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오피니언 칼럼

꽃, 가벼운 듯 무거운 듯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입력 2023.07.24 10:13 수정 2023.07.24 10:27

조정희 휴피부관리실 원장

↑↑ 조정희 휴피부관리실 원장

피부관리실을 개업하며 받은 관엽수들을 물을 담은 그릇에 꽂이하면, 뿌리가 내려 가까운 지인들에게 선물해주며 너무 좋아하는 걸 보며 많이 뿌듯했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이때부터 꽃이 나를 부르고, 내가 꽃을 불렀다. 이전엔 화초를 키워본 적도 없고, 잘 키워 낼 자신도 없으니 당연히 관심도 없었다. 물주는 주기(週期)도 내 맘대로, 볕을 쪼여 주는 것도 내 맘 대로이었다. 꽃을 보는 화초 들은 꽃대만 잘 잘라 줘도, 일 년에 몇 번이고 꽃을 볼 수 있다는 혹하는 말에 봄에는 목마가렛, 안개꽃, 수국을 가을에는 아름드리 국화꽃을 색깔 별로 사와 의욕 넘치게 시작 했지만 꽃들의 이웃이 되기엔 턱없이 부족해 결국 두 번째 꽃을 보지 못했다.

올해 봄 노란색 카라 화분을 선물 받으며 예쁜 꽃을 키워 나눔하고 싶다는 욕심에 모종을 사와 분갈이 했다. 그랬더니 화분들이 늘어났다. 공부도 해보지만 화분갈이, 가지치기, 순지르기, 꺾꽂이하기, 영양제 주기, 어떤 것도 쉬운 게 없다.

공부 할수록 몰랐던 것도, 알아야 하는 것도, 그때그때 마다 달라져야 하는 것들도, 많고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는 것이 생명의 위대한 일인지를 알아간다. 위대함을 느긋하게 기다리는 것은 ‘참을 수가 없는 존재의 무거움’이다. 꽃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시든 잎과 꽃은 늦지 않게 잘라주고 노랗게 변한 잎들도 정리해 주고, 물받이도 항상 청결하게 해 세균이 번식하지 못하게 해주고, 햇볕을 좋아하는 꽃과 잎이 얇아 타버릴 수 있는 꽃들은 볕을 골고루 받을 수 있게 요리조리 방향도 돌려주는 게, 나의 하루 일과의 시작한다. 

같은 꽃이라도 환경에 따라 흙에 따라 물주는 주기가 다르고, 물을 좋아하는 화초는 뜨거운 여름엔 아침저녁으로 물을 줘야 하는 것들도 있고, 화분의 흙이 마를 때 까지 참았다가 줘야, 필요한 만큼 듬뿍 물을 받아들이는 것들도 있다. 꽃들도 새 흙으로 갈아주거나 복토를 해주어, 영양제를 공급받게 해주고, 화분 사이즈도 키워줘야 힘차게 뿌리를 내린다. 꽃빛깔 이 옅어지고 힘없던 로베니아는 무심한 듯 실외에 내놓았더니 촉촉이 비 맞고, 살랑살랑 산들바람 샤워도 하고, 햇볕을 듬뿍 받더니 예쁜 파란색을 만발한 걸 보면, 스스로 자연을 받아들이고 자생하는 힘의 신비로움을 느낀다.

화초를 키울수록 사람과 참 많이 닮은 것 같다. 부족해도 과해도 서로가 힘들어지니, 끝임 없이 살피며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의 따뜻함으로 늘 가까이 있어 주어야 한다. 아픈 상처는 빨리 도려내 새살 돋는데 집중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처럼 시들기 시작한 꽃은 빨리 정리해 자라나는 새 가지와 꽃 봉우리에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게 해주어야 화초가 힘들지 않게 새 꽃을 선보일 수 있다. 혹시 꽃을 조금 더 보고 싶은 욕심을 내다보면, 가차 없이 잎을 지우거나 잎을 떨어뜨려 스스로를 지키려 애쓴다. 참 미안해지는 순간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나는 이렇게 꽃들과 대화한다. 서로 간에 부름의 대화이다. 서로를 알아가는 대화이다.

위기이자 기회이기도 한 여름을 보내고 나면,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시간만큼 싱싱한 가지와 예쁜 꽃을 선물해주니 하루도 소홀해질 수가 없다. 꽃들을 보며 날마다 행복한 에너지로 채워지고 하루의 시작과 끝을 설렐 수 있게 해주는 꽃들이 오히려 나에게 좋은 이웃이 되어 준다.

‘그에게로 가서 나도/그의 꽃이 되고 싶다//우리들은 모두/무엇이 되고 싶다.’ 다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다시 인용하면서, 글을 마친다. ‘왜’ 가벼운 줄도 무거운 줄도 모르면서.


저작권자 세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