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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용히 살리라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6.08.10 15:30 수정 2016.08.10 15:30

필자도 전성시절엔 기증시집이 한 달에 몇 십 권씩 도착하여, 일일이 책꽂이에 꽂지도 못했다.그때는 꾀가 덜 나서,받은 시집을 한권도 안 빼놓고, 무조건 독파(讀破)했다.잘된 시집은 거의 없고, 보통이하의 시집이 대부분이었다.저질(?)의 시집을 무조건 읽다보니 필자의 시 수준에도 나쁜 영향을 크게 끼쳤다.이래선 안 되겠구나 뒤늦게 깨닫고, 시집제호로 삼은 시를 한 편 읽고, 시적요건이 충족되었으면 나머지 작품도 읽고, 시집제호의 시가 불합격품(?)이면 그 시집을 제쳐놓았다.시집을 낼 때 시집제호로 삼는 시는 수작(秀作)을 골라 실을 필요가 있다.시집을 받고나서 가만히 있는 것도 예절바른 사람이 취할 도리가 아니다.간단한 격려 전화나, 엽서 한 장이라도 날리는 것이 보내준 시인에게 용기를 주는 쾌거가 될 것 같다.필자의 경우, 자작시집을 보낼 때 절대로 등기우편으로 보내지 않고 보통우편으로 한다.보내 드려봤지만, 엽서 한 장도 없는 사람이 99%인데, 보통우편으로 보내는 것이 실망을 절약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사실은 남의 무관심만 탓 할 권리가 필자에게도 없다.시집을 받고, 예의(전화, 엽서)를 표시하는 것은, 내용이 제대로 된 시집일 경우에 한정하고 있다.어떤 사람은 천편일률적인 감사장을 복사하여, 시집 이름과 시인 이름만 육필(肉筆)로 적어 보낸다.개성이 없는 무성의를 나무라기 전에 그것도, 궁한 방책으론 무난한 듯하다.필자는 며칠만 있으면 김시종 37시집 ‘비수(鼻水)’를 낸다.지금까지 시집을 보내드리면, 일일이 읽어 보시고 참한 엽서를 빼먹지 않으시는 중진시인 김종길 교수님의 후진을 배려하시는 도덕성에 깊은 감명을 느낀다.대구의 정영범 장로님은 필자가 시집을 보내드릴 때 마다 안 빼먹고 격려 전화를 해주셔, 전화를 받으면서 다음 시집도 빨리 반드시 내야겠다는 마음을 다지게 됐다.다른 분들도 시집을 받으시면 김종길 시인 교수님과 대구 정영범 장로님을 수범하시면 우리나라에 좋은 시집이 더 많이 태어날 것 같다.요사인 필자도 전성시대를 지난 탓인지 한 주일에 신간시집이 한두 권만 나온다.그 시집들을 읽으면서, 시에서 시인의 개성을 발견할 수가 없고, 붕어빵틀에 구어낸 붕어빵처럼, 천편이 한 편처럼 시가 도식화(圖式化)되어, 그런 시는 읽을수록. 시 맛이 떨어지고, 시에 입덧이 나서, 환장할 노릇이다.시인에게 꼭 있어야 할 것은 자기세계와 개성이다.2만 명이 넘는 한국시인이 감동도 없는 똑같은 시를 짓는다면 그럴 바엔 백명 이내만 대표로 시를 짓고, 나머지 인원은 국토청결운동에 동원하는 게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는 상책(上策)이 아닐까.요사이 통탄할 시단의 적폐는, 패거리고착 이다.시인-평론가-언론기관-출판사 한조가 되어, 북 치고 장구 치고, 인기를 조작하고 베스트셀러도 척척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다.요즘 시집발행부수는 500부~1,000부를 오르내린다.출판비 300만원-400만원-500만원 수준이다.필자의 경우엔 시집을 낼 때 분량은 100쪽 내외로 하여, 독자들이 단숨에 읽을 수 있게 배려하고, 출판비도 100만 원 정도를 엄수하여, 가계에 지장을 최소화하고, 정가도 파격적으로 5천원을 고수(固守)한다.시도 재밌는 단시(短詩)를 실어, 독자에게 적절하게 서비스를 하고, 시집의-절반정도는 실감나는 칼럼을 20편 이상 실어, 시와 신문의 장벽을 허물고, 시와 신문이 하모니를 이룬다.필자는 개인시집 37권과 수필시집 4권 등 모두 41권의 개인 문집을 펴냈지만, 출판기념회는 일부러 한 번도 벌이지 않았다.남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개인의 철학과, 출판 기념회를 책을 펴낼 때 마다 하여, 출판기념회에 과도하게 신경을 쓰면, 출판기념회가 짐이 되어, 원활하게 창작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출판기념회 무용론(無用論)은, 다작(多作)의 산실(産室)이 되어준, 다산(多産)의 비결이기도 하다.필자는 시비(詩碑)도 간소화하게 세운다.시비 건립비용도 50만원 내기 100만 원 이하로 지출한다.시비엔 약력은 안 적고 빼놓고, 시비하나에 전면, 후면 도합 2편의 시를 소개한다.시 길이도 10줄 안쪽의 단시(短詩)고, 청중을 동원하여 시비 건립행사 등 형식적인 것은 과감하게 빼먹는다.필자는 문학 활동의 내실(內實)을 중요시 하고, 형식적인 문학외적 과잉 행동은 과감하게 절제한다.지금까지도 조용히 살아왔지만, 앞으로도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일 없이 참된 마음을 갖고, 조용히 살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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