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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개빡치주’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입력 2023.06.05 18:33 수정 2023.06.06 09:38

류순연 편백숲하우스범어점 대표

↑↑ 류순연 편백숲하우스범어점 대표

집 근처 어느 편의점에 들렀더니 ‘개빡치주’라는 상표가 눈에 띄었다. 새로 나온 소주 이름이라 한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화가 난다’는 표현을 ‘빡치다’라고 하고, 어떤 낱말 앞에 접두사 ‘개’ 자를 붙여 ‘정도가 심한’, ‘매우’의 의미로 표현하는 것을 보면 ‘개빡치주’는 매우 화가 났을 때 마시는 술쯤으로 해석할 수는 있겠다.

피곤한 상태가 매우 심할 때 젊은 세대가 흔히 ‘개피곤’이라 표현하는 경우와 같지 싶다. ‘빡치주’라는 이름의 소주도 동시에 출시된다고 하는데, 알코올 도수 25도로 현재의 순한 소주 16도 보다는 높은 편이라 한다. 그런데 ‘개빡치주’는 40도나 된다고 하니, 화가 나도 너무 나서 이 소주를 마시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는 뜻이 들어있는 양 이름을 지었지 않았겠냐 하고 짐작되기도 한다.

한편, 물론 상품의 이름이야 그 상품을 만들어 파는 사람의 취향이나 의도가 들어있겠지만, ‘빡치주’나 ‘개빡치주’라는 소주의 이름은 아무래도 모든 세대가 무리없이 받아들이기엔 조금 어색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검색을 해 보니 너무 격하다거나 너무 저속해 보인다는 의견이 많이 올라오고 있었다. 필자 또한 아무리 고객들의 눈에 잘 띄고 싶고, 소주의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르는 젊은 세대를 타겟으로 이름을 지었다고는 생각하지만 조금 지나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다.
 
이같이 인지도를 높이고자 일부러 어떤 ‘잡음’을 일으켜 홍보 효과를 노리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바로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으로, 사회적 이슈를 요란스럽게 해서 다른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이라 한다. ‘노이즈(noise)’ 즉 ‘잡음’을 일으키는 목적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자연스럽게 화젯거리가 되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라 한다. 

‘잡음’에 대해 흔히 찬반으로 갈라져서 비판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이를 옹호하는 사람들도 생기게 되는데, 이때 옹호하는 사람들은 저절로 신뢰자 또는 충성고객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굳이 찬반의 입장을 정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이슈화되면서 상품에 대한 구매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점을 생각한다면 ‘개빡치주’와 같은 식의 이름은, 사회적 잡음을 일으켜 홍보 효과를 처음부터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5월 26일부터 출시되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미 여러 매체에서 그 이름에 대한 시선을 받고 있다고 하기 때문이다.
 
상품에 어떤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품질 못잖게 중요한 일이다. 소비자의 기억 속에 파고 들어가는 첫 단추이기 때문이다. 또 상품의 이름은 상품의 메시지와 사람들의 마음 사이에 생기는 첫 만남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름이라는 것은 우선, 누구에게나 거부감이 없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서까지 자신의 이름을 알려야 한다면, 이미 알맞은 이름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이름을 널리 알리는 것이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한 전 단계 광고효과는 될지언정, 단순히 이름을 알리는 것만으로 곧 성공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범죄로 여러 사람에게 이름을 알린 당사자는, 과연 잡음을 일으켜 이름을 알린다는 취지의 노이즈마케팅을 잘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비록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지만 그런 행동은 건전한 가치관이 아니다. 이름을 가진 그 사람의 행위 자체가 문제이지 그 행위를 하는 사람의 이름이 얼마나 많이 알려졌느냐가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잡음을 일으키는 것이 모든 경우에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이런 행동이 단순히 사회적 시선을 모으기 위한 수단이라는 개념을 뛰어넘어, 잡음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올바르게 자리 잡으면서 사회적 이익에 부합할 때, 이것은 오히려 바람직하기까지 한 것이다.

필자의 생각은, 잡음을 만들어내는 이런 이름은, 무작정 논란을 만들기 위해 시도하는 것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목적으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자신을 정직하게 제대로 알리는 계기로 삼기 위한 합법적 방법으로써 잡음을 일으키는 것은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개빡치주’라는 이름의 상표는 바람직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이름을 알리기 위해 지켜야 할 다른 정당성까지 깨트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독특한 아이디어로 지은 이름은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자리 잡겠지만, 눈에 띄는 비속어를 공식적인 제품 이름으로 올린다는 것은 어딘가 꺼림칙하다. 상품의 이름이 상품의 성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해서 지나친 파격까지 소비자들이 선호한다고 할 수는 결코 없을 것이므로, 신제품 개발 못지않게 좋은 이름 발굴에 대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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