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의 큰 명절인 설이 다가온다. 이때가 되면, 일부 상인들은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한 몫 잡으려고 한다. 특히 설 성수품 물가를 잡아야한다. 물가 당국은 해마다 물가를 잡는다고는 하지만, 일부 상인은 안 그래도 서민의 얇은 지갑을 털어간다. 또한 외국산을 국산을 둔갑시켜, 폭리를 취한다.
설은 다른 때보다 농산물이 주를 이룬다. 농산물은 공급이 조금만 부족해도, 가격이 폭등한다. 특히 농산물은 파종부터 수확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다. 공산품처럼 곧바로 공급할 수도 없다. 또한 장기간 보관도 어렵다. 이럴수록 품목별 수급 동향을 면밀히 조사해야한다. 매점매석을 막는 것이 최우선이다. 농산물 생산자부터 소비자까지 유통구조에 따른 마진을 개선하는 것이 최선이다.
2024년 10월 한국은행의 ‘우리나라 물가 수준 특징과 시사점’에 따르면, 누적된 물가 상승으로 물가 수준(level)이 크게 오른 상태다. 필수 소비재의 가격 수준이 높아, 생활비 부담이 크다. 실제로 2020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생활물가 누적 상승률(16.4%)은 전체 소비자 물가(13.7%)를 웃돌았다. 우리나라 사과(OECD 평균 100 기준 279)·돼지고기(212)·감자(208)는 OECD 평균의 두 배를 넘어섰다.
2024년 10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달 생산자 물가지수는 122.46(2015년 100 기준)으로 전월비 0.2% 올랐다. 생산자 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낸다. 소비자 물가지수의 선행 지표다. 생산자 물가는 품목마다 통상 1~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반영된다.
안동사과는 나무를 심은 후 6~7년이면, 수확하는 과일이다. 근대에 와서 왜성 대목이 개발돼, 3~4년이면 수확한다. 조생종은 7월 중순에서 하순, 중생종은 8월 하순에서 9월 중순, 만생종은 10월 중순에서 11월 상순에 수확한다. 청송은 연 평균 기온이 12.6℃다. 사과재배에 적당하다. 일교차가 13.8℃로 육질이 치밀하다. 색깔내기 그리고 당도 향상에 아주 유리하다.
지난 14일 경북도에 따르면, 영주 봉현 소재 과수 거점 산지유통센터(APC)를 방문했다. 설 명절을 앞두고 농산물 수급과 유통 상황을 점검했다. 영주 과수 거점 산지유통센터는 대구경북능금농협이 운영하는 규모화·현대화된 산지 유통시설이다. 연간 1만 2,000톤의 사과를 유통하는 경북 사과 유통의 중요한 시설이다. 거점 APC는 전국적으로 24개 소(제주 11, 경북 3, 충북 3, 충남 2, 전남 2, 경기·전북·경남 1)가 운영 중이다.
경북도는 과수 주산지다. 2026년까지 김천과 영주에 거점 산지유통센터를 추가 건립하고 있다. 현재 주요 농산물인 사과와 포도는 출하 물량이 꾸준히 증가해, 가격은 안정세를 보였다. 사과는 고온으로 대과 비율은 감소한다. 정품과 비중이 증가해, 출하량이 충분히 확보된 상태다. 포도(샤인 머스캣)는 재배면적 증가로 전년보다 다소 낮은 가격이 유지된다.
경북도는 민생경제 살리기와 지역 우수 농특산물 판로 확대를 위해, 설맞이 온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한다. 농특산물 쇼핑몰 ‘사이소’는 설 선물 기획전(2일부터 24일까지)에서, 할인 쿠폰과 10~30% 할인된 농특산물을 제공한다. 평소 4월에 개장하던, 바로마켓 경북도점을 특별개장(18일부터 19일까지, 25일부터 26일까지)했다. 사회적 기업과 청년기업 등 94개 업체가 참여하는 도청 특판전(23일)도 개최한다.
김주령 경북도 농축산유통국장은, 설 명절은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중요한 시기인 만큼, 유통 과정에서 품질 유지와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설 명절을 앞둔 시점에서 당국이 당부만으로 물가가 안정될 수가 있을까. 물가 당국은 단속의 칼을 빼들어야 한다.
당국은 명절마다, 당부로만 일관했다. 그러나 이건 아니었다. 물가 인상은 빈곤층에게 더 가혹하게 작동한다. 우리의 이웃을 위해, 올해 만이라도 당국이 물가를 단속해, 명절 물가안정의 원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