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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경로를 찾아 비핵화 성공시켜야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8.04.11 17:16 수정 2018.04.11 17:16

11년 만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이번 정상회담은 남북관계 복원과 개선에 한정하지 않고 비핵화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1991년 12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채택 이후 핵문제는 남북회담에서 심도 있는 의제로 다뤄지지 못했다. 북한이 핵문제를 북·미 적대관계의 산물이라고 주장하면서 남북대화의 의제로 삼는 것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이제 북한 핵문제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주 의제로 다루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 2008 남북 정상회담준비위원회는 정상회담 의제로 한반도 비핵화, 항구적인 평화정착, 남북관계의 새롭고 담대한 진전을 꼽았다. 지난해 말까지 북한이 브레이크 없이 핵·미사일 고도화에 주력하고, 미국이 군사옵션의 사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등 한반도 정세는 충돌 직전의 임계점에 도달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잠시 휴전상태에 돌입했지만 북핵문제는 시한을 다투는 현안으로 부상했다.
미국 정책당국자들은 9개월에서 1년 사이에 북한이 미국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29일 화성-15형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 성공 이후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평화공세를 펴는 지금도 ICBM 완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이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핵과 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핵·미사일 개발을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장정의 시작이다. 곧 있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그리고 추진예정인 남북미, 남북미중 정상회담은 상호 연계 돼 있다. 일련의 정상회담을 통해서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원활하게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가 평화 이니셔티브를 쥐고 창의적인 ‘문재인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번 대화국면에서는 기존의 실패한 경로를 따라가지 않고 새로운 경로를 찾아 비핵화를 성공시켜야 한다. 이미 우리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추진과정에서 최고지도자들 간의 간접 담판을 목격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의 국가정보원, 미국의 중앙정보국(CIA), 북한의 통일전선부 등 3국의 정보라인이 협상을 진행하고 최고지도자들의 결심을 받아 정상회담을 추진시켰다. 정상회담이 하향식(top-down)으로 이뤄지고 있어 잠재된 변수들이 언제 돌출할지 모르는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실패한 정상회담은 없다’고 한다. 최고지도자들이 나섰으니 성과를 내야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화국면의 성공 여부는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의 교환, 즉 ‘안보-안보 교환’을 위한 새로운 비핵평화프로세스(문재인 프로세스)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렸다. 1994년 제네바합의, 2005년 9·19공동성명 등 과거 북핵 협상은 동결 대 보상, 즉 ‘안보-경제 교환’방식이었다. 과거 북핵 협상에서는 북한이 원하는 체제안전 보장과 관련된 평화체제 논의를 비핵화 진전 이후로 미뤄뒀다. 핵동결과 경제보상방식으로 북핵 고도화를 막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을 연계해 최고지도자들 간의 정치적 결단에 의한 안보-안보교환을 모색해야 한다. 북한이 조건부 비핵화 의지를 밝힘으로써 남북·북미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지만 3대에 걸쳐 ‘고난의 행군’까지 하면서 개발한 핵을 쉽게 포기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비핵화 조건으로 내건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안전 보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자, 소다자, 6자 등 다양한 형태의 대화와 협상이 진행돼야 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한다면 북한 비핵화 진전과 연계해 남북한과 미국이 3자 ‘종전선언’을 하고, 중국을 포함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4자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6자회담을 통해서 북한의 체제안전보장을 보증하고 동북아다자안보협력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 고 유 환 교수 / 동국대 북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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