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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라떼’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입력 2024.10.28 10:02 수정 2024.10.28 10:09

류순연 편백숲하우스범어점 대표

↑↑ 류순연 편백숲하우스범어점 대표

‘라떼’라는 말이 있다. 이는 원래 ‘뜨거운 우유를 탄 에스프레소 커피’라고 한다. 이탈리아어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커피’와 상관이 없는 말이며, 우유가 들어간 커피를 ‘카페’라는 말이 붙은 ‘카페라떼’라고 해야 통한다고 한다. 다만 우리나라에선 그냥 ‘라떼’라고 해도 ‘카페 라떼’의 줄임말로 통하고 있다. 또 ‘라떼’라고 하면 두 가지 의미를 지니는데, 하나는 ‘모카라떼’, ‘바닐라라떼’ 등 ‘카페라떼’ 계열 음료를 뜻하고, 또 다른 하나는 초코우유, 바나나우유, 딸기우유 등 첨가물이 들어간 우유를 카페에서 판매할 때 사용하는 명칭이라 한다.

국립 국어원에 따르면, 이탈리아어로 ‘Latte’라 쓰므로 표기법으로는 '라테'가 올바르다고 한다. 그러나 ‘라테’라고 제대로 발음하는 사람이나 표기하는 카페는 거의 없고, 대부분 발음하기도 편하여 대중적으로 '라떼'로 부른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에서 쓰이고 있는 이 ‘라떼’는 그 의미가 조금 변형되어 쓰이고 있는데, 그중에서 “나 때는 말이야~”를 줄인 의미의 ‘라떼’가 가장 흔하게 쓰이고 있는 듯하다. 나이 든 사람이 자신보다 어린 사람에게 잔소리하는 모양새인데, 이런 경우 대부분은 자신의 과거 경험을 얘기하며 “나 때는 말이야~”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서 일 것이고, 또 그때 ‘나 때~’ 발음이 ‘라떼’와 비슷하여 흔히 “나때는 말이야~”의 줄임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 같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자신의 과거가 화려했다거나 좋았다고 하는 의미를, 현재의 젊은이들과 비교하는 말인 셈이다. 나 때는 이런저런 고생을 하며 살아왔는데, 왜 너희 세대는 이런 일을 그렇게 하지 못하느냐 하는 뜻의 은근히 나무라는 마음이 들어있는 표현이다. 이와 같은 비아냥거림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일종의 유머로 승화시킨 면도 있다.

이 말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처음 등장하여 광고 등의 소재로 쓰이면서 매우 빠르게 번져나갔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신조어가 그렇듯이, 적당히 쓰면 사회를 밝게 하는 유머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지나치게 자신의 경험담을 젊은이에게 강요하여 설득하려 하면 곧 ‘꼰대’ 취급을 받기 마련이어서 조심해야 할 부분도 많다. 필자의 생각으로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을 쓴다는 것은 곧 ‘꼰대’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국립 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꼰대’는 원래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先生), 아버지, 늙은이를 이른다고 되어 있다. 정의 자체에는 부정적 의미가 없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쓰이는 의미는 긍정적 면보다는 권위 행사를 못마땅 하게 생각하는 뜻을 담고 있어 부정적인 면이 강하다. 나이 든 사람으로, 자신이 한 과거의 일을 일반화하거나 정당화함으로써 자신보다 지위가 낮거나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그 생각을 강요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라떼는 말이야~”의 ‘라떼’의 뜻은, 현재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을 비꼬는 단어로 받아들이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는, 나는 무엇을 해도 괜찮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 대화할 때 상대를 배려하지 않거나 존중하지 않는 사람, 자기 마음대로 결정하는 사람,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을 통칭하여 ‘꼰대’라고 부르면서 ‘라떼’의 대표적 상징성 낱말로 표현되고 있다.

‘라떼’ 때문에 ‘라떼파파’라는 파생어도 생겨났다.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빠를 이르는 말이다. 한 손에 ‘카페라떼’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유모차를 민다고 하여 이렇게 부른다고 전해진다. 이는 곧 ‘육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아빠’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 분야 세계적 선진국인 스웨덴에서 생겨난 말이라고 한다. 스웨덴은 세계 최초로 부모 공동 육아 휴직 제도를 도입하여, 적극적인 지원과 정책이 사회 인식과 조직의 기업문화를 바꾸었고 남녀 공동육아 문화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바로 그 증거가 '라떼파파'라는 낱말의 출현이라고 한다.

‘라떼 효과’라는 신조어도 있다. ‘카페라떼 효과’를 줄여 쓰는 말로, ‘적은 금액이라도 장기적으로 저축하면 목돈이 되는 현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흔히 마시는 카페라떼 한 잔의 값은 적을지라도 이를 매일 매일, 몇 십 년을 마시지 않고 모으면 목돈이 된다고 하여 생긴 말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식사 후 자연스럽게 마시는 커피 한 잔을 아낀다면 기대 이상의 재산을 축적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이처럼 ‘라떼는 말이야~’의 ‘라떼’는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지만, 어쨌든 이것이 주는 부정적 의미보다 긍정적 효과를 찾아 활용했으면 한다. ‘라떼’ 문화는 단순한 신조어의 유행이라는 현상을 넘어 세대 간 차이를 극복하게 하는 중요한 윤활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그래서 과거에는 세대 차이로 인한 갈등이나 불편을, 이제는 ‘라떼’를 통하여 서로 공감대를 찾아내고 웃음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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