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태풍은 한반도를 겨냥하지 않고, 비켜갔다. 그럼에도 태풍에 따른 비바람이 농토를 할퀴고 가는 바람에, 안 그래도 지을수록 손해라는 농업에 큰 타격을 주고 말았다.
태풍은 위도 5~25°, 수온이 27℃ 이상인 열대 해상에서 발생한 열대 저기압에서 최대 풍속이 17m/s 이상에 이르면, 태풍이다. 적도 부근이 극지방보다 태양열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생기는 열적 불균형을 없애기 위해, 저위도 지방의 따뜻한 공기가 바다로부터 수증기를 공급받으면서,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동반한다. 고위도로 이동하는 기상 현상이다. 태풍은 인력으로는 어쩔 수가 없는 측면이 있다할망정, 예고는 어느 정도는 할 수가 있다. 하지만 한반도까지 오는 동안에 여러 번 진로가 바뀐다고 해도, 태풍은 우리의 농토를 그냥 두지를 않는다.
장마와 제7호 태풍 ‘쁘라삐룬’(PRAPIROON)의 영향으로 100㎜이상 집중호우가 내린, 경북지역에서 피해가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3일 경북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까지 의성, 청송, 성주, 영양 등 4개 지역에서, 16.6㏊의 농작물이 매몰되거나, 침수 피해를 입었다. 피해 작물은 양배추가 6㏊로 가장 많았다. 참외 5.2㏊, 벼 5.1㏊, 둥글레 0.3㏊ 등이다. 농작물 피해 지역은 청송 6㏊, 성주 5.3㏊, 의성 5㏊, 영양 0.3㏊로 ‘잠정 집계’됐다. 청도군 매전면에서는 태양광 설치지역 일부가 토사에 유출돼, 시설이 무너졌다. 국도가 매몰돼 응급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성주군에서는 한개마을회관의 주차장 석축이 붕괴됐다. 성주 성밖숲 왕버들(천연기념물 403호) 일부가 부러지거나 넘어졌다. 안동에서는 북후면 신전리 세천 석축 일부가 유실됐다. 봉화에서는 차량침수 신고가 1건 접수됐다. 전날에는 봉화군 소천면 국도 31호선에서 낙석으로 화물차량의 조수석에 타고 있는 60대 1명이 숨졌다.
경북도는 태풍 북상에 따른 현장대응 점검회의를 열고, 동해안 일대 어선 3,400여척의 피항을 지시했다. 지난달 개장한 동해안 6개 해수욕장을 임시 폐장했다. 3일 오전 11시까지 강수량은 영주 161.2㎜, 예천 143.6㎜, 성주 138.3㎜, 안동 135㎜, 의성 133.8㎜, 구미 130.5㎜ 등을 기록했다. 영주시 문수면과 예천군 효자면·의성군 구천면에는 각각 198.5㎜와 198㎜의 물 폭탄이 쏟아져,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 ‘쁘라삐룬’은 3일 낮 12시 현재 서귀포 남동쪽 190㎞ 부근 해상에서 북북동진 중이다. 중심기압은 975hpa, 최대풍속은 32㎧다. 기상청은 4일까지 대구·경북지역에 50~100㎜의 비가 더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이제부터 남은 과제는 태풍 피해의 최소화이다. 최소화를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민선 7기의 경북농정이 시험대에 올랐다. 농촌진흥청은 장마와 태풍으로 인한 2차 피해 예방은 비가 그친 날 병충해 방제 약제를 살포해야한다. 농가는 비가 그친 날 참깨 역병 방제 약제를 7일 간격으로 세 차례 뿌려주는 게 좋다.
콩이나 옥수수 등 다른 식량작물은 이랑에 고인 물을 빨리 빼내야, 습해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고추 탄저병은 병원균이 빗방울을 통해 작물로 이동하기에 방제 약제는 발병 전에 살포하면 방제효과가 뛰어난다. 비가 그친 날 잎에 골고루 살포해주면 효과적이다. 병든 열매는 발견 즉시 제거한다. 생강 뿌리썩음병을 방제하기 위해 배수로 정비가 필수적이다. 과수농가는 곰팡이병을 예방하기 위해, 비가 개는 날 과수에 살균제를 뿌려줘야 한다.
농부는 농사를 지식을 기르듯, 농사를 짓는다. 비바람에 애써 지은 농작물이 피해를 입는다면, 애간장이 다 녹는 것과 같을 것이다. 이때엔 피해 최소화의 제도적인 장치로 보험이 있다. 지난 6월 NH농협손해보험 관계자에 따르면, 벼 재해보험의 경우는 27.8%에 불과하다. 사과·배의 가입률은 60~70%이다. 그 외 품목은 10%대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참에 경북도의 농정은, 해마다 연례행사 같은, 태풍피해에 대비하여, 보험에 가입하도록 홍보로 유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