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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최강…한국 양궁, 결승까지 이어진 ‘투명한 경쟁’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8.08.28 16:44 수정 2018.08.28 16:44

김우진, 후배 이우석 꺾고 남자 개인전 ‘금메달’김우진, 후배 이우석 꺾고 남자 개인전 ‘금메달’

한국 양궁이 오랜 시간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원동력으로는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 시스템이 꼽힌다. 선수들은 일년 내내 이어지는 경쟁을 통과해야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 올림픽 금메달보다 한국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도 틀리지 않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 양궁이 왜 세계 최강인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기대만큼 많은 금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리커브 남자 개인전 결승전에서 나온 장면은 한국 체육계에 무거운 메시지를 던진다.
여자 개인전, 혼성팀전,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 가운데 남자 개인전만큼은 마음 편히 지켜볼 수 있는 상황이 갖춰졌다. 김우진(26·청주시청)과 이우석(21·국군체육부대)이 나란히 결승에 진출, 금메달과 은메달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김우진과 이우석의 맞대결은 다른 이슈로 주목을 받았다. 이우석의 병역특례 여부였다. 국군체육부대 소속인 이우석은 금메달 획득 시 그대로 전역할 수 있었다. 앞서 열린 단체전 결승에서 은메달에 그치면서 상황은 미묘하게 흘렀다.
이미 병역 혜택을 받은 김우진이 후배의 군면제를 위해 결승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아주 작은 의심의 눈초리가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진작부터 김우진은 이우석에게 "니 일은 니가 알아서 하라. 난 내 일을 하겠다"며 정정당당한 승부를 예고했다.
 결승전 결과는 김우진의 승리. 둘은 5세트 마지막 화살을 남겨놓을때까지 동점으로 치열한 승부를 벌였으나 김우진의 화살이 10점 과녁에 꽂히면서 승부가 갈렸다. 이우석의 마지막 화살은 9점이었다.
 정정당당한 승부였으나 김우진의 마음은 편할 리 없었다. 김우진의 승리가 확정되자 응원하던 여자 대표팀의 장혜진(31·LH)이 웃으며 김우진에게 태극기를 건넸지만 김우진은 굳은 표정으로 장혜진을 그냥 지나쳐갔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우진은 "병역에 대한 생각은 하나도 없었다. 상대와 나의 대결인 것이고, 승부 외적인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쐈다"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고 결과는 내가 우승했다. 상대는 많이 아쉬웠겠지만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후배 이우석의 발전을 기원했다.
이우석도 "요즘 군대를 빼는 것으로 말들이 많은데 양궁은 워낙 선발전부터 투명하게 치르고 개개인의 실력으로 올라온 것이기 때문에 그런 문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며 "누가 우승하든 축하해주자고 했다. 내가 우승했으면 형이 날 축하해줬을 것이고, 나도 형을 축하해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이우석은 "아쉽긴 하지만 내가 이룬 결과이니 담담히 받아들이고 군생활도 열심히 하겠다. 어차피 한국 남자라면 갔다와야 하는 곳이고, 군대도 나쁘지 않다"고 최선을 다해 남은 군생활을 마치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김우진과 이우석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경쟁을 벌였다. 둘의 경쟁에는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한다는 것 외에는 어떤 조건도 개입되지 않았다.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으로 오랜 시간 군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거기 있다.
앞서 여자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강채영(22·경희대)은 "선발전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웃으면서 같이 지내도 속으로는 경쟁을 한다"며 "언니들은 좋지만 경쟁을 해야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다. 그래도 해야 하는 일이니 서로 열심히 한다"고 대표팀 내 경쟁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뉴스1

▲ 2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양궁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양궁 남자 리커브 개인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우진과 은메달을 획득한 이우석이 경기장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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