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은 들인 비용만을 고려할 때는, 원전은 가성비(價性比)가 높다. 위험과 안전이란 측면에선, 안전보다는 위험할 수가 있다. 우리나라도 이젠 누후한 원전을 해체해야한다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원전해체연구소가 어느 지역으로 가는가에 모든 지자체의 눈이 쏠린다.
해체는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고, 전 세계적인 추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0월 22일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권고를 수용하면서, 외국 원전 해체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한 세계 시장 규모와 국내 기술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전해체는 원전을 영구정지한 뒤, 관련 시설과 부지를 철거하거나 방사성 오염을 제거하는 활동이다. 원전해체에는 즉시해체(15년 내외 소요)와 지연해체(60년 내외 소요)의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미국은 지연해체에서 즉시해체로 방식을 전환했다. 캐나다 등은 지연해체 전략을 선택했다.
전 세계 원전 현황을 살펴보면, 2017년 4월 현재 34개국에서 611기를 건설했다. 449기가 가동 중이다. 이 가운데 160기가 영구 정지됐다. 19기는 해체가 완료됐다. 나머지 141기는 해체 진행(또는 준비) 중이다. 세계 원전해체 시장은 급속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1960~1980년대에 건설한 원전의 사용 기한이 임박함에 따라 2020년대 이후 해체에 들어가는 원전이 급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수원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2015~2019년에는 76기가 해체된다. 2020년대에는 183기가 해체에 들어간다. 2030년대와 2040년대 이후에도 각각 127기, 89기의 원전이 해체될 예정이다. 이 같은 원전해체에 들어가는 비용은 440조원(2014년 기준)으로 추산된다. 미국전력연구원(EPRI)의 보고서에 따르면, 원전해체비용 중 19%는 ‘방사성 폐기물처리 비용’이다. ‘해체시설 설계 및 관리 등 인건비’와 ‘제염·철거’ 관련 비용은 각각 43.5%, 23.6%를 차지한다.
경북도가 원전해체와 관련된 포럼을 개최했다. 경북도는 지난 2일 서울 엘타워 대회의장에서 ‘2018 원자력안전클러스터포럼’ 자문회의와 분과별 회의를 가졌다. 경북도가 2010년부터 운영한 원자력 안전클러스터포럼은 경북도의 원자력 관련 역점시책과 연관사업 발굴, 정책 자문을 위해 국내외 최고 수준의 원자력 관련 산?관?학?연 전문가 및 기업가, 언론인, 지역주민 대표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67명을 풀(Pool)로 구성?운영한다. 올해 포럼은 1개 자문위원회와 2개 분과(인프라조정?정책개발)로 구성?운영한다. 총 67명의 위원 중 국민대학교 목진휴 명예교수가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목진휴 위원장은 한국정책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원자력 관련 갈등관리와 수용성 분야의 전문가이다.
경북도는 올해 포럼 운영을 통해 원전해체연구소 경북 유치 당위성 확보, 지역 해체산업 육성방안 마련,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추진에 따른 지역경제 파급효과 분석 등 원전 현안과 관련한 다양한 세부과제를 추진한다. 국내 원전 24기 중 절반인 12기가 경북지역에 있다. 최근 현안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전해체연구소의 지역 유치에 도민들의 관심이 큰 가운데 관련 포럼이 열려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경북 동해안은 국내 원전 간 접근성이 가장 우수하다. 해체 폐기물의 해송 수송과 처리가 용이하다. 인구 저밀도의 임해지역을 보유하고 있어, 국토 지정학적 측면에서 우수하다. 중수로와 경수로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국내 유일 지역이다. 한수원(운영), 원자력환경공단(폐기물 처분), 한국전력기술(설계), 한전KPS(정비), 포스코(금속재료) 등 연관기업이 집적되어, 원자력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19년간 표류하던 방폐장을 수용하는 등 원전에 대한 주민 신뢰가 높다. 경북의 원전해체연구소 유치 타당성에 힘을 실어 준다. 경북도 중에서도, 원전의 해체연구소는 어디든, 경북도를 제외하곤, 갈 곳이 없다. 정부의 빠른 선정에선, 적지가 경북도임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