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이종길)가 지난 5일 동국대 교수 채용에서 떨어지자 불만을 품고 사실 확인 없이 합격한 지원자에 대한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된 A씨(63)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날 재판에서 배심원 7명 가운데 5명은 '유죄' 2명은 '무죄'로 평결을 내렸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0년 3월, 동 대학 명예교수 7명에게 "교수 B씨가 쓴 논문 6편의 표절의혹이 잠정 확인됐다. 이는 명백한 임용취소 사유에 해당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 B씨 명예를 훼손한 혐의다.
이날 검찰 측은 "A씨는 B씨에게 자신의 교수 채용 청탁을 수년 간 해왔지만 B씨가 이를 거절하자 불만을 품고 이 같은 문자메시지를 다른 교수들에게 보낸 것"이라고 했다.
이어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행동해 피해자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주요한 동기와 목적이 사적인 이익에 더 가깝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A씨는, 범행을 하기 전 B씨에게 "한 바탕 광풍을 불러일으키고 재미있게 놀고 즐길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것은 맞으나 논문 표절의 내용은 거짓이 아니다"며 "공공의 이익이 더 크고 비방 목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표절 의혹 제기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다"면서 "학교 홈페이지에 이 같은 내용을 올리지도 않아 명예를 훼손하지도 않았고, 교수들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바로 잡기 위해 이 같은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검사는 "수 년이 지났지만 피해자에게 사 하지 않는 등 피해회복에 노력하지 않았고 자신의 범행을 합리화하고 있다"면서 벌금 400만 원과 소송비용 부담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전문가나 전문기구에 논문 표절 관련 확인없이 피해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면서 "당시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고 피해자 동료 교수들에게 이같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다소 공익적 목적이 있더라도 사적인 목적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안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