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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마을 십리 길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8.05.08 19:34 수정 2018.05.08 19:34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물이 되듯이 하회마을 십리안팎의 지척에 둘러싸여있는 병산서원, 화천서원, 가일마을, 소산마을, 오미마을, 서미마을도 한 줄로 꿰어내야 보물단지가 되는데, 지금까지 100만 관광객이 하회마을만 빠꼼 들여다보고는 그냥 떠나버리는 너무나 안타까운 관광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낙동강이 굽이돌아 연화부수형으로 육지섬이 되어버린 하회마을은 영남제일의 길지이고 세계문화유산이 되었지만, 사방이 가로막혀 병산서원은 산을 돌아야 하고 부용대는 강을 건너야 접할 수 있는 난공불락의 성벽에 갇혀 있다. 부용대 좌견에 겸암정사, 우견에 옥연정사와 화천서원이 손에 잡힐 듯 보이지만 발길이 닿으려면 십리 길을 굽이굽이 돌아가야 하므로, 나룻배나 섶다리로 유유자적하며 낭만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회마을에서 부용대를 바라보는 아름다움과 부용대에 올라 하회마을을 내려다보는 아름다움이 오버랩 되어서 500년 양반선비문화의 감성이 파노라마처럼 밀려오는 입체관광으로 업그레이드 시켜나가야 1천만 관광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라고 확신한다. 산과 강을 병풍에 담고 하늘과 바람을 처마 끝에 드리운 그림 같은 병산서원도 나룻배나 섶다리로 강 건너 병풍절벽에 올라 만대루에 앉아있는 나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어보는 환상적인 관광이 되도록 해보자는 것이다.
병산서원은 서애 류성룡, 화천서원은 겸암 류운룡, 동리 김윤안, 졸재 류원지 선생을 배향하고 겸암정사, 옥연정사와 정겹게 하회마을을 감싸고 있다. 또한 하회마을에서 나서자마자 가일마을, 소산마을, 오미마을, 서미마을이 나란히 이어지며 막난 권오설, 청음 김상헌, 근전 김재봉 선생들이 손에 손잡고 이 나라 자주독립을 외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1592년 임진왜란에서 천신만고 끝에 나라를 구하고 징비록을 남긴 하회 류성룡, 1637년 청나라의 병자호란에서 항복문서를 찢어버리고 ‘가노라 삼각산아’ 조선 선비의 기개를 읊으며 청나라에 저항했던 소산 김상헌, 그로부터 300년 후 일제식민지하에서 이 나라 독립운동의 불꽃으로 타오른 가일 권오설, 오미 김재봉 선생들이 목숨을 바쳐 지켜온 반만년 대한민국 역사와 민족혼을 1천만 관광객들이 그냥 스쳐지나가도록 내버려둔다면 후손으로서 큰 죄를 짓는 불충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이 분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 서애 류성룡과 청음 김상헌 선생은 낙향 후에 찾아오는 세파에 지친심신을 달래기 위하여 서미마을 중대바위 계곡으로 들어가 은거하였다고 한다. 백성이 편안하게 살아야 할 나라를 온전히 지키지 못한 통한을 품고 중대바위에서 자주정신을 되새긴 우국충절의 혼이 스며있는 마을이다. 이렇게 영화를 보듯이 역사를 이야기하는 여행이야말로 의미가 깊고 삶의 질을 높이는 자긍심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훌륭한 태마관광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향후 1천만 관광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해서는 하회마을 관광구역을 병산서원과 부용대까지 하나의 울타리로 묶어서 순환관광 할 수 있도록 나룻배, 섶다리, 셔틀버스, 삭ㆍ궤도 등 연계교통수단을 강구하고, 하회마을 진입로 외부에 30만㎡(10만평) 규모로 주차장을 조성하여 승용차 7천대와 대형버스 1천대 이상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외부주차장이 조성되면 연간 1천2백만명을 수용할 수 있고, 24만㎡(8만평)을 조성하면 연간 1천만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5년 연속 돌파한 연간 1백만명, 주차장 7백대가 한계에 도달하여, 10배 규모가 되어야 1천만 관광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입체적인 하회마을 관광기반이 구축되면 인접한 가일, 소산, 오미, 서미 등 반짝거리는 보석들을 한 줄로 꿰어내서 하나의 보물단지로 만들어야 한다. 반만년 역사의 근대사 300년을 지켜온 자주독립 정신을 스토리텔링 하여 가슴이 뭉클한 역사기행으로 순환관광 할 수 있는 블록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낙동강의 생태체험과 신도청 천년도읍지, 구담시장 우엉밥상, 풍산시장 한우불고기 등을 연계하는 이색적인 볼거리, 건강먹거리, 특산품장터를 개발하여 1천만 발길이 실크로드처럼 십리 길에 넘실거리도록 지방정부가 총력을 다 해 이끌어주고, 지역주민들이 자주독립정신으로 대동단결하여, 유서 깊은 지역사회 발전을 이루어나가기를 기대해본다.

▲ 김 휘 태 / 안동시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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