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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밤의 길이가 길어지기 사작하는 추분’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7.09.25 10:00 수정 2017.09.25 10:00

추분(秋分)은 24절기 가운데 열여섯번째 절기이다.음력으로는 8월 중순이며 양력으로는 9월23일께다. 천문학(天文學)에서는 태양이 북에서 남으로, 천구의 적도와 황도가 만나는 곳으로 추분점을 지나는 백로(白露)와 한로(寒露) 사이다.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이지만 실제로는 태양이 진후에도 어느 정도 시간까지는 빛이 남아있기 때문에, 낮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아지며 밤의 길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시기이다.추분도 24절기 가운데 특별한 절일(節日)로 치지는 않는다.다만, 춘분(春分)과 더불어 낮과밤의 길이가 같으므로 계절이 나뉘어진다는 느낌과,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옛 선조들은 어느 절기와 같이 추분기간을 5일을 1후(候)로하여 3후로 구분하고, 사후에는 우레 소리가 그치게 되고 동면할 벌레가 흙으로 창을 막으며, 하후에는 땅위에 물이 마르기 시작한다고 하였다.추분때 요리는 버섯이 가장 맛있는 철이라고 한다.호박고지, 박고지, 호박순, 들깻잎, 고구마순도 이때 먹을 수 있다.또한 산체를 말려 묵은 나물로 준비하기도 한다. 추분을 즈음하여 논밭의 곡식을 거두어 들이고 목화교목을 따서 말리고 낙화생(洛花生)을 케서 건저(建儲) 보관 한다.들판 어디에서나 귀뚜라미가 울어대고 바람에 바르는 콩꼬투리 툭툭터지는소리와, 조이삭 수수이삭이 여물고 메밀도 검게 변해가는 청명(淸明)한 가을 추분의 들녘에 서 있노라면, 곡식들이 여물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서숙과 수수가 고개를 숙일대로 숙이고 들판의 별들은 강렬한 태양과, 천둥과 폭우의 나날을 잘 견디고 저마다 겸손의 고개를 숙인다.우리 인간들도 좋은 자리에 있을 때 겸양지덕(謙讓之德)을 발휘하면 얼마나 좋을까?조금만 더 가면 쌀알도 열매를 맺어 황금빛 들판을 이루어 주변의 산록단풍과 조화를 이루게되는 시기이다.농사 속담에 마파람(남풍)이 불면 호박꽃이 떨어진다는 말처럼, 마파람은 비를 몰고 오는 경우가 많아 벌과 나비의 활동이 곤란하여, 과채류 수정이 잘되지 않아 꽃이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가식과 과일이 부족하던 시절 떨어진 풋감을 새벽에 주워서, 보리가마니속에 묻어 홍시를 만들어 먹던 못살던 그 어린시절이 아련히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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