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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오래 걸리고 개운하지도 않은 배뇨 뭐가 문제일까?

황보문옥 기자 입력 2023.10.24 15:08 수정 2023.10.24 15:21

김진우 연세대 의대 용인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 용인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김진우 교수

방광은 우리 몸에서 생성된 소변을 저장 및 배출(배뇨)하는 기관이다. ‘배뇨장애’란 요로계통의 문제로 인해 나타나는 배뇨의 이상증상을 의미하며 빈뇨, 급박뇨, 배뇨통, 배뇨곤란 등이 그에 해당된다. 그중 배뇨곤란은 배뇨를 원하나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증상으로, 흔히 남자에게 일어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남녀노소 모두에게 나타날 수 있으며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다양하다.

배뇨곤란의 주요 원인으로는 요로감염, 방광의 기능 저하, 전립선비대, 약제 부작용 등이 있다. 요로감염은 신장, 요관, 방광, 전립선 등 요로계통에 세균이 침입하여 감염되는 상황을 의미하며,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감기처럼 일상생활에서의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가 증가함에 따라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며, 의사들은 문진을 통해 이를 쉽게 알아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경조사, 여행, 고강도 운동 등 무리한 활동을 한 후에 잘 나타난다.

전립선염의 경우 전립선이 부으면서 요배출이 방해되어 배뇨곤란이 발생하고, 방광염의 경우 소변이 충분히 차지 않았는데도 요의(소변이 마려운 느낌)를 느껴서 소량의 소변을 억지로 배뇨하려는 증상을 보인다.

방광기능 저하도 배뇨곤란의 원인 중 하나다. 이는 신경 손상, 노화, 당뇨와 같은 요인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데, 특히 노화로 인한 경우가 가장 많다. 원활한 배뇨를 위해서는 적절한 타이밍에 요도괄약근은 이완되고 방광근육은 수축되어야 한다. 하지만, 방광기능이 저하된 환자들은 대부분 이 방광수축력이 저하되어 있어 충분한 배출이 되지 않으며 잔뇨가 많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환자들의 특징은 방광의 감각 역시 저하돼 본인이 배뇨곤란의 상태에 있는지 잘 인지하지 못하며, 오히려 팽창된 방광에서 소변이 조금씩 새어 나오는 것을 ‘빈뇨’로 착각해 이를 주로 호소하며 병원에 오기도 한다.

남성에게만 존재하는 전립선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비대해지는데, 이는 서서히 소변의 흐름을 압박해 요배출을 방해한다. 매체의 영향으로 모든 배뇨곤란의 원인을 전립선비대로 생각하고 단언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매우 편협한 생각이며 다른 원인이 있는지 충분히 검사하고 분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배뇨곤란을 유발하는 약제들이 원인인 경우가 있다. 감기약에 포함된 항히스타민제가 이에 해당하며, 정신·신경계 약물 역시 약제부작용으로 배뇨곤란을 일으킨다. 만성 암 환자나 만성 통증 환자들에게 투여되는 아편류 진통제도 방광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 또한, 과도한 음주 후에도 배뇨곤란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응급실을 찾기도 한다.

배뇨곤란의 일반적인 증상으로는 약해진 소변줄기, 잔뇨감, 하복부 통증이 있다. 일부 환자들은 배뇨가 원활하지 못해 외부의 힘을 이용한다. 억지로 배에 힘을 주거나 혹은 손으로 아랫배를 눌러 배뇨하는 식이다. 두 경우 모두 정상적인 배뇨양상은 아니기 때문에 이럴 때는 가까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심한 배뇨곤란의 경우 소변이 전혀 나오지 않는 ‘급성요폐’로 따로 분류될 수 있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방광의 압력이 요관 신우에 압력을 가하게 되고 나아가 신기능의 급성 손상이 야기된다. 일반적으로 방광에 300~500cc의 소변이 축적되면 요의를 느끼고 배뇨하게 되는데 앞서 말한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급성요폐가 일어나면 방광이 1000cc 가까이 팽창할 때까지 배뇨를 못 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배꼽 아래 하복부에 주먹만 한 크기로 팽창된 방광이 만져지며 심한 경우 식은땀과 호흡곤란 등의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가급적 빨리 응급실에 가야 한다.

