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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진짜와 가짜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입력 2024.02.19 09:31 수정 2024.02.19 12:25

류순연 편백숲하우스범어점 대표

↑↑ 류순연 편백숲하우스범어점 대표

진짜는 항상 가짜보다 좋은 것이다. 좋다는 것은 성질이나 내용이 참된 것이라서 사람들의 마음을 떳떳하게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가짜가 오히려 진짜보다 값이 많이 나갈 때가 있고, 어떤 경우는 진짜보다 가짜에 정신을 뺏길 때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대체 불가능한 진짜가 있기 때문에, 가짜로서는 진짜를 이길 수가 없다. 그러므로 상상 이상의 많은 가격을 치르더라도 진짜를 손에 넣으려고 사람들은 노력한다. 경매시장에서의 어떤 골동품의 가격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수백 배를 넘어서는 경우도 많으니, 진짜의 가치는 쉽게 가늠하기 힘들기도 하다.

그러나 세상에 존재하는 진짜의 양이 한정되어 있으니, 가짜를 통해서 진짜에 대한 갈증을 풀기도 한다. 그런 추세에 맞춰 외국의 어느 시장은 가짜 상품을 특징으로 내세워 판매한다고 한다. 유명 브랜드의 가짜 상품을 진열해 놓고, 겉으로 보기엔 진짜와 구별이 쉽지 않은 ‘진짜 같은 가짜’를 팔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외국 여행 중에 가짜인 줄 알면서도 진짜 대용으로 구매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추세는 진짜를 소유하고 싶은 사람의 욕망을 표출하는 행위로 보인다.

진짜는 ‘진짜’라는 하나의 낱말에 그 의미가 들어 있지만, 가짜는 비슷한 많은 낱말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짝퉁, 모조품, 이미테이션, 사이비가 그렇다. 모조품과 짝퉁은 고급 브랜드의 상품을 모방하여 만든 가짜 상품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이해된다. 이미테이션은 무언가를 흉내 낸다는 의미의 모방한 상품을 뜻하는 것 같다. 사이비는 한자어로, 비슷하지만 같지 않다는 뜻이니까, 겉으로는 유사하나 본질은 완전히 다른 가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나운아, 너훈아, 김검모, 방쉬리, 이문새, 주용필, 현칠과 같은 모창 가수들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들은 단순히 노래 모창에만 집중하지 않고, 원래 가수의 외모나 옷차림까지도 비슷하게 하여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그런 흉내가 모창 가수의 성공 비결인데, 진짜와 얼마나 닮게 하느냐가 인기를 좌우한다. 1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창 가수는 40명 이상으로, 모창을 하게 한 진짜인 원래 가수 숫자보다 많다고 한다. 어쨌든 그들이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진짜에 대한 일반인의 갈증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가짜는 때로는 진짜와 구별하기 쉽지 않을 뿐더러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을 수도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대체로 가짜의 생명은 진짜보다 짧을 수밖에 없다. 진짜가 아니기 때문에 언젠가는 그 본모습이 드러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가짜의 특성은 진짜가 갖는 매력을 화려함으로 치장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가짜라는 진실을 감추기 위한 눈속임에 신경을 쓰다 보니 고유의 가치를 놓치는 까닭이다. 반면에 진짜는, 진짜라는 이유만으로 화려하게 꾸밀 필요가 없고 자연스러운 진실이 담겨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가짜 정보로 세상이 시끄럽다. 불과 몇 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정보가 난무하고 있고, 그 많은 정보 속에는 그만큼 가짜 정보가 기승을 부리기 마련이겠지만, 정도가 너무 심하다고 말하는 주변 사람들이 많다. 휴대폰 하나만 하더라도 자기의 온갖 정보가 다 들어있고, 모든 세상 정보도 내가 다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는 정보가 모자라서 불편한 것이 아니고, 너무 많은 정보에서 진짜를 골라내는 기술이 모자라서 불편한 시대인 것이다.

예를 들면, ‘딥페이크 (deepfake)'라는 기술은 상대방의 얼굴을 캡처해 다른 사람의 사진이나 영상 속의 얼굴로 합성하는 기술인데, 이 기술을 활용하면 유명 정치인의 기자회견 생중계 영상을 실시간으로 위조할 수 있다고 하니, 이제 우리는 진짜와 가짜의 구별이 점점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가 판치는 세상에 맞서기 위해서, 지금 맞닥뜨리고 있는 저 뉴스가 과연 진짜인지 가짜인지 계속 의심하면서 피곤하게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어느 정도 합리적으로 의심하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여 말할 필요는 있을 것이지만, 모든 정보를 하나하나 검증해 가면서까지 살아가야 한다면 평범한 일상생활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바나나맛 우유’에는 바나나가 들어있지 않다. 말하자면 진짜가 아니더라도 그 이미지를 중시하는 스토리텔링이라는 약간의 가짜를 가미하면, 실생활에서 좋은 이미지를 유지할 때도 있다. 각박한 세상에서 객관적 진짜 현실보다는 주관적 가상의 가짜가 더 만족감을 더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짜의 삶을 사는 사람이 진짜의 삶을 이길 수는 없다. 가짜로 사는 것보다 진짜로 살아가는 일이 어렵고 힘들지는 몰라도, 우리는 적어도 그 선택의 길에서 망설이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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