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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블루스크린 쇼크’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입력 2024.10.14 10:45 수정 2024.10.14 10:54

경북과학대 교수‧시인 김찬곤

↑↑ 김찬곤 경북과학대 교수

몇 개월 전 IT시스템 먹통 사고가 일어나 많은 혼란을 가져온 적이 있다. 국가와 기관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에서 나타나 큰 이슈가 되었었다.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미국 사이버 보안 업체의 프로그램 업데이트 오류였다고 하지만, 피해를 전 세계적으로 확산시킨 것이 ‘클라우드(가상 서버)’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고 보면, 이에 대한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지적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였다.

이 문제의 핵심은 ‘클라우드’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클라우드’란 외부 저장 공간에 시스템과 이에 적응할 수 있는 자료들을 저장해 놓고, 사람이 필요할 때마다 인터넷으로 접근하여 이를 운영하여 사용하는 방법상의 개념이다. 그러니까 사람과 사물, 서비스 등 모든 것이 연결된다 하여 단순한 연결이 아니라 ‘초 연결’이라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편리한 이면에는 그만큼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뜻이다. 바로 오류의 발생 문제 때문이다. 이런 오류는 눈으로 당장 확인할 수 있는 물질적인 대상이 아니어서 더욱 불안감을 조장한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우리가 부딪혀보지 못한 ‘재앙의 진원’이 될 수 있다고 여기저기서 경고성 주장이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작동 과정에서 별다른 전조 증상 없이 PC 화면 등에 필요한 자료가 등장하지 않고, ‘치명적인 오류 발생’등의 문구가 등장하면서, 화면 전체가 파란색으로 채워지는 현상을 ‘블루스크린 쇼크(Blue Screen Shock)’라고 한다. ‘블루스크린’은 컴퓨터 화면의 색깔을 말하고 ‘쇼크’는 갑자기 생긴 사고로 인한 충격을 의미하는 낱말이다. 단순히 어느 지역이나 어느 한 부문에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항공사나 슈퍼마켓, 외식업체, 병원의 응급실 등 모든 기관의 시스템까지 먹통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하니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넘어 세계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계기가 되지는 않을까에 대한 염려가 퍼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구체적으로 이 사고로 인해 미국, 유럽, 호주, 인도, 일본 등 전 세계 곳곳에서 공항 전산망이 멈춰 항공편이 결항·지연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는 뉴스가 있었고, 주요 언론사 방송이 중단되고 은행과 신용카드 업체 등 금융기관 전산망까지 멈추면서 입출금마저 불가능한 사태도 있었다고 한다. 특히 공항 업계의 피해는 상당한데, 전 세계 공항 수십 곳이 항공편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홍콩과 싱가포르 등 일부 공항에선 직원들이 탑승객 명부 등을 일일이 확인해 체크인하는 진풍경이 목격되기도 했다고 전해졌다. 

어느 항공 분석 업체는 사고 당일 예정됐던 전 세계 상업용 항공편 11만 편 중, 최소 1,390편이 취소됐고, 당시 예상으로는 앞으로 더 많은 결항 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전하는 뉴스도 전 세계 전파를 탔다. 또 어느 나라에서는 계산대에 뜬 ‘블루스크린’때문에 슈퍼마켓이나 주유소가 문을 닫아야만 했고, 또 병원까지 문을 닫아야 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느 나라의 증권거래소는 아예 서비스 자체를 중단을 해야 했고, 뉴스 방송사는 생방송이 갑자기 멈추기도 하는 등 방송에 차질을 빚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엄청난 사고에도 불구하고, 그 사고는 보안 프로그램 업데이트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것으로 일단 정리되었다. 그때 발표에 따르면, 미국 업체 ‘크라우드 스트라이크(crowd strike)’의 보안 프로그램 ‘팰컨 센서’가 업데이트되면서 MS 윈도 시스템과 충돌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클라우드 스트라이크는 2011년 세워진 미국의 사이버 보안 기업으로, 2014년 소니 픽처스 해킹 사건, 2015~2016년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사이버 공격 사건 등 주요 사건들을 조사하면서 주목받았다는 말을 덧붙이는 정도였다. 그럼으로써 구체적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으로서 이런 발표를 대하면, 그저 하나의 해프닝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문제를 너무 지나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마저 가지게 하였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이런 사고가 앞으로 더 심각한 문제로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이다. 앞으로의 세상은 인터넷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없이는 불가능 할 뿐 아니라 점점 더 그런 시스템에 의존하는 환경이 되고 있다. 이제 이 세상은 취급해야 할 데이터의 양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으며 따라서 ‘클라우드’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이나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그만큼 이번 사태와 같은 ‘클라우드’의 오류가 발생한다면 이로 인한 피해의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번 충돌 사태가 가져 온 이번 피해는 어쩌면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치명적 결함을 사전에 경고했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무조건 빨리 무엇을 이루어 내려는 조급한 성취감보다 우리의 안전을 담보한 느리지만 착실한 발전이 필요해 보인다. 또 그에 대한 준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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