배뇨곤란의 치료 방법은 그 원인에 따라 다양하다. 일시적인 요로감염에 의한 배뇨곤란이 의심된다면 가까운 병원에서 소변검사를 받고 항생제 치료를 단기간 하면 증상이 호전될 것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약물이 배뇨곤란을 유발한다고 의심되는 경우엔 의사와 상담하여 약제의 감량이나 부작용이 적은 다른 약제로의 변경을 고려해야 한다. 흔히 기존 신경·정신계 약제를 복용하다가 용량을 늘리거나 약제를 바꿨을 때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최근에 처방을 변경한 이력이 있다면 담당 의사를 찾아가 상담하도록 한다.

전립선비대의 경우, 병원에서 충분한 검사를 통해 전립선비대 및 이로 인한 요배출 저하가 확인되면 우선 약제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 약제치료를 하는 동안 주기적으로 요속검사를 시행해 요배출의 호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만약 오랜 기간 약제치료를 했음에도 호전되지 않는다면 전립선 압박을 물리적으로 해소하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경요도적 전립선 절제술, 홀뮴레이저 전립선 절제술 등이 일반적이며 최근에는 전신마취 없이 가능한 전립선결찰술(유로리프트)이 개원가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전립선 크기 및 모양 등 상황에 따라 치료법도 다르니 비뇨의학과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수술법을 안내받는 것이 좋다.

간혹 전립선 크기가 정상인데도 배뇨곤란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있다. 그중 전립선이 안쪽으로 압박하여 요배출을 방해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필요시 요속검사 외에 경요도 내시경 검사도 시행한다.

방광기능의 저하로 인한 배뇨곤란이 검사를 통해 확인된 경우, 약제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 이때는 짧은 소변줄을 하루에 4~6회 요도에 삽입해 물리적으로 방광의 소변을 주기적으로 제거하는 ‘자가도뇨법’이 권장된다.

이 방법은 환자들의 거부감과 불편함을 동반하지만 수축력이 감소하거나 수축을 아예 못 하는 방광을 효과적으로 회복하는 약제는 아직 없다. 흔히 의사들이 ‘방광은 재활이 안 되는 장기’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많은 병원에서 어떻게든 환자를 자가도뇨로 치료하려는 의사와 이를 최대한 피하려는 환자들 간의 실랑이가 일어난다.

급성요폐의 경우는 원인 파악에 앞서 치료가 우선이다. 급성 요폐 환자가 응급실에 내원하면 신기능 보존을 위해 먼저 소변줄을 넣어 소변을 제거한다. 추가적인 검사 후에 급성요폐 외 다른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퇴원 절차를 밟는데, 이때 많은 환자들이 소변줄을 삽입한 채로 귀가할 시 문제가 생기지 않을지 상당히 우려한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강한 힘을 주어 뽑지 않는 이상 소변줄은 우리 몸에서 빠지지 않게 하는 일정한 안전장치가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급성요폐가 일시적인 원인에 의해 유발됐다면 약 1주일 뒤 외래에서 소변줄을 제거하고 다시 배뇨를 확인한다. 일회성 배뇨곤란에 의한 급성요폐는 큰 문제가 없지만, 반복적인 배뇨곤란으로 인한 급성요폐는 여러 원인이 동반될 수 있으므로 환자 및 의료진의 주의 깊은 경과 관찰과 원인 치료가 필요하다.

배뇨곤란은 우리 일상의 질을 떨어뜨리고 심한 경우에는 의학적으로 위급한 상황을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배뇨곤란 증상을 완화하는 많은 약제, 수술법 등이 마련돼 있다. 배뇨곤란을 겪고 있다면 가까운 비뇨의학과를 찾아가서 정확한 원인 진단 및 치료에 대해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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