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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그린워싱’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입력 2024.09.02 08:57 수정 2024.09.02 09:00

류순연 편백숲하우스범어점 대표

↑↑ 류순연 편백숲하우스범어점 대표

얼마 전에 큰아들이 직장에서 독서동아리를 하고 있는데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라는 책을 읽었다면서 ‘그린워싱’에 대해 한번 글을 써보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그린워싱’이 무엇인지 어슴푸레 짐작할 수는 있었으나 자세하게 알고 있지는 못하던 터라 여러 군데서 자료를 찾아보니, ‘그린워싱’은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핵심 단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린워싱(Green washing)’은 초록색을 뜻하는 ‘그린(green)’과 세탁을 뜻하는 ‘워싱(washing)’의 합성어로 소개되고 있다. 기업이나 단체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이미지를 챙기기 위해 각종 친환경 제품이나 탄소 감축 등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그런 이미지만을 챙기기도 하고, 실제로는 그 효과가 미미함에도 허위 또는 과대광고를 통하여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하는 일종의 ‘위장 환경주의’를 가리키는 낱말이라고 한다. 환경을 중시하는 현대의 추세에 발맞춘 '친환경 위장술'인 것이다. '화이트 워시(white wash)'라고 하여 '하얗게 칠하다, 불법행위의 진상을 은폐하다'는 의미에,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green)’을 합쳐 만든 글자라고도 설명하고 있다.

최근 지구 온난화와 환경 문제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다고 한다. 따라서 쓰레기와 환경 오염물질을 생산해 내는 기업들의 책임론이 부쩍 높아지는 실정이다. 그런 중에 친환경과는 원초적으로 거리가 먼 기업들이 친환경 생분해성 재료 등을 이용한 각종 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놓는다. 자기 기업의 이미지를 친환경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겠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실제로는 전체 생산 제품 가운데 극히 일부분에만 해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친환경 노력을 부풀려 과장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그 회사의 재정을 좌우하는 핵심사업은 친환경과는 거리가 먼 경우다. 이러한 모습이 바로 비판받는 ‘그린워싱’이 되는 것이다.

얼마 전, 파리에서 올림픽이 열렸었다. ‘2024 파리 올림픽’은 ‘2020 도쿄 올림픽’ 대비 탄소 배출량을 50% 줄인다는 목표를 추진했다. 말이 반이지 엄청난 목표이다. 이를 위해서 경기장의 95%를 기존 경기장을 활용하거나, 올림픽이 끝나면 철거할 임시 경기장으로 구성했다고 하였다.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이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냉방까지 최소화했다고 하며,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선수들 식당에서는 육류를 줄이고 채식을 주로 내놓았다고도 하였다.

그러자 이에 대해 ‘그린워싱’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우리나라 어느 선수는 더워서 배정된선수촌을 벗어나 여행객이 머무는 숙소로 옮겼다고 하며, 선수촌 식사만으로는 경기력을 유지할 수 없어서 다른 식당을 이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또 폭염으로 선수단 불만이 이어지자 결국 이동식 에어컨을 허용하기도 하였고 육류 비율을 조정했다고 하였다.

또 센강을 따라 입장하는 선수들이 탄 보트는 탄소를 뿜는 내연기관이었는데, 그냥 하던 대로 운동장에서 걸어서 입장했더라면 발생하지 않을 탄소가 추가로 발생한 거라는 점, 시내 경기장에서는 페트병 반입이 금지되었는데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코카콜라는 플라스틱을 자연스레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비판받았다.

올림픽 후원사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린 환경을 지향하는 국제 철강 감시 단체는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하는 기업을 공식 후원사로 포함하였으며, 올림픽이 개최될 때 배출되는 탄소의 70~85%가 선수나 응원객을 비행기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나온다는 점도, 올림픽이라는 행사는 원초적으로 환경친화적일 수 없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이런 경우보다는 다른 부문에서 그린을 중시하는 정책을 얼마든지 펼 수 있다는 것이다. 친환경을 내세웠지만 오히려 ‘그린워싱’으로 비판받고 있다는 지적이 그래서 귀 기울여 볼 대목이다.

요즘은 소비자들의 환경 중시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많은 소비자가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에 대한 학습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이런 흐름은 사회 전반적으로 친환경 경영체제 구축을 유도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극히 일부만의 노력을 외부에 비치게 함으로써 마치 그 기업 전체가 친환경적으로 애쓰고 있는 것처럼 위장하는 경우는 이제 통하지 않게 되었다.

우리의 일상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보기에 착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 아니라, 평소 착한 일들을 일상으로 쌓아 ‘그린워싱’이 아닌 ‘그린(green)’ 지향의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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