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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인구는 떠나고 폐기물만 돌아오는 경북 농촌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입력 2024.10.09 07:16 수정 2024.10.09 07:16

전 안동시 풍천면장 김휘태


안동시 의일리에 슬러지(오니) 폐기물 처리공장이 들어서고 있어 주민이 봉기하고 있다. 지난해 풍산읍 신양리에 의료폐기물 소각장이 들어온다고 온 주민이 죽을 각오로 막고 있는데, 이번엔 또 녹전·도산면 주변에 산업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선다는 것이다. 이미 2022년에 시작하여 연말이면 준공 단계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녹전면·도산면 등 농촌지역은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죽기 살기로 싸울만한 여력도 부족한 실정이다. 힘없는 농촌지역 노약자의 생활 터전에 유해성 폐기물이 들어온다는 것이 법을 떠나 반인륜적이고 부도덕한 것 아닌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의무는 어디 갔는가?

굳이 법이, 행정이, 절차가 어쩌고 할 거면 대한민국 헌법도 필요 없다.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라는 헌법 1조부터 소용없는데, 무엇을 왈가왈부하겠나? 꼭 필요한 조건이라면 주민이 모르게 할 이유가 없고 공개적으로 홍보하고 설득해야 마땅한 것이다. 제대로 잘 모르고 있다가 늦어서 할 수 없이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는 상투적 행정은 구태다.

그리고 나라에 근본이 있고 행정에 공공성이 있다면 산업폐기물을 민간 사업자들이 온 천지에 돌아다니며 돈벌이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세균, 병균, 독성 오염물질이 가득 베인 산업폐기물을 방역 대책도 없이 전국 방방곡곡으로 실어 날라 이윤추구에 혈안이 되어 매몰하고 소각하는 야만적 행태는 무정부나 다름없는 날강도 짓이다.

그 뿐 아니라 전국의 산업폐기물 절반이 경북지역에서 처리하고 있다니 도대체 행정의 기본원칙이 무엇인가? 올 5월 17일 KBS 대구방송국 보도내용이다.

“고령 개진면에 6만㎡ 하루260톤의 폐기물을 매립하겠다. 쌍림면에는 1만㎡ 하루 96톤의 폐기물을 소각하겠다. 고령군에서만 7곳에서 극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미 경북에 폐기물처리시설이 차고 넘친다는 점입니다. 경북의 산업폐기물처리시설은 고령과 포항, 경주, 구미 등 4개 시군에 17곳에 이릅니다. 한 해 355만 톤으로 전국 처리용량의 58%나 됩니다. 산업폐기물처리시설이 경북으로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주민 갈등과 환경 오염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 8월 29일 국회에서 토론회가 열렸다. 농촌지역 환경 오염과 고수익에 따른 변칙 증여까지 악용되고 있는 산업폐기물처리는 광역시·도별로 공공기관에서 책임지고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10%밖에 안 되는 생활폐기물을 행정기관에서 처리하면서 90%나 되는 산업폐기물을 민간에서 처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동안 천문학적 이윤을 추구해 온 산업폐기물 사업자에게 더 이상 끌려 다녀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다. 나라가 멍들고 국민이 병들고 농촌지역은 소멸하고 있다. 귀농·귀촌을 권유하면서 농촌지역에 폐기물이 들어차면 누가 거기에 가겠는가? 산업폐기물 처리시설이 서울은 0곳이고 경북은 17곳에 더한다면, 경북은 대도시의 쓰레기통이다.

자괴감이 들고 울화통이 치민다. 그런데도 풍산·녹전·도산에 폐기물처리시설이 들어오도록 허가를 해줘야 하는가? 설령 행정절차에 준하더라도 헌법 원리와 농촌지역 소멸과 사회적 정의와 균형·복지 차원의 합리·합목적에 따라 거부하거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산업폐기물처리 기본계획 수립·추진 정책을 시행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이제는 국민도 다 알고 있다. 왜 90%의 산업폐기물처리를 민간기업의 돈벌이에 방치해 놓고 행정절차만 따지고 앉았는지, 그 틈새에 죄 없는 공무원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벌벌 떨어야 하는지, 최근에 대형 폐기물 처리업체 M&A가 J사 5000억, E사는 2조 700억 원에 거래되었고, 변칙 증여도 있다는 보도다. 법은 죽었다. 사업 허가에 목숨 걸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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