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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정화 대원정과 원자력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7.07.26 10:00 수정 2017.07.26 10:00

1977년 고리 1호기가 건설되며 한국의 원전 산업은 닻을 올렸다. 이후 89년까지 국내에 8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건설되었지만 모두 자체기술은 아니었다. 1987년 컴버스천 엔지니어링으로부터 기술이전을 조건으로 영광 3,4호기 건설이 시작되었다. 우리 한국의 원전기술개발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엔지니어들은 현장에서 밤을 새며 기술을 익혔다. 심혈을 기울인 기술습득은 한국표준형 원전인 OPR1000을 탄생시켰다. 더 진화해 신고리 5,6호기는 APR1400 이라는 3세대 원전을 적용했다. 이 APR1400으로 2009년 한국은 UAE에 총 186억 달러 규모의 원전 4기를 수출하며 세계에서 5번째 원전 수출국이 되었다. 지난 반세기동안 학자,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의 땀과 세금으로 이룩한 값진 성과다. 이젠 미국, 프랑스 등에서 우리기술을 일부 역수입 할 정도다. 하지만 이런 값진 자산을 우리는 친환경, 탈핵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 없애려 하고 있다. 신고리 5,6호기는 원자력전문가 없이 공론화위원회와 시민배심원단이 운명을 결정하게 되었다. 과거 명나라의 정화(鄭和)는 7번의 대원정을 통해 명나라의 위세와 힘을 세계에 알렸다. 콜럼버스나 마젤란보다 수십 년 이른 시기와 그들보다 압도적인 함대로 아프리카 서부지역을 탐사하고 형식적이나마 원주민들에게 지배권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 명나라의 무적함대는 자국인들 스스로 함대의 목재를 뜯어내고 항해기록을 불살랐다. 영락제 사후 뒤를 이은 홍희제는 대원정은 아무 소용없는 일에 국력만 낭비한다는 유학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명나라는 세계최고의 항해기술을 사장시키며 서양에 앞서 '근대화' 될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렸다. 그리고 약 400년 후 후발주자였던 서양의 함대에 국토를 유린당하며 중국은 한동안 세계의 중심에서 변방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우리나아의 원자력 기술은 많은 사람들의 피땀 어린 노력 끝에 이루어낸 값진 결과물이다. 이제야 꽃을 피우기 시작한 원자력 산업을 제대로 된 대안도 없이 이렇게 사장시키는 건 명나라의 잘못된 역사 속 판단을 똑같이 반복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의 먹거리뿐만 아니라 수십, 수백 년 후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독자적인 원자력 발전기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저렴한 화석연료가 언제까지 저렴할 수는 없다. 제3의 석유파동을 대비해서라도 우리의 원자력 발전기술을 지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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