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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청년’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입력 2023.12.11 13:06 수정 2023.12.11 17:09

김찬곤 경북과학대 교수‧시인

↑↑ 김찬곤 경북과학대 교수

청년이란 단어를 포털에서 검색하면, 그 뜻보다 청년도약계좌, 청년희망적금, 청년내일채움공제, 청년전세대출, 청년주택드림, 청년주택, 청년몽땅정보통 등이 먼저 뜬다. 각각은 청년의 개념을 자기 나름대로 정해놓고 그것에 상응하는 특별한 혜택을 제공한다는 금융상품들이다. 우리 사회의 큰 기둥인 청년에 대한 관심과 그들이 사회의 한 일원으로 활발한 역할을 기대하는 마음을 반영하고자 하는 취지로 보인다.
 
그런데 그와 같은 경우에 표현된 ‘청년’과 현실에서 사용되는 ‘청년’의 개념은 많이 다른 것 같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한창 힘이 넘치는 때에 있는 사람’이라는 사전적 의미와는 사뭇 거리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청년’에 대한 개념이 새롭게 등장하여 널리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청년’의 개념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절정에 도달해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과거엔 주로 젊은 남성을 지칭하는 용어였는데, 현대에는 젊은 남녀 모두를 통용하는 의미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과거에는 10대 후반~20대 정도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는 수명이 늘어나고 삶의 평생 주기가 길어지면서 나이에 얽매이지 않는 추세다.
 
한편 ‘청년’을 정의하는 나이 기준이 없기 때문에 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주로 20대만을 청년으로 부르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고등학생만을 지칭하기도 하지만, 40대 이상의 연령층도 청년으로 부르는 경우가 허다해졌다. 경북 의회 한 의원은, 우리나라 ‘청년기본법’에 따른 청년의 기준에 대한 자료를 내놓아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는 경북도의 청년 기본조례의 경우, 청년의 나이를 19세에서 39세로 정하고 있는데, 영양, 청도, 예천, 봉화, 울진은 19세에서 49세로 경북 내 시, 군 중 청년 나이를 가장 광범위하게 정하고 있다고 하여 눈길을 끌었다.

그 주장에 따르면, 김천시, 안동시, 경산시, 칠곡군에서의 청년은 15세~39세를 가리키고, 영양군, 청도군, 예천군, 봉화군, 울진군에서는 19세~49세까지를 청년으로 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15세도 청년이고, 그들의 아버지뻘인 49세도 청년이 되는 셈이다. 나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정에 도달한 까닭은 아마 신체적 나이보다 정신적 나이의 중요성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사례는 최근 부쩍 많이 소개되고 있다. 올해 95세 홍콩의 어느 한 재벌에 대한 보도도 그렇다. 그는 활발한 통찰력으로 인터넷 전화 스카이프, 페이스북, 화상회의 플랫폼 ‘줌’에 투자해 대박을 터트렸다고 한다. 더구나 최근엔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투자를 지휘하고 있다고도 하였다. 청년과 같은 열정과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어떤 헤지펀드 대가는 93세임에도 현역 펀드매니저로 청년과 같이 뛰고 있다고 하며, 미국 언론의 한 재벌은 92세까지 폭스 회장직을 수행했으며, 영화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93세임에도 영화 제작 중이라고 한다. 과히 그들은 청년과 다름없어 보인다는 세간의 평이다.

또 미국의 2023년 11월호 한 잡지에 “수퍼 에이저(super ager)”라는 특집 기사가 있었다고 한다. ‘수퍼 에이저’란 나이가 80~90대이지만 뇌 기능은 청년 못지않은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라 하는데, 미국의 한 대학이 이에 해당한다고 생각되는 1만 명을 조사한 결과, 청년의 특징과 유사한 여러 결과가 나왔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90대의 현역 ‘청년’들이 있다. 90세 T그룹 창업자가 5년 만에 CEO로 복귀했는데, 그는 매일 헬스장에서 1시간씩 근력 운동을 하고, 골프장 18홀을 걸어서 다닐 정도로 건강이 좋다고 한다. 91세의 가천대 총장은 대학 축제장에서 싸이의 말춤을 추며 ‘지구 최강 동안’을 자랑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뉴스다.
 
요즘 농촌 마을에서의 ‘청년회장’의 나이는 또 어떤가? ‘청년’회장인데, 거의 환갑을 넘겼다고 한다. 물론 농촌거주자 중에서 신체적 나이가 청년에 속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까닭도 있겠지만, 환갑을 넘겨도 아직은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음을 방증하는 현상이다.

나이가 청년의 개념을 정하는 절대적 기준이 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 되었다. 소위 고령자라고 하는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하인 중년에 속한 사람을 '청년'이라고 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아무리 노령자라고 해도 혈기 왕성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면 이 또한 청년이라고 칭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절대적 나이와는 상관없이 누구나 청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나이 때문에 청년이 될 수 없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청년으로 살지 않을 필요가 없으니, 매사 활기차게 청년으로 살아가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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