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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남북정상회담과 ‘北核 딜레마’

박선애 기자 입력 2018.02.13 13:54 수정 2018.02.13 13:54

▲ 천 상 기 경기대 초빙교수 / 언론학 한국신문방송편집인클럽 고문

"북한은 ‘한국을 흔들어 대북 제재를 무력화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비핵화 없이 살길을 찾아보겠다는 얘기"
김정은이 여동생 김여정을 통해 제안한 남북정상회담은 북한이 가진 '최고의 대남 카드' 로 꼽힌다. 그만큼 대북 제재로 위기에 몰린 김정은에게 신속한 남북 관계 개선의 필요성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비핵화 없인 제재 완화도 없다'는 미국보다는 일단 대화를 구걸하는 남한을 먼저 상대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핵과 평화는 공존 가능하다'는 논리로 문재인 정부와 남한 사회를 흔들어 제재를 약화하고 한 미 관계를 이간하는 것이 북한의 대외 정책 우선순위임을 시사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북 관계 개선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북한은 작년에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3발을 포함해 탄도미사일 20발을 쏘아 올리며 도발을 계속했고, 우리 정부가 맞대응 성격의 한 미 연합훈련을 하거나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면 이를 맹비난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그러던 북한이 김정은 신년사를 계기로 파상적인 대남 평화공세에 나선 데엔 대남 대외 정책상의 커다란 변화가 암시한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북한은 정상회담에 대해 항상 비싼 대가를 요구했다"며 "만약 조건을 달지 않은 정상회담 제의라면 북한이 매우 급하다는 증거"라고 했다.
실제 과거 남북정상회담은 우리 정부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우리가 먼저 기획 제안했고, 김대중 정부가 1차 정상회담 직전 현금 4억5,000만 달러를 송금하는 등 북한은 막대한 대가를 챙겼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북은 한국을 흔들어 대북 제재를 무력화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은 최근 각종 매체를 동원, 남한을 향해 '핵미사일은 미국을 겨눈 것'이란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그러면서 북 노동당 기구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미국의 핵 위협 공갈과 핵전쟁 도발 책동에 맞서 자위의 핵 억제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핵 보유 의지를 또다시 강조했다.
김정은의 초청장을 받아 든 청와대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문 대통령은 즉석에서 수락하지 않고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답했다. '여건'을 남북정상회담 성사의 조건으로 제시한 것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올림픽 이후 대북 압박을 최고조로 끌어 올리겠다고 예고한 상태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돌파구로 삼으려는 북한의 의도가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 평창올림픽 이후인 4월 초로 연기해놓은 한 미 군사훈련이 문제다. 북한은 올림픽 이후에도 정상회담을 빌미로 한 미 훈련 계속 중단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미국은 "더 이상 연기는 안 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북핵이다.
미국은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있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11년 만에 조성된 남북정상회담 기회를 어떻게든 살려보겠다는 기류다.
문 대통령은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장에서 만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이 만남의 불씨를 키워서 횃불이 될 수 있도록 남북이 협력하자"고 했다.
그러나 비핵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남북 대화는 결국 대북 제재 공조를 허물고 한 미 동맹에 균열을 불러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비핵화의 단초를 마련하는 정상회담으로 갈지 의문스럽다"며 "정부는 핵 있는 북한과의 공존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이 정상회담에서 핵은 논의 대상이 아니라면서 '평화 체제' 전환과 '대북 제재 완화' '한 미훈련 중단' 을 요구할 경우 우리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미국의 태도가 변수다. 경남대 김근식 교수는 "정상회담을 하려면 한 미 공조가 탄탄해야 하는데 현재의 한 미 관계나 미 북 관계로는 정상회담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과 정상회담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한 미 동맹이 약화되고 대북 압박이라는 국제 전선에서 이탈하는 모양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례 없이 강력한 제재에 직면한 김정은이 3차 정상회담을 통한 국면 전환을 위해 사실상 '다 걸기'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3차 정상회담을 했는데도 비핵화 문제에 아무 진전을 이루지 못한다면 그것은 치명적 후폭풍을 가져올 수 있다.
1, 2차 정상회담과는 달리 워싱턴을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 실전 배치를 눈앞에 둔 북한과 선제타격을 불사하는 미국을 동시에 설득해야 하는 3차 남북정상회담은 이전과는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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