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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인생의 一毛作을 마친 ‘공로연수자’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입력 2023.08.28 07:52 수정 2023.08.28 09:33

인생 二毛作 결실의 ‘사회봉사자’로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첫발을 디딘 공무원은 근무하는 동안에 큰 하자가 없는 한, 평생직이다. 그러나 최고위층인 선출직 공직자는 적게는 4년, 오래해도 십 수 년에 그친다. 선출직과 평생직의 차이는, 근무 연수에 커다란 차이가 있다. 겉으로 보기엔, 선출직 고위직 공직자가 그럴듯해도, 벽이 있다. 소신껏 국민들에게 봉사하게엔, 9급으로 출발한 공직자가 더 가치가 있다.

공직자가 일정한 근무연도가 차면, 공로연수를 간다. 평생을 공직이라는 닫힌 공간에서, 근무를 했으니, 다양한 사회에 적응이 쉽지가 않을 게다. 여기서 공로 연수라는 제도가 있다. 퇴직 후에 사회 ‘적응훈련’이다. 물론 출근을 하지 않아도, 본봉이 달마다 꼬박꼬박 나온다. 이를 두고선, 일부에선 세금낭비라는 빈축을 준다.

이 같은 여론에 부딪친, 한 때의 모 지역 시장은 취임 이후 첫 번째 공직사회 혁신 사례로 추진해 온 ‘공로연수 축소·폐지’를 공약화했다. 그러나 공무원노조가 공로연수 폐지에 따른 인사 적체와 공직사회 사기 저하를 주장하면서, 철회를 주장하자, 시장은 전격적으로 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공로연수는 법으로 규정된 사항으로, 이래라저래라 할, 사항이 아니다. 그 때의 시장은 공무원노조와 공로연수 축소·폐지 철회, 6급 이하 공로연수 재개 검토, 직원 복리·사기 진작을 적극 수용 등에 합의했다. 

공로연수자는 인생(人生) 일모작(一毛作)을 성공적으로 마친 자들이다. 일모작을 마치고, 공로연수 기간에 주는, 봉급도 결코, 세금의 낭비가 아니다. 우리사회기 이 만한 대우를 이들에게 할 때에, 이들은 인생 일모작(현직 근무)에 신명을 바친다. 날마다 아침만 되면, 출근하던 이들이 하루아침에, 출근할 곳이 없어진다면, 가슴에 바람이 통과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이들에게 인생 이모작을 우리사회가 준비를 해줘야한다.

약간의 사례를 들면, 지금은 스마트폰 시대다. 스마트폰의 보급이 가히 현생 인류를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라고 부를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은 스마트폰 만지기를 두려워한다. 공로연수자들에게 어르신들의 스마트폰 교사가 되면, 좋을 터이다. 여기서 평생직 공직자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면, 크게는 국민, 가까이는 주민들과 더욱 친숙해질 것이다. 이게 바로 공로연수자들의 대사회 순기능이다. 또한 소방직 공무원이 공로연수부터, 인생 삼모작의 결실을 거두고자한다면,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준다. 출근하지도 하지도 않고, 봉급을 준다는(혈세탕진) 말을 그 누구도 못한다.

공로연수자들의 ‘인생 이모작을 수확’하려면, 얼마든지 있다. 전산실의 경험을 가진 이들은 주민센터 등에서, 컴퓨터를 강의한다면, 또 다시 공로연수를 마친 후에도, 연속적으로, 강의하면, 이건 인생 삼모작(三毛作)이다. 삼모작에서 끝나지 않는 ‘n차 자원 봉사자’(volunteer helpers)로, ‘인생의 보람’이다.

공로연수는 정년퇴직 예정 공무원에 대한 사회적응 준비기회 부여 및 기관의 원활한 인사운영을 도모하기 위해 시행한다. 1993년 당시 행정자치부 예규로 중앙 및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정년 퇴직일을 기준으로 사무관(5급) 이상은 1년, 사무관 이하는 6개월 전에 본인 희망에 따라 공로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는 지방공무원이 정년을 6개월에서 1년 미만만 남겨두고 있을 경우, 퇴직 뒤 사회 적응 등을 이유로 출근을 면제한다. 이 기간 공무원 신분은 그대로 유지되며, 현업에 따른 수당을 제외한 급여도 그대로 받는다.

여기서 문제는 평생직에서 익힌 전문지식으로 사회봉사는 커녕, 출근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하면서 봉급만을 받는다면, 이 제도에 대한 여론을 나쁘게 하는. 역기능이다. 이들은 퇴출의 대상일 뿐이다. 그러나 이들보다 사회에 순기능을 하는 이들이 역기능보다 많기에 국민(주민)들은 큰 위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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