만나게 되는 노인(老人)의 초상이 우리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우리가 그들에게 보여주는 모습이 그들이 닮고 싶은 모습이 될 수도 있다. 충만한 삶에 이르는 길은 우리가 그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외적인 아름다움의 개념도 그저 드러난 것이 아닌 그 이면을 보아야 한다는 개념이 확산되고 있다. 얘를 들면 일본에서는 흰머리나 주름은 지혜와 헌신의 상징으로 여긴다.서구에서는 연령대와 상관없이 오래 걷는 것을 체력의 지표로 삼는다. 나이가 드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에 굴복한다면 이 시간은 우리에게 짐일 뿐이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가 두려워하던 존재가 되고 새로운 삶을 살 기회를 저버린다. 노인(老人)에 대한 편견이 틀렸음을 증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우리에게 주어진 나이를 충만한 삶으로 살아간다면 이 시간은 우리에게 선물이 된다.노인(老人)자체가 부끄럽지 않다. 당당하게 살며 주눅이 들어서는 안 된다. 5월의 가정의 달이 유월로 잊어진다. 유월은 청포도의 계절이라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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