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가 지난 2월 26일 ‘안동시 재정운용 문제 없습니다’란 제하의 보도 자료를 발표했다.
기획예산실 발로 나온 이런 종류의 보도자료는 매우 희귀한 경우로, 자료를 정독하게 됐다.
이 보도자료의 주된 내용은 김새롬 안동 시의원이 지난 24일 의회에서 실시한 ‘5분 발언’에 대한 해명 내지는 반박이었다.
이 경우도 희귀했다. 집행부가 시의원의 의회 발언을 놓고, 그것도 재정 운영과 관련된 내용에 대한 해명성 자료는 매우 드문 경우에 속한다.
보도 자료를 요약하면 김새롬 의원 5분 발언에서 제기한 ‘안동시의 순세계잉여금과 명시이월금 과잉 문제’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순세계잉여금은 ‘한 해 동안 다 쓰지 못하고 남긴 예산’으로 매년 1~2월 중 이뤄지는 세입 세출결산 작성 결과를 토대로 산출돼, 통상 3~4월 경 제1회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비로소 용도가 정해진다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이 예산 운용의 기본 원칙이지만 순세계잉여금은 ‘지방회계법’ 제19조에 따라 편성할 수 있는 예산 운용상의 장치로 법률상 인정되는 예외 조항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안동시 순세계잉여금은 규모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총예산비 순세계잉여금의 비율로 따지면, 안동시는 13.8%로 도내 22개 기초자치단체 중 8위며, 1위 지자체 경우 그 비율이 24.8%에 달해 그리 과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어 최근 3년간(2021~2023) 안동시 순세계잉여금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3년 연속으로 1회 추경예산 편성 이후 보통교부세가 교부돼 초과 세입이 발생했기 때문이며, 이는 기초지자체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재원을 늦게 내려준 중앙부처나 경북도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는 하소연이었다.
이어 명시이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좀 복잡한 이야기지만 요약하면 대형 프로젝트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각종 준비에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기금의 보존을 위해 명시 이월이 불가피하며, 이를 통해 ‘통합재정안정화 기금’을 운영한 것은 조례에 따라 실시했다는 것이다.
이어 현재 안동시는 △구 안동역사 부지 매입 △안동 바이오생명 국가산업 단지 조성 △안동 종합스포츠타운 조성 △용상 제3정수장 설치 등 대규모 사업 추진을 위한 경비로 통합재정안정화 기금을 적립하며 머지않은 미래를 위해 착실히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기획예산실로 전화해 책임있는 담당자에게 ‘이런 예외적인 보도자료를 낸 사유’에 대해 물어 봤다.
담당자는 순세계잉여금과 명시이월은 보도자료 내용 그대로며, 순세계잉여금의 경우 다음해 1회 추경을 통해 바로 항목과 집행이 이뤄지며, 명시 이월의 경우 의회 승인이 필요한데 의회에서 명시이월을 승인해 놓고 시의원이 마치 중대한 문제가 있는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는 것은 해명이 필요한 사향이었다고 이야기 했다.
아울러 문제를 제기한 김새롬 의원은 모 방송에서도 ‘안동시가 방만한 통합재정 안정화 기금’을 가지고 있어 통장 불리기만 한다고 이야기 했다고 상기 시키고, 현재 약 3350억 원의 기금이 있고 이를 통해 이자가 135억이 발생해 오히려 세수에 보탬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기자의 못된(?)습성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훈련된 기자는 절대로 한쪽 말 만 믿지 않는다.
아울러 시의원이라면 이런 재정의 운용 메카니즘을 모르지 않을 텐데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 또한 이상한 일이었다.
김새롬 의원은 통화에서 “보도자료를 보고 일감이 ‘시의회 존재의 이유’에 대한 회의가 일견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고 운을 띠웠다.
이어 자신이 이번에 이런 문제를 제기한 것은 ‘시민 편익과 복지에 방점’이 있으며, 집행부 즉 안동시가 좀 더 치밀한 예산 집행에 신경 썼으면 한다는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물론 현재 안동시가 지역 발전을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예산의 집행 등은 ‘선택의 문제’라며, 한정된 에산안에서 그래도 좀 더 시민의 ‘편익과 복지’와 관련한 예산 집행에 좀 더 신경 써 달라는 포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기창 안동시장의 ‘돈을 돈 답게 써야 한다’는 철학에 십분 공감하며, 또한 이를 지지하는 바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번 ‘보도자료 사태’를 놓고 지역 정가에서는 그 해석에 분분하다. 일부는 정파적 이데올로기의 또 다른 표출이라고 분석하고, 또 어떤 이는 권기창 시장 취임 초기부터 있어 왔던 의회와 집행부 알력 관계의 앙금이라고도 해석한다.
다시 문제의 본질로 돌아가 양측과 통화 하면서 우선 느낀 것은 모두가 요즘 중앙정치권에서 보여주는 자극적이고 날선 단어와 비유를 자제하고, 서로를 이해하고는 있는 ‘이율배반적 공감’을 동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다음으로는 ‘저축과 소비’의 양 날이 보는 관점에 따라 이렇게까지 편차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꼭 맞는 비유는 아니지만 집행부는 ‘미래를 위한 저축’에, 시의원은 현재를 위한 ‘현명한 소비’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어느 것이 맞다 틀리다 할 수는 없어도 자신의 주장이 맞다면 서로가 이를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과정이 필요했고, 이것이 정치력의 근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통화 마지막에 김새롬 의원은 “이런 보도자료가 왜 필요한지 의도를 모르겠다”며 ‘좀 센 보도자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