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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PC주의’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입력 2023.08.28 08:00 수정 2023.08.28 09:38

김찬곤 경북과학대 교수‧시인

↑↑ 김찬곤 경북과학대 교수

빌보드(Billboard magazine)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미국의 음악 잡지로, 매주 가장 인기 있는 노래와 앨범을 순위로 매겨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레코드 차트를 발표하고 있다. 따라서 여기에서 1위를 차지한다는 것은 당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음악을 발표했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에 이름이 올려진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람에 대한 음악적 인기를 세계적으로 공인받는 셈이 되므로, 이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최근 빌보드 1위~3위까지 ‘미국판 트로트’가 차지하였다고 하는 어느 유명 일간지 기사가 있었다. ‘미국판 트로트’는 소위 ‘컨트리 음악’으로 불리는데, 그것이 1위~3위까지 휩쓸었다고 하는 것은 눈여겨 볼만한 일이다. 100년 전쯤 미국 남부에서 시작된 컨트리 음악은, 백인 남성 우월적인 색채를 갖고 있다고 여기는 풍조가 많아,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미국에서는 그저 기피 대상의 문화로까지 엄격하게 분류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컨트리 음악은 미국적 정서를 강하게 담고 있다고 여기는 장르로, 우리나라의 트로트 격이다. 트로트 하면 우리나라 전통가요라고 여겨지는 이치와 같은 셈이다. 미국에서 이 장르의 음악을 부르는 가수 대부분이 백인 남성인데다 가사의 주제 중에 보수적인 내용을 담은 것이 많아서 주로 젊은 층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지는 못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TV 프로그램에서 트로트 열풍을 의도적으로 북돋우고는 있지만, 젊은 세대는 K팝에 더 심취해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와 같은 최근의 ‘미국판 트로트’ 장르의 강세를 두고, ‘PC주의’에 대항하는 보수의 반격이라는 시각을 가진 전문가들이 많다. PC(Political Correctness)를 직역하면 ‘정치적 올바름’이다. 이 말에 ‘주의(主義)’를 붙여 ‘PC주의’ 라고 하면, 차별적인 편견이 섞인 표현을 쓰지 말자는 이념의 지향이다. 출신, 인종, 성별, 종교, 성적지향, 장애 등에 따른 선입관을 갖지 말자는 취지인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PC가 가진 원래의 뜻과 실제 PC 운동과는 괴리가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 주목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몇 달 전 개봉되었던 영국의 다큐멘터리 ‘퀸 클레오파트라’였다.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실제의 역사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데, 클레오파트라 역할을 흑인 배우가 맡았기 때문이다. 전문적으로 연구한 이집트에서조차 클레오파트라는 흑인이 아니라 금발의 백인 여성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음에도, 왜 흑인은 안 되느냐, 인종차별 하는 거냐며 강한 주장을 펴면서 흑인 주연으로 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바르지 않게 보인다. 아무렴 흑인이 주요 배역을 맡는다고 해서 논란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그러나 배경이나 원작 등장인물의 사실적 자료를 무시하고, 흑인이면 왜 안 되느냐고 고집을 피우는 것은, 아무래도 보편타당성을 떨어뜨리는 결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화이트워싱’이라고 하여 인기 있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백인 배우가 주류를 이루는 경향은 있었다. 그렇다고 이런 풍조를 PC주의로 적용한답시고 클레오파트라를 흑인 주연배우로 고집한다는 것은, 단순 반발성 ‘블랙워싱’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미국의 컨트리 열풍이 그래서 ‘PC주의’에 대항하는 보수집단의 반격이라고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 같다. 차제에 올바른 ‘PC주의’ 실천이 필요해 보인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궁극적으로는 ‘PC주의’가 여타의 인권운동들과 마찬가지로 인권을 신장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또 기본적으로 편견을 줄여나감으로써 사회적 균형과 규범으로 승화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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