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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피터팬’ 벗어나기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입력 2023.10.02 10:00 수정 2023.10.03 05:41

류순연 편백숲하우스범어점 대표

↑↑ 류순연 편백숲하우스범어점 대표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 자식에게 쏟는 애정은 유별 날 수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도가 지나친 경우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자녀가 원하는 대로만 하다 보니, 옳고 그름에 대한 자기 주도적 판단 능력이 없는 아이로 키운다는 꾸중 섞인 말이다. 그러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항상 부모가 시키는 대로 따르기만 하며 자라, 어른이 되었어도 스스로 무엇 하나 해내지 못하는 몸은 어른이나 생각은 아이인 ‘어른아이’가 되어버린다고 하소연한다.

‘어른아이’하면, 문득 ‘피터팬’이 떠오른다. 소설 ‘작은 하얀 새(The Little White Bird)’의 일부 내용으로 처음 알려졌다고 하는데, 그 중 ‘피터팬’의 이야기를 크리스마스 아동극으로 만든 게 발단이 되었고, 1911년에 이것을 동화로 바꾸어 출간하면서 인기를 얻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몇 십 년이 흘렀지만, 필자도 ‘피터팬’이라면, 그 이야기가 낯설기는 커녕 소설에 등장한 장면들이 현실에서 본 것인 양 머리를 스친다. 등장인물의 선명함이나 상상력으로 등장하는 해적, 요정 등이 마치 현실에서 일어난 일인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도 있다.

어떤 동화는 어린 시절 마음을 일깨우며 당시의 시대상에서 등장하는 어른의 세계에까지 정신적 영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동화는 어린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한 의도된 이야기 이상의 가치관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피터팬’이 그런 것 같다. 영원히 유년에만 머무르면서, 결코 자라지 않는 아이 또는 자라고 싶지 않는 아이로서 순수한 느낌을 주면서, 단순한 흥미 위주 동화라기보다는 교훈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할 수 있을 성싶다. 달리 표현하자면 처음에는 아이들을 위한 작품이었지만 나중에는 어른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독특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야기 속의 피터팬처럼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어른이 되었으되 아이의 마음을 벗어나지 못하는 심리적 현상에 물들어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바로 ‘피터팬 콤플렉스’라는 것이다. 이는 몸은 성인이 되었으나 정신은 어린이를 벗어나고 싶지 않은 심리 상태로 해석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배운 게 아니라 잡아놓은 물고기를 받아먹는 법만 배우고 자라 ‘어른아이’가 된 현상을 나타낸다.

우리는 아이 때까지는 또래보다 앞섰으나 어른이 되면 뒤처지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직장에서도 어느 정도의 직책까지는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성과를 올려 일찍 승진하였지만, 더 높은 직책을 맡으면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가 바로 ‘피터팬 증후군’ 또는 ‘피터팬 콤플렉스’다. 성인으로서 어떤 일에 책임을 져야 하는 현실을 은연중 회피하고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어른이 되었음에도 이를 부정하고 아이 때의 세계에 안주하고 싶은 심리다.

이런 현상을 겪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어른이 됨을 부정하고 어른이 되었을 때는 시간의 퇴행이라는 심리적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감당하기 힘들거나 감당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라도 이를 인정하고 극복해내려는 마음을 갖기보다, 오히려 지금의 현실을 부정하고, 의사 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어린아이처럼 망설이며 미성숙한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부모의 보호를 받던 환경에서, 이제는 다양한 상황 속에 자기가 스스로 선택을 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되니, 자신도 없을뿐더러 이런 과정을 회피하고 싶어 스스로 결정하거나 책임지기를 거부하는 마음의 상태에 몰입하는 것이다.

삶은 내비게이션처럼 단순히 안내대로만 따를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방식대로 선택한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스스로 결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젊게 살기’는 좋으나, 그렇다고 해서 마냥 어린아이처럼 현실의 어려움으로부터 도망쳐 보호받기를 원하는 삶은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터팬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사람이, 스스로 이를 극복하기란 그리 만만하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현실적으로 어른의 세계에 진입하지 못하는 ‘피터팬’이 있는지,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바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없는지 주위를 둘러볼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이 자신의 꿈과 목표를 향해 어른으로서 실천적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며, 그들이 가진 재능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주어진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나아가도록 응원해야 한다. ‘피터팬 벗어나기’를 잘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격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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