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이 인정하는 세계문화유산등재에 한꺼번에 한국의 저명한 사찰 7곳이 유네스코 문화재로 등재됐다. 불교의 전래부터, 불교는 우리민족의 정신적인 지주였다. 조선시대엔 억불정책이 있었다할망정, 불교는 여전히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가르침이었다.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 지난달 30일 유네스코(UNESCO, 국제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번 세계유산으로 등재 결정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은 경북도내 봉정사, 부석사 등 2곳과 통도사, 법주사, 마곡사, 선암사, 대흥사 등 국내 대표적인 7개 산사다.
현재까지 한국불교의 신앙적 기능, 수행자의 삶과 문화를 포함한 의례가 원형을 잘 전승?보전하고 있어, 살아있는 문화유산(living heritage)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은 지난 2013년 12월 ‘한국의 전통산사’로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다.
경북도는 2017년 1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등재신청서를 제출했다. 2017년 9월 세계유산 자문심사기구인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nternational Council on Monuments and Sites)의 현지실사를 거쳐, 이번에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최종 등재가 결정됐다. 한국의 13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된 ‘산사(山寺), 한국의 산지승원’(Sansa, Buddhist Mountain Monasteries in Korea)은 모두 천년 넘게 불교문화를 지킨 사찰이지만, 역사와 특징은 저마다 다르다.
이들의 사찰의 특색을 보면, 안동 봉정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인 국보 제15호 극락전(極樂殿)이 있다. 1972년 건물을 보수할 때 나온 상량문에 따르면, 1363년에 처음 건물을 중수했다. 건축미와 품격을 풍긴다. 의상대사의 10대 제자 중 한 명인 능인대사가 7세기 후반께 창건했을 가능성이 크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양산 영축산 통도사(通度寺)는 신라 자장율사가 643년 당나라에서 가져온 부처 사리와 금실을 넣고 짠 베로 만든 가사, 대장경을 봉안해 창건했다. 통도사는 진신 사리를 모신 불보사찰(佛寶寺刹)이다. 대웅전에 불상을 두지 않고, 건물 뒤쪽에 금강계단을 설치해, 부처 법신(法身)을 봉안했다. 대웅전과 금강계단은 국보 제290호이다. 보물 18점과 경남유형문화재 50점을 보유했다.
영주 부석사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최순우)로 극찬한 고려시대 건축물 무량수전(無量壽殿)이 있는 사찰이다. 의상대사가 676년 당나라 유학에서 돌아온 뒤 처음 지은 절이다. 의상대사가 창건 이후 40일간 법회를 연 뒤 대립을 지양하고, 마음 통일을 지향하는 화엄사상의 근본 도량이 됐다. 보은 법주사는 의신조사가 법을 구하러 여행을 떠났다가, 흰 나귀에 불경을 싣고 돌아와 머물렀다는 설화가 사찰 명칭의 유래다. 법상종 중심 사찰이었던 법주사 건물 배치는 화엄사상과 미륵사상 영향을 두루 받았다.
가장 유명한 건물은 국내 최고(最古) 오층목탑인 팔상전(捌相殿)이 있다. 팔상전 외에도 쌍사자 석등과 석련지가 국보로 지정됐다. 보물 13건이다. 공주 마곡사는 남방화소(南方畵所)로 불릴 정도로 많은 승려화가를 배출했다. 백범 김구 선생이 명성황후 시해에 참가한 일본인 장교를 살해해, 옥살이하다 탈옥한 뒤 출가했던 절이기도 하다.
순천 선암사는 절 입구에 사천왕문을 두지 않았다. 조계산 정상이 ‘장군봉’이어서 사천왕을 굳이 설치할 필요가 없었다. 해남 대흥사는 ‘삼재가 미치지 못할 곳’이라고 평가한 서산대사의 충정을 기리는 사당인 표충사(表忠祠)가 있다. 대흥사가 배출한 대종사(大宗師) 13명 중 한 명인 초의선사는 우리나라 다도(茶道)를 재정립한 인물이다. 북미륵암 마애여래좌상이 국보 제308호다. 보물 8건과 전남유형문화재 5건도 있다.
우리는 이제부터 지구촌이 인정한 세계의 보물인 사찰을 보존할 책임을 지게 됐다. 유네스코 등재에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온다면, 사찰 자체나 인근이 훼손될 수가 있다. 지자체와 사찰은 지금부터 더욱 잘 보존할 대책을 수립할 것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