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학의 1차 자료는 한국학의 근원지이다. 실로 책을 꿰맨 동양장을 지금은 소장처로 가야만 볼 수가 있다. 이 같은 책엔, ‘문자향 서권기’(文字香 書卷氣)가 넘쳐난다. 문자향 서권기란 쓴 글에서는 문자의 향기(文字香)가 느껴진다. 마주 대하면 책의 기운(書卷氣)이 풍긴다. 이 말을 처음 쓴 사람이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이다. 책에도 기운이 있는가. 또는 향기를 풍기는가. 문사철(文史哲)은 문학, 역사, 철학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바로 모든 학문이 여기서부터 비롯한다는 뜻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소장 도서에서 문자향과 서권기를 풍기고, 우리 인문학의 산실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우리 인문학 발전사와 동궤(同軌)로 가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민간소장 국학자료 50만1,176점을 기록했다. 2001년 자료 수집 이래로 유래 없는 진기록이다. 지난 18일 50만점을 넘어서는데 기여한 문중은 월천선생 기념사업회다. 도산의 월천서당에서 대대로 소장해오던 조상들의 손때 묻은 고문서 자료 270점이 이번 50만점 돌파 시점에 기탁됐다. 월천 조목(趙穆, 1524~1606)은 어려서부터 퇴계 이황의 문하에서 공부한 수제자였다. 사후에는 도산서원 상덕사에 배향된 퇴계학단의 중추적 인물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은 2004년 도산서원 광명실에 소장돼 있던, 필사본인 ‘월천선생문집’ 초고를 발굴해, 학계에 보고했다. 퇴계학 연구의 이해와 범주를 확장시켰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짧은 기간에 국내에 으뜸가는 국학자료 소장기관으로 위상을 확고히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기관이 경북 안동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50만 점 국학 자료의 실제적 소유자가 대부분 경북 북부권의 수많은 종가와 문중이라는 사실에서도 확인됐다.
또 한 가지는 자료수집 초창기부터, ‘기탁제’라는 혁신적인 방법을 도입했다. ‘기탁제’란 소유권은 기탁자에게 보장한다. 국학진흥원은 단지 관리권과 연구기능만 수행한다. ‘기탁제’의 운영은 도난과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된 민간소장 자료를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완벽에 가까운 보존 환경과 수장 시설도 민간 소장의 50만점 자료 수집에 커다란 밑동이 됐다. 고서와 고문서를 보존하는 수장고는 항온·항습에 양향을 받지 않도록 한다. 각종 첨단 방범시설을 갖추었다. 만일 화재가 발생한다할망정 방재 시스템이 자동으로 작동해, 초기에 화재를 진압한다. 때문에 자료에 손상이 가지 않는다. 목판이 보관된 장판각도 과학적 관리방식에 따라 설계 시공돼, 안정적으로 영구적 보존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자료의 보관에 의구심을 가진 기탁 예정자도 최상의 시스템을 갖춘 수장 시설을 보여주면 대부분 기탁을 결심하게 된다.
한국국학진흥원에 소장된 50만 여점의 국학자료 중엔 문화재 자료만 6만9,832점이다. 2015년 10월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유교 책판이 6만4,226점, 2017년 10월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52점, 2016년 5월에 아시아·태평양기록유산인 현판 550점과 금년 5월에 만인소 1점이 등재돼 기록유산 자료만 6만4,829점이다. 국내 문화재로는 국보 ‘징비록’, 보물 1,854점, 시도유형문화재 2,241점, 문화재자료 216점, 등록문화재 691점이다. 무려 27만점에 달하는 고문서는 한 점, 한 점 촬영하여, 이미지 제공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금년 연말에는 그간의 아카이브 구축 사업의 결과물을 개방적으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16만 책에 이르는 고서는 연차적으로 DB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민간소장 국학자료를 수집하여, 그 가치를 발굴한다. DB화 사업으로 세계인과 소통한다.
장서는 보관에도 유의를 다해야한다. 이와 함께, 연구에 따른 학문적인 성과물도 생산해야한다. 학문적인 성과물이 많을수록, 한국학은 세계로 뻗는 학문이 된다. 이 같은 것이 바로, 세계 인문학 발전에 크게 기여하여, 한국적인 문자향 서권기(文字香 書卷氣)를 발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