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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뉴스 경주

토종배추‧무, 잃어버린 종자주권 천년고도 경주에서 되살리자

이상만 기자 입력 2016.07.04 13:09 수정 2016.07.04 13:09

조상대대로 토종배추·무를 지켜서 배추·무 종자의 맥을 잇고 있는 이동호(54)씨는 뜻밖에도 ‘농부’가 아닌 ‘원조 소쇄원 지기’로, 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 이름난 향토사학자였다.그는 국내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토종배추·무 종자 지킴이’라고 명함을 내밀었다.담양군 수북면 경산길 68번지 자택의 50평 남짓한 텃밭에서 한해 200포기 정도 토종배추·무 농사를 짓고 있는데, 그게 예사롭지 않은 일처럼 다가왔다.“지금 우리가 담가 먹는 배추·무김치는 거의 모두 개량종입니다. 1950년대 우장춘 박사에 의해 들여온 것이 현재에 이른 거죠. 그래서 우리 땅의 사람들이 정작 우리 배추·무의 참맛을 모르고 사는 게지요. 개량종 배추·무가 조상대대로 이땅에서 전래된 것인 줄 알고 먹고 있으니까요.”이씨의 설명은 이랬다. “우선 토종배추는 일반 개량종에 비해 키가 2.5~3배는 큽니다. 병충해와 기후변화에도 강해서 농약이나 비료 없이 자연재배가 가능합니다. 수분 함량도 적어 저장성이 매우 좋고 김치를 담가서 수년간(3~5년) 먹을 수 있습니다. 수분이 많아 시간이 지나면 물러져 녹아버리는 개량종에 비해 보존성이 뛰어난 것이 장점이기도 합니다. 개량종에 비해 폭은 거의 차지 않고 뻣뻣한 듯 하나 섬유질이 풍부합니다. 노란 속잎이 없고, 전부 푸른 잎이어서 비타인C와 엽록소가 풍부하고 배추 특유의 매콤한 맛과 향이 강합니다. 갓과 비슷한 매콤한 맛은 항암 성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그가 홀로 지키고 있는 토종배추 종자는 원산지가 지중해로, 중국 당나라를 거쳐 신라 때 국내에 들여온 것이란다. 고려 때는 왕실에서 재배했고, 약으로도 쓰였다. 원래 ‘숭 또는 숭채’라 했고, 조선시대 들어와 본격적으로 일반인들에게 재배를 권장했다. 이씨는 “아직도 이렇게 종자가 살아 있는데도 학계에는 공식적으로 멸종한 것으로 보고돼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사실 저 역시 종자를 잃을 뻔했죠.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토종배추를 직접 키워 김치를 담가주시다가 어느날 개량종으로 바꾸었어요. 그런데 맛이 없다며 제가 안 먹으니 다시 재배를 시작했어요. 그때 그렇게 정성을 쏟지 않았으면 우리 집안에서도 종자의 대가 끊겼을겁니다.”라고 했다. 40년 전 어머니로부터 토종배추 종자와 재배법을 이어받은 그는 이후 직접 본격 재배에 나섰다.이씨는 국립종자원에 문의해봤더니, 담당 연구원이 ‘이런 토종배추 종자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굉장히 귀한 것이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꽃이 핀 상태에서 측정해본 토종배추의 키는 135cm로 껑충하다.토종배추는 키가 훤칠한 게 특징이다. 겨우내 땅기운을 머금은 배추가 겨울을 낳고 봄이 되면 절로 자라나는데 꽃이 피면 130~150cm까지 솟는다. 여름에 씨를 맺으면 그것을 받아서 8월 중순경에 다시 심으면 90일 뒤인 가을에 김장용으로 수확이 가능하다. 그때 보통 크기는 70~80cm인데, 비옥한 곳에서는 1m까지 자란다. 먹을 만큼만 캐고 남겨두면 겨울을 나고, 봄에 꽃피아기 전에 어린순을 ‘봄동’으로 먹어도 된다.이씨는 “토종배추 씨는 좁쌀만해서 반말 정도, 즉 10ℓ 정도를 확보하면 수백만평을 심을 수 있습니다.”며 “관상용으로도 유채꽃처럼 보기 좋아 노란 토종배추 꽃축제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매년 종자로 수백억의 국부가 유출되고 있는데 향후 2020년에는 해외 종자로얄티로 8천억이상 지불한다고 한다. 우리의 주식소비에서 쌀보다 많이 소비하는 배추·무의 종자가 우리의 종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열변을 토한다.경주시 내남면에서 수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경주 토박이 최성규(45세)씨는 “토종배추·무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해 지상파 방송을 통해서 접했었습니다. 방송을 보니까 현재 심각한 농약살포에 대한 부담도 없어질 것 같고, 식감이 좋아서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을 것으로 생각이 되었습니다. 부디 관계당국과 잘 협조가 되어 경주에 빠른 시일 안에 토종배추·무가 보급되기를 기대해 봅니다.”라고 이야기했다.또한 내남면장(박주식)은 시험재배 및 기반시설을 내남면에서 유치하기를 강력히 희망했습니다.토종배추·무를 원재료로 김치, 스레기, 나물, 조청, 엿 등 50여 종류의 레시피가 가능하며, 꽃축제를 통한 부대사업(꿀, 치유, 음식 등)과 기존 문화관광과 연계, 기능성 성분을 활용한 생활용품 사업(미용비누, 샴푸, 바디로션, 향수, 아로마제품 등), 종자사업 등을 펼쳐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기대된다.신라의 상징인 천년의 고도 경주에서 왕이 먹었던 토종배추·무를 되살려 우리 국부를 지켜내는 자부심과 문화재와 연계한 농어촌 발전에 경주시와 관계자가 적극 나서야 할 때이다.경주/이상만 기자 man107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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