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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어버이날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입력 2024.05.13 09:31 수정 2024.05.13 09:40

류순연 편백숲하우스 범어점 대표

↑↑ 류순연 편백숲하우스 범어점 대표

며칠 전이 어버이 날이었다. 매년 오는 날이지만 올해는 평소와는 다른 감정을 느꼈다. 필자의 나이가 한 살 더 먹은 탓일까? 왠지 모르게 어버이 관련 노래를 들으면 전보다 더 공감이 가고, 더 진한 감동으로 울컥하기도 한다. 내가 어머니라는 사실보다 어머니의 딸이라는 사실이 먼저 떠오르고, 자식으로서 어머니께 언제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버이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함께 일컫는 말이다. 어머니 날이거나 아버지 날이 아니라 어버이 날이라고 함으로써 부모님 모두를 생각하는 날이다. 찾아보니, 부모님 은혜에 감사하고, 전통사회 효 사상의 미덕을 함양하기 위해 정한 법정 기념일이라 한다. 어머니 날이라고 하여, 1956년 5월 8일부터 기념해 오던 것을 1973년 3월에 '어버이 날'로 변경 제정되었다는 것이다. 처음 도입됐을 당시에는 어버이가 아닌 어머니 날이었으나, 아버지들의 소외감을 없애자는 의도로 1972년 ‘어버이’라는 이름으로 변경하여,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를 포함한 부모와 모르는 노인에까지 아우르는 효행을 강조한 기념일로 확장되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어버이 날에는 으레 가정마다 자녀들이 자기를 낳아 길러주신 부모님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선물이나 카네이션꽃을 달아드렸다. 각 공공기관에서는 지역 어른들을 위한 각종 기념행사를 벌이며, 부모님께 효도한 효자·효부들을 표창하며 어버이날의 의미를 기리기도 하였다.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현상은 아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어버이 날이라는 이름으로 기념행사를 하는 나라가 전 세계 169개 국에 이른다고 하기 때문이다. 최초는 150여 년 전인 1868년, 미국의 한 여성이 '어머니들 우정의 날'을 만든 것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자식이 어머니를 공경하는 의미보다 어머니들끼리 서로의 우정을 나누는 의미였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은 남북 전쟁으로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어머니들이 많았다는데, 그런 슬픔에 잠겨있던 어머니들 사이에서 상호 위로를 위한 목적의 날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1934년루스벨트 대통령이 '어머니 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공식적인 어머니 날로 쓰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른 것이라 한다.

어버이 날의 날짜도 전 세계적으로 다양하다. 우리는 5월 8일로 정하여 기념하고 있지만, 미국·중국·일본·독일을 비롯한 84개국은 매년 5월 둘째 주 일요일을 어머니 날로 정하고 있고, 영국에서는 부활절을 3주 앞둔 3월의 마지막 주 일요일을 '마더링 선데이(Mothering Sunday)'로 기념하고 있다고 한다. 가톨릭 국가들에서는 '성모 마리아의 날'을 어머니 날로 하고 있다고 하며, 베트남·라오스 등은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을 그 나라의 어머니 날로 정했다고 한다.

한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어린이 날과 마찬가지로 어버이 날을 공휴일로 하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현재 어버이 날은 공휴일이 아닌 하나의 기념일로 정착되었다. 어버이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널리 기리자는 취지였겠지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방법이 시대적 흐름에 따라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된다. 어느 설문조사 결과, 어버이 날에 준비하는 선물 1위가 용돈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뉴스 때문이다. ‘어버이 날’하고 검색하면, 제일 먼저 어버이 날 ‘선물’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반응이 뜬다. 어버이 날에 무엇을 선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세태를 반영한 결과로, 어버이 날을 가슴으로 기리는 의미보다 어떤 선물을 할 것인가가 우선인 현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고령화에 대한 걱정이 현실이 된 마당에, 요즘 농촌 지역에서는 어버이 날이 ‘어버이들끼리 위로하는 날’로 변질되었다고 하는 사람도 많다. 마음이 우러나는 작은 꽃 한 송이 보다는, 주기도 받기도 편한 송금으로 어버이 날의 의무(?)를 다하는 풍조를 빗댄 말이라 생각된다. 그러니까 ‘뭐니 뭐니 해도 머니’라는 우스갯 소리처럼 용돈을 드리는 것으로, 또 그 용돈의 다소에 따라 어버이에 대한 고마움의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나무랄 수는 없지만 무언가 개운하지 못한 느낌이다. 돈을 선물한다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고, 지나치게 편리성을 추구하는 세상 흐름이 바람직하다고는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선물’은 ‘물건’이어야 한다. 선물의 ‘물(物)’자가 ‘물건’을 의미하는 것은 당연하다. 고마움의 징표로 돈을 들여 산 물건을 드리는 것이 선물인 셈이다. 어버이는 자신에게 줄 선물 고르는 수고를 자식들이 하지 않도록, 또 자식은 선물을 받으시는 어버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몰라서 돈을 드린다 해도, 그 자체로는 받아들일 일이지만, 진정한 의미의 선물은 아니다. 돈은 평소에 드려도 무방한 것이다.

정성이 깃든 고마움의 손 편지나, 사정에 맞게 부모님과의 소박한 외식만으로도 우리의 어버이들은 자식의 마음을 받아 들일 것이다. 1년에 한 번 어버이 날이라고 유난스럽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평소의 잦은 안부 전화가 더욱 가치 있을 것이다. 평소의 진실한 마음으로 어버이의 고마움을 기리는 어버이 날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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