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체온을 웃도는 가마솥더위가 맹위를 떨친다. 이 같은 더위는 가히, 재난 수준으로 봐야한다. 행정안전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2일 내부적으로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국회에서 관련 법 심의 때 폭염을 재난에 포함하는데 찬성 의견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들도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하는 내용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여러 차례 발의했다. 지금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관련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여러 건 계류 중이다. 이같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는 사이에, 올 여름의 폭염이 기승을 부리자 이제야, 정부든 국회든 움직인다는 것도 말하자면, ‘정치재난’이다. 지난 6월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3∼2017년)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6천500명이다. 이 중에 54명이 사망했다. 올해도 지난 19일 현재 대구·경북 전역에 폭염특보가 내리고, 낮 최고기온이 37도 안팎으로 치솟으면서 더위 피해가 급증한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에서 온열 질환자 5명이 병원 치료를 받는 등 올해 들어 17명의 온열 질환자가 발생했다. 9명은 탈진, 6명은 열사병 증세를 보였다. 경련·실신 환자도 각 1명이었다. 경북에서는 지금까지 온열 질환자가 모두 89명으로 늘었다. 이 중에 79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고, 10명은 입원한 상태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닭 10만7천100마리, 돼지 1천759마리 등 가축 10만8천859마리가 무더위로 폐사했다. 지난해 폭염에 따른 전체 가축 피해 8만4천181마리를 넘어섰다. 2017년 9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양식장 고수온 피해액은 183억5,600만원이었다. 2012년 17억7,778만원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19일 의성 낮 기온이 37.1도까지 오르는 등 대구·경북 대부분 지역에 불볕더위가 이어졌다. 대구기상지청에 따르면 오후 4시 현재 지역별 낮 최고기온은 경주 36.7도, 대구 36.6도, 포항 36.1도, 상주 35.8도, 안동 35.7도 등으로 많은 지역에서 35도를 훌쩍 넘어섰다. 자동기상관측장비(AWS)로는 영천 신령 37.7도, 대구 달성 37.4도를 기록했다. 재난의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경북도가 나섰다. 이철우 경북도 지사는 지난 21일 김정재 국회의원, 한창화 도의원과 함께 포항시 양계농가(성곡 농장)를 방문해, 폭염피해 현장을 살펴보고 피해 농가를 위로했다. 경북도 가축피해는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인해 21일 현재 닭, 돼지 등 총 14만 3천여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약 14억 원 규모의 피해가 예상됐다. 폐사한 가축은 닭이 14만1천여 마리로 피해가 가장 컸다. 돼지는 2천여마리가 피해를 입었다. 전국적으로는 1천105천여마리의 폐사가 접수됐다.
경북도는 올해 폭염피해 예방을 위해 23억 원을 투입해, 축산단열처리, 축사전기 관리시설, 축사 환기시설, 안개분무시설, 제빙기 지원 사업 등을 진행했다. 폭염피해 닭 사육 농가를 위해 예비비로 긴급 지원하던 면역강화용 사료 첨가제도 지난해부터는 당초 예산에 편성해 지원했다. 지난해에는 9억 원, 올해는 8억 원이다. 가축재해 보험료도 45억 원을 지원해, 피해농가의 경영안정을 도왔다. 2017년도에는 가축재해보험가입농가에서 총 142억 원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경북도는 지난 6월부터 폭염대비 T/F팀을 구성해, 폭염대비 가축관리대책을 시달했다. 가축 관리 요령을 지속적으로 홍보했다. 휴일(7.21~22)에도 피해 우려현장을 방문해, 가축폭염피해 예방활동을 벌이는 등 폭염피해 방지에 최선을 다했다. 이철우 경북도 지사는 가축 폭염피해 현장에서 폭염 피해방지사업과 가축재해보험사업 예산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위와 같은 것은 단기대책에 불과한 측면이 있다. 더위에 가축이 죽는 이유 중에서 가장 큰 것은 ‘공장식 사육’이다. 생명을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더위 재난 법을 올 여름 적기에 개정하되, 동물복지를 현실에서 구현하지 않는다면, 법을 고친들, 해마다 찜통더위에서 폐사를 피할 수가 없을 것이다. 법과 함께 생명존중사상도 키워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