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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월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7.10.17 13:46 수정 2017.10.17 13:46

(시)세월/김시종//어머니를 데려간 것은/죽음이 아니라 세월이다.//내가 그리워하는 것은/어머니가 아니라, 어머니와 함께한 지난 세월이다.//돌이킬 수 없는 세월이,/돌이킬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이다.//이 세상에서 가장 힘센 장사(壯士)는 누구일까? 세월 당할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내 인생의 절대적 은인(恩人)이신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은 2001년 1월 25일 오후 2시였다. 유복자로 태어난 필자(나)는 어머님께 너무 큰 사랑과 은혜를 입고, 자라고 살았다. 청상과부로 60년을 살아야 했던 어머니의 한생은 험난한 가시밭길이었다.어머니가 돌아가신 무렵 필자(나)는 문경읍에 있는 문경서중학교 교장으로 재직하여, 다행히 어머니가 아들 걱정 때문에 눈 못 감을 처지는 아니었다. 홀어머니를 여의고 나서, 필자(나)가슴은 텅 빈듯했다. 어머니 사별(死別)후 3년 동안은 쇼크로 산문(散文)은 한편도 쓸 수 없었다.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시(時)로 쏟아내 사모곡(思母曲)은 감명 깊은 걸로 10여 편을 지었다. 이래저래 어머니는 살아계실 때나, 돌아가시고 나서도 내게 은인(恩人)이었다.시‘세월’은 점촌동에서 발간되던 새재신문에 실려, 공감자들이 속출했다. 2004년 8월31일, 문경중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했다. 37년 6월 만에 자유인이 되니, 너무 자유가 많아 주체할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필자(나)는 KBSTV‘가요무대’프로를 매주 애시청하고, 생각이 나면 시를 짓고, 칼럼도 지어, 무한대의 자유시간을 유효 적절하게 활용하여, 고독으로부터 시달리지 않아도 됐다. 2005년과 2006년에는 시를 날마다 지어, 경북도민일보에 날마다 연재 아닌 연재를 했다. 1년에 200여 편을 발표했더니, 속 넓은(?) 시우(詩友)가 너무 독주한다고 투덜거렸다. 딴 시인이 평생 걸려도 못할 시 창작을 1년 만에 거뜬히 해냈던 것이다. 200편의 내 시 가운데는 함량 미달의 시는 한편도 찾을 수 없었고 전편이 수준작이었다. 시를 잘 짓는 비결은 자기 삶을 성실하게 살고, 느낌이나 새로운 깨달음이 있을 때, 시를 지으면 좋은 시가 되는 것이다. 좋은 시를 지으려고 애쓰지 말고, 성실하게 자기인생을 살면, 절로 좋은 시도 떠오른다. 2008년 경북매일창간 18돌 축사를 부탁받아 올렸더니, 감칠맛 나는 글을 독자들에게 보여 달라고 간청하여, 3년간 105편의 칼럼을 선보였다. 경매에 실린 내 칼럼에 눈독(?)을 들였던 전국장의 간청으로, 그 뒤 대구신문에 5년간 229편의 칼럼을 공개했는데, 열성독자들이 내 칼럼이 실린 그 날, 전규언 국장님께 독후감을 전화로 전해, 애독자들의 사랑을 만끽했다. 지금은 ‘세상을 밝히는 신문’에서 필자(나)의 칼럼을 볼 수 있다. 시와 칼럼에 이어, 매주 월요일 밤 10시에 방영되는 ‘가요무대’(KBS)의 애청자가 아니라, 포로가 되었다. 가요무대는 1985년에 초방(初放)이 있었으니, 올해로 32년이나 지속된 장수프로다. 2017년 9월 23일 오전 안방에서 운 좋게 ‘가요무대’천회 특집재방송을 보게 되었다. 천회 특집 방송에 왕년의 최고여가수 송민도(본명 송민숙)원로 가수의 특집이 있었다. 송민도(송민숙)씨는 1948년 KBS라디오 전속가수 1기생으로 뽑혔다. 몇백 명의 가수지망생중에 몇 명 뽑지 않았기 때문에 전속 가수 선발시험 합격자의 노래 실력은 대단할 수밖에 없었다.송민도씨와 전속가수 동기생은 원방현씨·고대원씨등이 있다. 송민도(송민숙)씨는 아버지가 목사였으며, 남동생으로 송민영 교수(서울음대)가 있다. 목소리가 굵고 미성이었으며, 학력도 고등학교 졸업으로 성악의 기초가 탄탄했다. ‘나 하나의 사랑’(손석우작사·작곡)은 좀전의 대중가요를 넘어선 중후한 가곡 수준으로, 사람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모았다. 이 날 1000회 가요무대특집엔 ‘나 하나의 사랑’이 폭발적 인기를 누릴 때, 데뷔한 박재란(1958년 데뷔)이 송민도 여사와 ‘나의 탱고’(1958년/송민도)를 같이 불러 노래와 무대를 같이 빛냈다. 송민도 여사와 박재란 씨에게 신이 건강과 장수의 축복을 주시기를 기도한다. 왕년의 신데렐라던 송민도 여사가 의자에 앉아, 곱게 노래를 불렀다. 참으로 세월 앞엔 장사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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